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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정준모의 미술동네 설설 게재 일자 : 2018년 12월 03일(月)
秋史의 ‘불이선란도’ 등 304점 기증… ‘감사’를 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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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희, 불이선란도, 19세기, 종이에 수묵, 55.0×31.1㎝.
손세기·손창근 컬렉션 國博에
미술품 기부에도 세제혜택을


한국미술에 관심이 아예 없거나 문외한을 자처하는 이도 추사 김정희(1786~1856)의 대표작 ‘세한도’(1844, 종이에 수묵, 23×69.2㎝)나 ‘불이선란도’(1800년대, 종이에 수묵, 55.0×31.1㎝, 국보 180호)는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추사의 대표작이자 조선 후기 미술의 걸작으로 일컬어지는 그림들이다. 하지만 이렇게 귀하다고만 알고 있던 그림들을 우리가 직접 볼 기회는 그리 많지 않았다. 왜냐하면 많은 국보 보물급 문화재는 국립중앙박물관이나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개인이 소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라 형편이 어렵던 시절, 이런 주요작품들이 끼니를 연명하기 위한 수단이 돼 저잣거리로 나왔다. 하지만 국립중앙박물관이나 국립현대미술관도 이들 유물을 거둘 여력이 없었다. 작품수집 예산은 지금도 적지만 그전에는 없는 것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많은 문화재와 미술품이 일제강점기에는 일본인 손에, 해방 후 나라가 혼란스럽던 시절에는 눈 밝은 외국인의 수중으로 들어가 나라를 떠났다. 이런 상황에서 일제강점기 우리 문화재를 거둔 이가 간송이라면, 6·25 전쟁 후 지금까지 문화재·미술품을 보듬어 안은 이들은 대부분 양식 있는 부자들이었다. 그리고 이제 이들이 그간 큰 재산을 털어 소장했던 문화재와 미술품들을, 나라 형편이 조금 나아지면서 이를 제대로 건사할 여력이 생긴 국가기관에 기증하거나 직접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건립해 시민들의 품으로 돌려보내는 사례가 점차 늘고 있다.

지난주 우리가 책으로만 보고 들었던 추사의 진면모를 알 수 있는 ‘부작란도’라고도 불리는 ‘불이선란도’나 ‘잔서완석루’, 15세기 최초의 한글서 ‘용비어천가’ 초간본(1447)과 겸재 정선(1676~1759)의 ‘북원수회첩’(1716년 이후), 단원 김홍도(1745~1806?)의 ‘비로봉도’ 등등 주옥 같은 우리 문화재 202건, 304점을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한 석포 손세기(1903~1983) 선생과 그의 아들 손창근(1929~ )의 경우도 이에 해당한다.

▲  정준모 큐레이터·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
사실 이들 부자의 사회적 환원, 공유경제의 실천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서강대 박물관은 손세기 선생이 생전인 1973년 ‘양사언필 초서’(보물 1624호) 등 고서화 200점을 기증해 개관이 가능했다. 또 대를 이어 손창근은 2008년 국립중앙박물관회에 연구기금으로 1억 원을 내놓았고, 2012년에는 50여 년간 심고 가꾸어 온 경기 용인 소재 남산 면적의 2배가 넘는 1000억 원대 숲을 국가에, 또 2017년에는 미수를 맞아 50억 원 상당의 건물과 함께 1억 원을 카이스트에 기부했다.

이들 손 씨 부자의 선한 뜻에 누가 될까 조심스럽지만 사실 이런 나눔, 공유에 대해 우리 사회와 정부의 인식이나 태도는 너무나 무관심했거나 당연시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화와 예술은 교육과 마찬가지로 국가가 개입하는 것보다 민간이 움직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치나 정파의 이념이나 이익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하기 때문이다. 또 이런 선행들이 보다 활성화돼 온 국민의 마음을 잠시나마 보듬어 주고 우리의 문화재·미술품들이 국민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사실 외국의 주요미술관이나 박물관들은 그것의 설립주체가 누구건 간에 기부금은 물론, 현물 즉 문화재나 미술품을 기증할 경우에도 이를 현금으로 환산해 거의 무제한 세액공제를 해주고 있다.

내년 세제개편안을 보면 기부문화 활성화를 위해 세제지원을 확대한다지만 여전히 형식적이며 문화예술계가 지난 10여 년간 요구해온 문화재·미술품 물납과 기증 시의 세제혜택은 없다.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아 시가가 없는 비상장주식도 세금으로 물납이 가능한데, 양도소득세를 내는 미술품이나 문화재는 왜 안 되는 것일까.

통 크고 멋지며, 존경받는 부자들이 망설이지 않고 세상에 나올 수 있도록 제도나 시스템을 만드는 것도 국가의 책무일 것이다.

큐레이터·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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