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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김효정의 에로틱 시네마 게재 일자 : 2018년 12월 04일(火)
섹스와 혁명은 같은 것…佛 ‘68혁명 시대’ 性가치를 뒤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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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몽상가들

섹스와 혁명은 어쩌면 같은 것이다. 젊고 뜨거우며, 불가피하다. 그렇기에 인류는 혁명을 하기 위해 섹스를, 섹스를 하기 위해 혁명을 했다. 오시마 나기사,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같은 거장들의 작품은 정확히 그러한 인류적 집행(執行)을 담은 기록 같은 것이었다. 일본의 학생운동이 정점에 이르던 1960년대 말에 만들어진 오시마의 작품은 캠퍼스를 점령해 버린 사회적 분노를 성과 금기에 대한 정면 도전으로 호환해 혁명의 정신과 연대했다. 오시마의 초기 영화들이 섹스의 재현을 통해 저항의 정점을 기록했지만 그 열기를 유지하진 못했다면 베르톨루치는 후반기까지 혁명의 순간과 발자취를 포착했다.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1972)가 관습과 가치의 폭력을 은유적으로 재현했다면 ‘몽상가들’(2003·사진)은 혁명 한복판을 살아가고 있는 세 젊은이, 그리고 그들이 섹스를 나누며 혁명을 시작하고 혁명을 시작하면서 섹스를 나누는 과정을 통해 혁명과 섹스가 사실상 같은 본체를 공유하는 것을 직접 묘사했다.

‘몽상가들’의 배경은 1968년의 프랑스 파리다. 미국인 유학생 매튜(마이클 피트)는 시네마테크에서 영화를 보는 일이 유일한 낙인 지독한 영화광이다. ‘68혁명’의 기운이 응집되는 가운데 시네마테크의 수장이었던 앙리 랑글루아가 해임되고, 극장을 지키기 위한 학생들의 투쟁이 시작된다. 매튜는 시위장에서 쌍둥이 남매 이사벨(에바 그린), 테오(루이 가렐)와 마주친다. 수려한 외모로 늘 시선을 잡아끌던 남매라 이들과 가까워지는 것이 그는 반갑다. 남매는 이방인 매튜를 집으로 초대하며 스스럼없이 대한다. 영화와 혁명에 대한 토론을 이끌어 가는 매튜는 이사벨과 테오, 그리고 그들의 부모님에게까지 환심을 산다.

▲  김효정 영화평론가
이사벨과 테오의 부모님이 한 달간 여행을 떠나게 되고 남매는 매튜에게 같이 지낼 것을 제안한다. 루브르박물관에서 달리기 경주를 하거나 시도 때도 없이 영화 속 장면을 흉내 내는 남매의 기행에 길들여질 무렵 매튜는 이들이 나체로 한 침대에 누워 자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가까스로 묵인하고 있던 매튜에게 남매는 게임을 제안한다. 영화 제목을 맞히는 게임에서 매튜는 지게 되고 테오는 매튜에게 벌칙으로 자신의 눈앞에서 이사벨과 섹스할 것을 요청한다. 완강하게 반대했지만 이미 옷을 벗은 상태로 자신에게 다가오는 이사벨을 보는 순간 매튜는 항복하게 된다. 결국 테오 앞에서 이사벨과 매튜는 관계를 갖고 바닥에 흐른 피로 매튜는 이사벨이 첫 경험이었음을 알게 된다.

미안함과 설렘이 교차하면서 매튜는 이사벨에게 완전히 빠진다. 이런 발칙한(?) 게임 후에도 삼인방은 한 몸처럼 붙어 지낸다. 밤이면 와인을 마시고 눈을 뜨면 혁명과 영화에 대해서 갑론을박하는 것이 이들의 일상이다. 그러나 매튜는 내내 자신과 사랑을 나누고도 밤이 되면 테오의 방에 가서 잠들기를 원하는 이사벨에게 화가 난다. 매튜는 이사벨을 데리고 밖으로 나간다. 평범한 파리의 커플처럼 이들은 극장에 가고 맨 뒷자리에 앉아 애무를 나눈다. 그럼에도 매튜는 테오의 부재를 견디지 못하는 이사벨의 불안함을 읽는다. 결국 이들은 테오의 품으로 돌아가고 몇 병 남지 않은 와인을 들이켜며 셋은 다시 혁명을 꿈꾼다. 이사벨을 사이에 두고 테오와 매튜는 잠이 든다. 여행에서 돌아와 벌거벗은 남매와 매튜가 뒤엉켜 잠든 것을 본 부모는 경악하지만 조용히 아파트를 떠난다. 발각됐다는 걸 알게 된 이사벨이 자살을 시도하는 순간, 창문 밖에서 돌멩이가 날아온다. 투쟁이 시작된 것이다. 이들은 시위대에 참여한다. 테오는 화염병을 들고 이사벨은 늘 그랬듯이 그의 손을 잡는다.

이 영화의 표피에는 근친성애와 ‘스리섬’ 등의 파격적인 성 묘사가 만연하지만 영화의 시침(時針)은 여전히 가치 전복을 위한 투쟁을 향한다. 금기에 맞서는 것으로 시작된 세 젊은이의 작은 혁명이 드디어 세상 밖으로 나가는 것이다. 68혁명은 실패했지만 말미에 이들이 마침내 시위의 거리로 나가는 것은 베르톨루치를 포함한 모든 레지스탕스의 염원일 것이다. 이 영화의 엔딩에서 혁명은 다시 시작된다.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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