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이어 이번엔 소장판사가 實名으로 탄핵반대

- 법관탄핵 후폭풍 확산

수원지법 판사 글 올려
“법관회의 결의 동의못해”
다른 판사들도 동조분위기

수원지법 법관대표 1명
투표기 오작동 표결못해
찬성자數 과반미달 논란

전국법관대표회의의 판사탄핵 의결에 대한 절차적 정당성 등을 놓고 문제 제기가 잇따르면서, 한 소장판사가 처음으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런 가운데 표결 당시 회의장에는 106명의 법관대표가 있었으나 투표기기를 잘못 누르는 등의 사유로 재석자에 포함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표결 무효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3일 법원 관계자 등에 따르면 수원지법의 A 판사는 최근 법원 내부망에 “용기 내어 말씀드린다. 저는 이번 법관회의 결의 내용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그 회의에서 왜 내 의견은 반영될 수 없었는지 의견 수렴과정에 어떠한 문제가 있는지 등은 이제 와서 따지지 않겠다”면서도 “(탄핵 대상으로) 언급되는 몇몇 판사님이 과연 법원행정처에 근무하실 당시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맡았고 어떤 입장이었는지 등을 알지도 못하는데, 탄핵 요구를 할 만한 의사도 분별도 없다. 내가 알지도 못하면서 하게 되는 판단과 결정, 함부로 내뱉는 의견으로 타인의 인생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주고 싶지 않다”고 강조했다.

A 판사는 또 “이번 결의로 주변의 많은 또 다른 판사들이 상처받은 것을 본다”면서 “울분을 토하거나 일상에 집중하지 못하거나, 아니면 방어적으로 더더욱 무관심으로 돌아서거나 하는 식”이라고 법원 분위기를 전했다. 법관회의는 지난달 19일 정기총회에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연루된 판사들에 대해 국회 탄핵소추 절차가 검토돼야 한다는 내용의 안건을 105명 재석자 가운데 찬성 53표·반대 43표·기권 9표로 통과시켰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대부분 판사의 심정이 A 판사와 같다”면서 “느리지만 조금씩 당일 표결에 대한 반발이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법관회의 당일 수원지법 법관대표인 B 판사가 투표기기 오작동 탓에 재석자 수에 포함되지 않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즉 당시 회의장에는 투표에 참여할 수 있는 법관대표가 총 106명이었으나 B 판사가 기기를 잘못 누르는 바람에 재석자에 포함되지 않아 총 105명이 표결에 참여했다는 것이다.

지방법원의 한 판사는 “106명이 현장에 있었다면 과반 정족수는 53표가 아니라 54표로 봐야 한다”면서 “절차 곳곳에서 주먹구구식 과정이 밝혀지면서 법관회의 표결 자체를 무효 선언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커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법관회의 관계자는 이에 대해 “지난 9월 임시회의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해 이번처럼 재석자에 포함시키지 않는 방향으로 처리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또 다른 판사는 “1표 차이로 갈리는 중대한 문제였다면 그대로 급박하게 통과 선언을 할 게 아니라 재투표를 했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앞서 더 근본적으로는 법관회의에 관한 대법원 규칙 제9조 제2항(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의결을 요하는 경우에는 출석한 구성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 등에 따라 표결 참여 인원이 아니라 당초 출석 인원인 114명을 의결정족수로 봐야 한다는 지적도 계속 잇따르고 있다. 서초동의 한 대형 로펌 변호사는 “규칙에 그렇게 규정돼있다면 의결정족수는 114명으로 보는 게 맞는다”고 지적했다.

김리안 기자 knr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