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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이강희의 맛있는 술 이야기 게재 일자 : 2018년 12월 03일(月)
맥주 거품이 일궈낸 노벨물리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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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접근하기 쉽고 편한 느낌을 주는 단어들도 있지만 보는 순간 머릿속에서 복잡한 연산이 떠오르거나 가슴을 답답하게 하는 단어들도 있다.

예를 들어 ‘beer’나 ‘맥주’ 같은 단어를 보면 불편함보다는 편안함을 느끼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학교에서 배우는 많은 과목 중에 ‘물리’라는 과목이 있다. 이 단어를 보는 순간, 머리가 복잡해지는 것은 한두 사람만의 반응은 아닐 듯하다. 특히 ‘입자 물리학’은 그 정도가 더 심하다. 하나의 조합으로 만들기에 어려워 보이는 이 두 가지를 이용해 새로움을 만들어낸 젊은 과학자가 있었는데 거품상자를 발명해 낸 ‘도널드 글레이저’ 교수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1926년에 태어난 그는 물리학과 수학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23세이던 1949년에는 캘리포니아공대에서 물리학 박사가 되었고 미시간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1952년 글레이저는 맥주를 이용한 거품상자(Bubble Chamber)를 발명하게 된다. 처음에는 맥주를 마시면서 멍하니 맥주를 바라보다가 올라오는 기포에 영감을 얻어 거품상자를 만들었다고 알려졌으나 2006년에 이러한 설을 스스로 반박하며 초기 연구에 맥주를 사용해 실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입자탐지를 위한 도구는 거품상자가 처음은 아니었다. 이전에 사용되던 도구는 스코틀랜드의 찰스 톰슨 리스 윌슨이 만든 안개상자(cloud chamber)였다. 취미로 등산을 하던 윌슨은 벤네비스 근처에 있는 산에 올랐다가 안개가 끼어 있는 모습에 아이디어를 얻어 안개상자를 발명하게 됐다. 밀봉된 상자에 과포화 상태인 기체를 담아 놓은 것인데 입자가 이 기체 속을 통과하면서 그 궤적에 따라 기체의 응축을 일으켜 액화된 방울이 생기도록 설계한 장치다. 너무 작은 입자여서 볼 수 없지만 이렇게 만들어지는 물방울들로 입자가 지나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 그러나 수증기나 질소기체 같은 기체들로 채워지다 보니 밀도가 낮아 에너지가 큰 입자로 실험할 때에는 아무런 저항 없이 지나가게 돼 제대로 된 반응을 관찰할 수 없었다. 상자 내부를 기체상태로 만들어야 해 실험할 때마다 시간이 소요된다는 단점도 있었다. 이러한 단점과 사용에 민감한 부분이 많았던 안개상자를 보완해 글레이저는 맥주로 가득 채워진 거품상자를 만들게 된 것이다. 거품상자는 기체들이 액체로 변화되는 궤적을 보는 안개상자와 반대로 액체 상태의 내용물들을 과열시킨 상태에서 입자가 통과하면서 만들어 내는 기체들의 궤적을 관찰하는 원리로 만들어졌다.

당시에 만들어진 거품상자는 오늘날의 입자 물리학이 존재하고 발전할 수 있게 했다고 할 정도로 많은 영향을 끼쳤다. 글레이저가 만든 거품상자는 본인은 물론, 많은 물리학자가 다양한 입자들의 운동을 탐지하고 연구하는 데 도움이 됐고 학자들은 입자들의 경로와 수명을 관찰하며 연구를 진행했다. 거품상자 안에서 입자를 쏘면 움직이는 궤적을 통해 입자의 성분을 알 수 있었다. 거품상자 속의 입자궤적을 통해 이상하거나 새로운 입자가 생성되고 전이되며 사라지는 과정을 연구할 수 있었다. 즉 원자핵이 어떻게 분열하고 어떻게 분리된 핵으로부터 새로운 입자가 생성되며, 어떠한 전이 과정을 통해 소멸되는지를 연구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수많은 입자의 존재를 밝혀낸 거품상자를 발명해 낸 공로로 글레이저 교수는 1960년 34세의 나이로 노벨물리학상을 받게 된다.

술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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