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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후여담 게재 일자 : 2018년 11월 29일(木)
경복궁 영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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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수 조사팀장

왕궁은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적 전통성에 대한 상징이다. 경복궁은 조선 시대를 대표하는 건축물로 역사적 가치가 매우 크다. 태조 이성계가 조선 건국 후 한양 천도 때 가장 먼저 지어진 법궁으로, 삼봉 정도전이 이름을 지었다. ‘시경’에 나오는 ‘이미 술에 취하고 덕에 배불렀으니, 군자는 만 년 동안 큰 복을 누리시라.’(旣醉以酒 旣飽以德 君子萬年 介爾景福)에서 끝 두 글자 ‘景福’을 딴 것으로, ‘큰 복’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정작 복보다는 화가 더 많았다. 경복궁은 임진왜란 때 소실된 후 무려 270년간 폐허로 방치됐다. 1865년 흥선대원군에 의해 다시 지어졌으나 일제강점기에 철저하게 파괴됐고, 1990년 시작돼 2030년을 목표로 복원사업이 진행 중이다.

경복궁 서쪽 문인 영추문(迎秋門)이 1975년 복원된 이후 43년 만에 오는 12월 6일 전면 개방된다. ‘가을을 반긴다’는 의미의 영추문은 궁내에 근무하던 관료들이 출퇴근하던 문이었다. 1398년 제1차 왕자의 난 현장이었고, 이방원이 이 문을 통해 밖으로 달아났다는 기록도 있다. 1894년 일본군이 경복궁을 무단 점령했을 때도, 1896년 아관파천 때 고종이 궁녀 가마를 타고 몰래 빠져나간 곳도 영추문이다. 일제에 의해 1926년 문 앞에 전차 종점이 만들어지면서 주변 담벼락과 함께 사라졌다. 그 후 경복궁 4개 대문 중 유일하게 원형인 석축(石築)이 아닌 콘크리트로 급히 만들었다. 게다가 본래 위치가 아닌, 남쪽으로 50m 아래에 설치됐으나 청와대 외곽 경호를 맡던 수경사 30경비단이 주둔하면서 일반인 출입이 금지됐다. 이래저래 경복궁과 함께 슬픈 사연을 간직한 역사의 현장이다.

영추문 주변은 역사와 문화의 보물창고다. 문 입구 쪽은 한글이 만들어진 집현전이 있던 자리다. 18세기 후반까지 영추문 맞은편 부근은 추사 김정희의 집이기도 했다. 미당 서정주와 김동리 등이 만든 한국 최초의 문학동인지 ‘시인부락’이 탄생한 곳도 문 앞에 자리 잡은 ‘보안여관’이다. 영추문 근처는 시인 이상과 윤동주 노천명, 화가 이중섭 천경자 등이 활동하던 공간이었다. 문 건너편 서촌에 자리한 한옥에선 옛 정취를 느낄 수 있고, 요즘은 젊은 예술가들이 찾아들면서 열정과 활기가 넘친다.

영추문 개방을 계기로 경복궁뿐 아니라 경희궁과 덕수궁도 하루빨리 원래 모습을 되찾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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