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법원장 후보 추천제’? 선거판 만들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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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대법원장 임명 이후 지속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법원 내 주도 세력 교체가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의정부지법과 대구지법에서 시범 시행되는 ‘법원장 후보 추천제’를 통해서다. 그간 법원장은 인사권을 가진 대법원장이 일괄 임명했지만 추천제가 시행되면 법원 소속 판사들이 후보 2∼3명을 우선 추리면 대법원장이 그중에 임명하게 된다.

대법원장이 최종 임명하는 형식을 취하기는 했지만 사실상 선거와 다를 바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치권에서 수차례 보여줬듯 선거 결과는 ‘조직’이 좌우한다. 전체 민심과는 별도로 조직을 장악하는 자가 선거에서 승리하는 것은 ‘불문율’이다. 현재 법원 내에서 가장 강력한 조직은 진보 성향 법관들의 모임이다. 지도부의 과반수가 진보 성향 법관 모임 출신으로 알려진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최근 판사 탄핵 결의안이 다수결로 통과되는 모습도 그와 다르지 않았다. 더욱이 법원장 후보 요건은 ‘법조 경력 15년 이상 법관’이 전부다. 지금까지는 경력 20년 이상인 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지낸 법관이 법원장에 임명됐지만 이제는 지방법원 부장판사도 곧바로 법원장이 될 수 있게 됐다. 전임자보다 13기수 어린 김 대법원장 자신도 파격 인사의 주인공이었다.

세대교체가 나쁘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러나 ‘그들만의 리그’ 속에서 오늘도 판결문 앞에서 밤새 씨름하는 침묵하는 다수가 소외된다면 법원의 장래는 어둡다. 김 대법원장은 4일 사법정책연구원 국제콘퍼런스 대회사를 통해 “시간은 가장 훌륭한 재판관”이라는 라틴어 격언을 인용했지만 시간이 그에게 우호적일 것 같지는 않다. “선·후배 판사들의 인기를 얻어 당선되면 법원장이 될 수 있는데 누가 기록만 보고 재판만 하려 하겠느냐”는 한 법관 출신 변호사의 지적이 기우이길 바란다.

임정환 사회부 기자 yom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