<의료계에 막힌 보험서비스>보장 넘어 ‘스마트 건강관리’ 요구… 유사의료 굴레 탓 ‘그림의 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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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下> 동력 잃어가는 ‘헬스케어 서비스’

스마트기기 활용 신체정보 분석
만성질환 예방 의료비감소 효과

4차혁명 대비 관련산업 활성화
일자리창출 등 경제성장 촉진도

의사協“의료기관 중심으로 해야”
관련법령·규정 없어 발전에 한계

민간 보험회사가 스마트 기기 등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보험 계약자의 건강까지 챙겨주는 이른바 헬스케어(건강관리) 서비스는 현실적인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의료업계의 장벽에 막혀있는 대표적인 보험업계 숙원 사업이다. 현재 세계 주요국이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시대적 흐름과 소비자들의 수요 같은 조건은 충분히 형성돼 있지만, 아직 한국은 사회적 합의가 정리되지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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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가하는 수요 = 헬스케어 서비스는 운동과 식이요법, 금연 등 생활습관을 개선해 스스로 건강을 증진하도록 기획, 상담 및 교육, 정보 등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예를 들어 ‘웨어러블’(wearable·착용 가능한) 스마트 기기 등을 통해 당뇨 등 질병과 관련된 신체 정보를 측정·분석해 건강관리회사에 제공하는 방식이다. 헬스케어 서비스 도입 논의는 고령화 진전 및 수명 연장과 더불어 편의 위주의 생활습관으로 고혈압과 당뇨 등 만성질환이 크게 확대되면서 국민 의료비가 많이 늘어난 것과 관련돼 있다.

29일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의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중은 지난 2007년 9.2%였으나 2014년 11.9%, 지난해 13.9%를 넘어서는 등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2030년에는 전체 국민의 24.5%가 65세 이상 고령자가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간한 ‘2017년 건강보험통계연보’를 보면 지난해 국민 전체가 사용한 건강보험 진료비는 69조3352억 원으로 전년 대비 7.4% 증가했다. 이 중 65세 이상 노인 진료비는 전체의 40.9%인 28조3247억 원에 달한다. 이는 2010년 14조1350억 원에서 두 배로 증가한 것이다.

◇파급효과 큰 헬스케어 서비스 = 보험사의 헬스케어 서비스는 만성질환 발생 및 심혈관질환 등 중증질환 및 합병증 발병을 감소시켜 의료비 증가 추이를 둔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헬스케어 서비스 산업이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4차 산업(빅데이터, 원격의료, ICT 등) 분야에서도 각광받는 만큼, 정보기술(IT)이 발달한 한국에서 특히 관련 산업 활성화로 일자리 창출과 경제 성장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타 산업 투자보다 고용증대와 부가가치 창출 효과가 월등하다”고 밝혔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헬스케어 산업에 대한 투자는 취업 유발계수가 10억 원당 19.5명으로 전 산업 평균 13.1명에 비해 월등히 높다. 고용유발계수는 같은 단위당 16.9명, 부가가치율(부가가치액 / 총매출액)은 51%에 이른다. 전 산업 평균 고용 유발계수가 단위당 8.8명, 부가가치율 37.2%인 것에 비해서도 훨씬 높다.

◇의료업계 “보험사의 서비스는 유사 의료행위” VS 전문가 “패러다임 바꿔야” = 현재 헬스케어 서비스는 관련 법규와 규정이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다. 현행 법령(의료법)에서 ‘의료인이 아니면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관련 산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의료인이 해야 하는 의료 행위와 이 규제에 해당하지 않는 행위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보험사가 고객에게 의료기관이 주도하고 있는 헬스케어 서비스에 참여하도록 권유하는 것 역시 현행 의료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알선·유인 행위에 해당할 우려가 있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비의료인이 건강관리 서비스를 수행하는 것은 현행법 체계상 실효성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으니 의료기관 중심의 건강관리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면서 “관련 산업에서 민간보험의 의존도가 높아지면 오히려 의료비 증가로 연계될 수 있으니 민간 기관보다는 건강보험 범위에서 의료기관의 예방과 통합서비스 제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홍 교수는 “4차 산업혁명의 요구에 맞춰 헬스케어 패러다임을 변화시키는 것은 의료 효율성을 높이고 개인과 국가의 의료비 부담을 줄이는 데 매우 효과적인 방안”이라고 지적했다.

박세영 기자 g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