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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후여담 게재 일자 : 2018년 11월 30일(金)
無최루탄 2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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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회평 논설위원

긴박한 사진 한 장이 오래된 기억을 깨운다. 기저귀 찬 두 딸을 양손에 잡고 황급히 달아나는 여인 뒤로 뽀얀 최루탄 연기가 보인다. 중남미 이민자 행렬 ‘캐러밴’이 멕시코 국경을 넘어 미국으로 들어가려는 것을 경비대가 진압하는 장면이다. 미국 안팎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어린이에게 최루탄을 쏘는 ‘악인’으로 성토하지만, 버락 오바마 정부 때도 불법 월경에는 비슷하게 대응했다고 한다. 주요 언론 1면을 장식한 이 사진을 찍은 이가 한국인 기자라서 국내에서도 화제가 됐다. 비슷한 시점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 거리에선 유류세 인상에 반대하는 ‘노란 조끼’ 시위대에 경찰이 최루탄과 물대포를 퍼부었다. 최고 인권국을 자처하는 나라들의 최루탄, 좀 낯설다.

한국에서 최루탄은 민주화와 동행했다. 1960년 4월의 김주열, 1987년 6월의 이한열은 시국의 물줄기를 바꿨다. 가장 매서웠던 시기가 1980년대다. 전두환 정권 후반 3년간의 사건 기자 때는 평소엔 출입하던 대학에서, 1987년에는 거리에서, 5월이 되면 광주로 내려가 최루가스를 마시곤 했다. 학생·시민이 시도 때도 없이 곤욕을 치렀지만, 기자들로서도 수난의 시절이었다. 민주화 시위가 절정에 달했던 1987년엔 67만 개가 넘는 최루탄이 터졌다. 그해 최루탄 제조업체 삼양화학공업의 한영자 회장은 쟁쟁한 대기업 오너를 제치고 소득세 1위에 올랐다. 시대가 만든 희극이다.

경찰은 1998년 9월 3일 만도기계 노사분규를 끝으로 20년간 무(無)최루탄 원칙을 지켜오고 있다. 외환위기를 겪지 못한 세대에겐 ‘눈물·콧물 나는’ 추억도 없는 셈이다. 수요처를 잃은 최루탄 업체들은 도산하거나 전업했고, 일부는 수출로 버텼다. 한국산 최루탄은 터키·바레인 등에서 명맥을 유지하며 적잖은 희생자를 냈다. 그 나라 시민단체가 한국 정부에 수출 금지를 요구할 정도였다. 경찰서에 보관하던 재고 최루탄은 경찰청의 지침에 따라 지난 3월부터 ‘최소 필요량’만 남기고 폐기되고 있다.

최루탄 퇴장 후 그 자리를 차벽과 살수차가 이어받았다. 그나마도 지금 정부 들어 진보 성향 인사 위주로 구성된 경찰개혁위원회 권고에 따라 사실상 금지됐다. 집회·시위의 자유 못지않게 시민의 안전·편의도 중요하다. 공권력이 무시를 넘어 조롱당하는 세상이다. 차·포까지 떼고 시위대를 상대하라는 게 과연 최선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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