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기업의 미래다>“혁신 원천은 인재”… 4차 산업혁명시대 ‘글로벌 생존력’ 키운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28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화생명 태평로 사옥 4층 한화어린이집에서 선생님들이 아이들과 함께 즐겁게 놀아주고 있다. 한화그룹은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사내 어린이집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신창섭 기자 bluesky@

■ ① ‘인재 경영’ 현주소

- 한화
어린이집 운영… 육아 부담 ↓

- 삼성전자
세계적 석학 영입 인공지능 연구

- 현대차
산재했던 인재 개발 분야 통합

- LG
소속회사 경계 넘어 ‘융복합’

- SK
脫스펙 채용 전형 창의성 높여

- 롯데
全계열사 ‘AI 시스템’ 채용

자원 빈국인 한국이 현재의 경제 성장을 이룩하게 된 가장 큰 원동력은 다름 아닌 인적 자원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인재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되고 있으며 이는 기업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인재는 기업의 미래라고 해도 과장된 것이 아니다. 인재 경영 철학과 실무를 보면 그 기업의 미래를 볼 수 있다는 의미다. 핵심 인재 2%가 회사 전체를 먹여 살린다는 말이 있듯이 핵심 인재 채용과 양성은 각 기업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로 이미 자리 잡고 있다. 더욱이 기업의 인재 경영 노력이 종국적으로 국가 전체의 경쟁력 향상으로 연결된다고 할 때 기업의 인재 경영 노력은 보다 넓은 차원에서 좀 더 많은 주목을 받아야 한다. 이에 문화일보는 ‘사람이 기업의 미래다’라는 제목의 시리즈를 통해 각 기업의 인재 경영 현주소를 생생하게 제시하고자 한다. 한국 사회의 주요 구성원 가운데 하나인 기업들이 국가 경제를 위해 분투하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화생명 태평로 사옥 4층은 어린이들의 밝은 웃음소리가 끊기는 법이 없다. 한화그룹에선 공간을 할애, 한화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28일 이날 역시 50여 명의 아이가 어린이집 선생님들의 보호 아래 정신이 쏙 빠져 놀이 프로그램을 하고 있었다.

한화그룹은 이 어린이집을 인재 경영 양성 차원에서 운영하고 있다. 육아에 대한 부담감을 덜어주는 것이 직원, 특히 여직원이 온전히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필요조건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직원들의 호응도도 굉장히 높은 편이다.

이 어린이집에 3살배기 아들을 맡기고 있는 ㈜한화 김용석 대리는 “회사에서 직장 어린이집을 지원해줘 부모로서 마음 편하게 직장생활에 임할 수 있다”며 “출퇴근할 때 아이를 직접 데리고 다닐 수 있어 안심이 되고 근무 중에도 잠시 들러 아이 상태를 확인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한화어린이집의 정원은 60명이라고 한다. 교사 대 아동 비율도 여느 어린이집보다 높은 편이라 늦게까지 맡겨도 크게 눈치 보지 않고 찾아갈 수 있다고 한화그룹 직원들은 전한다.

기업들이 인재 경영에 열을 올리고 있다. 좋은 인재를 확보하고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것이 기업의 생존과 성장에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6월 인공지능(AI) 연구 역량 강화를 위해 AI 분야 세계적 권위자인 미국 프린스턴대 세바스찬 승 교수, 펜실베이니아대 다니엘 리 교수를 영입해 화제를 모았다. 승 교수는 삼성 리서치에서 삼성전자 AI 전략 수립과 선행 연구 자문을 통해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역할을 맡고 리 교수는 차세대 기계학습 알고리즘과 로보틱스 관련 연구를 담당하고 있다. 승 교수는 지난 2008년 AI 컴퓨터를 구현하는 토대를 만든 공로를 인정받아 호암재단에서 수여하는 호암상 공학상을 받았다. 승 교수와 리 교수는 1999년에 인간의 뇌 신경 작용에 영감을 얻어 인간의 지적 활동을 그대로 모방한 컴퓨터 프로그램을 세계 최초로 공동 개발했고 관련 논문을 과학전문 잡지인 네이처지에 발표하기도 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 2003년 각 계열사에 산재해 있던 인재개발 분야를 통합해 현대기아차 인재개발원을 만들었다. 현재 현대기아차그룹이 운영하는 연수원은 총 5곳이다. 2005년부터는 인터넷 기반의 교육 시스템을 마련하고 2007년에는 역량 기반의 평가와 교육 제도를 도입해 도전, 창의, 열정, 협력, 글로벌 마인드를 갖춘 인재를 육성하는 데 애쓰고 있다. 사이버 학습 과정에 영어, 중국어 등의 어학교육을 대폭 늘리고 본사 사옥에는 원어민들이 항시 상주하는 영어학습센터를 운영하며 오프라인 교육도 강화하고 있다.

LG그룹은 지난 4월 국내 최대 규모 융복합 연구단지 ‘LG사이언스파크’의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총 4조 원이 투입된 LG사이언스파크에는 축구장 24개 크기인 약 17만㎡ 부지에 연면적 111만㎡ 규모의 20개 연구동이 들어섰다. LG사이언스파크에는 2020년까지 연구인력 2만2000여 명이 집결해 업종과 소속 회사의 경계를 넘어 이종사업 간 융복합 연구를 자유롭게 진행하게 된다. 연구단지의 설계 또한 융복합 연구에 걸맞게 이뤄졌다. 단지 중앙을 관통하는 일직선 대로와 연구동들을 연결한 지하 1층의 통로, 연구동 사이를 이어주는 공중다리 등은 다양한 전공과 기술 분야의 연구원들이 자연스럽게 마주치고 소통할 수 있도록 했다.

SK그룹은 인재 등용의 폭을 넓히기 위해 끼와 열정, 도전정신으로 뭉친 신입사원을 선발하는 ‘바이킹 챌린지’를 도입했다. 2013년부터 시행해 이제는 대표적인 탈(脫)스펙 채용 전형으로 자리 잡은 바이킹 챌린지는 최소한의 개인 정보와 스토리 중심의 자기소개서로 1차 서류심사를 실시하고 개인 역량을 소개하는 프레젠테이션과 심층면접 그리고 인턴십을 거쳐 채용하는 SK 특유의 신입사원 채용 프로그램이다.

롯데그룹은 이번 하반기 채용부터 전 계열사 서류전형 심사에 AI 시스템을 활용해 공정성과 객관성을 높이고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지난 상반기 롯데백화점 등 5개 계열사 서류전형 심사에 AI 시스템을 시범 사용한 결과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둔 것으로 자체 평가했고 이를 전 계열사에 확산시켰다”고 말했다. 또 자기소개서 표절 분석을 통해 자기소개서의 표절률이 높게 나타나는 지원자에게는 불이익을 주고 있기도 하다.

KT는 지난해 ‘스타오디션’을 진행해 신규 직원을 채용했다. 스타오디션은 블라인드 채용 방식의 하나로 지원자로 하여금 학력, 지역 등을 기재하지 않고 직무와 연관된 경험과 포부를 5분간 자유롭게 발표하도록 하게 한 뒤 채용하는 것이다. KT는 올해도 이 방식으로 신규 직원을 채용할 방침이다.

유회경 기자 yoolog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