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관대표회의 ‘탄핵 회의록’ 보니>새치기 처리·일방 결의·익명 회의록… 정치편향이 부른 ‘法亂’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좌불안석? 김명수(오른쪽 세 번째) 대법원장이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사법정책연구원 국제 콘퍼런스에 참석해 발표를 듣고 있다. 김동훈 기자 dhk@

- 회의록서 드러난 문제점

13명 현장서 안건 발의 이후
旣存상정 안건보다 우선처리

“헌법위반행위에 인식 같이해”
단정적 결의안 구성 의결통해
‘탄핵반대’ 법관 목소리 ‘실종’

檢수사 관련 입장 논의했던
종전 실명 회의록과 대조적

최근 ‘동료 판사 탄핵’ 결의안을 의결한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안건 상정부터 결의안 통과, 그 후 익명 회의록 공개까지 ‘총체적 부실’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상당수 판사의 의견이 묵살된 전국법관대표희의는 특정 이념을 추종하는 진보 판사들의 놀이터로 전락” “논의·의결 과정이 정치인보다 더 정치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반영되지 않은 목소리 = 4일 윤한홍 자유한국당 의원이 공개한 법관대표회의 회의록에 따르면 가장 큰 문제는 결의안 구성에 반대 법관들의 목소리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법관대표회의는 “징계절차 외에 탄핵소추 절차까지 함께 검토돼야 할 중대한 헌법 위반행위라는 데 대해 인식을 같이한다”고 ‘단정적’으로 의결했으나 ‘인식을 같이하지 않은’ 법관들의 목소리가 실종됐다는 의미다. 실제 회의에서는 동료 법관 탄핵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컸다. 한 법관대표는 회의에서 “(자체 설문조사에서) 반대 의견 중 권력분립 원칙상 국회에서 해야 할 일을 법원에서 언급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나 사법부의 내분을 보여줄 뿐이지 국민신뢰회복에 도움이 될 것인지 의문이라는 의견이 나왔다”고 말했다. 또 다른 법관대표는 “사실관계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법원이 특정 행위를 규정해 헌법 위반행위라고 선언하는 것은 섣부르다”고 지적했다.

◇순서 뒤바뀐 안건 상정 = 당초 동료 법관 탄핵안은 이날 안건으로 발의되지 않은 상태였다. 그럼에도 법관대표회의의 부의장인 최한돈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등 13명이 당일 현장에서 해당 안건을 발의한 뒤 다른 안건에 비해 우선순위로 처리됐다. 최 부장판사는 진보 성향의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원이다. 이에 대해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왔으나 묵살됐다. 한 법관대표는 “이미 안건 상정순서를 정한 마당에 이 안건이 꼭 지금 심의해야 하는 것처럼 시급한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법관대표는 “의견수렴 할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면서 “예전에 수사촉구 결의안을 채택할 때만 해도 논의 시간이 충분했으나 이번에는 시간이 너무 부족해서 전체 법관들의 의사 수렴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비실명 회의록 = 법관대표회의 후 법원 안팎에서 회의록을 공개하라는 지적이 빗발치자 쫓기듯 공개한 회의록은 비실명이었다. 지난 6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 입장을 묻는 법관대표회의 회의록에 실명과 발언 내용이 모두 담긴 것과 대조적이다. 윤 의원은 “발언의 후폭풍을 감안, 발언자의 책임을 회피하고자 하는 의도로 볼 수 있다”면서 “스스로 떳떳하지 못함을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사실상 그 순기능을 상실한 법관대표회의를 그대로 두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지 향후 사법개혁특별위원회 등을 통해 무엇이 사법부의 독립과 공정함, 정치적 중립을 위해 옳은지 살피겠다”고 밝혔다.

임정환 기자 yom7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