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北 ‘남침과 도발’ 사과가 필수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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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 前국가안보전략연구소장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역만리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끈질기게 설득해 김 위원장 답방에 대한 묵시적인 동의를 얻어냈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내년 1∼2월에 2차 미·북 정상회담을 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만큼 김 위원장이 서울 답방을 통해 진전된 비핵화 복안을 학습할 기회를 갖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다. 청와대는, 김 위원장은 말한 것은 반드시 지키는 신실한 지도자라고 추켜세우고 있다. 남북관계에 올인 하는 청와대로선 김 위원장의 답방이 필수불가결하다.

이제 공은 평양 코트로 넘어갔다. 김 위원장이 겨울철 서울에 와서 1박2일 동안 얻을 수 있는 것은 민족 공조를 통한 남남갈등과 한·미 관계 약화 등일 것이다. 특히, 내년 2차 미·북 정상회담 이후 서울을 방문해도 늦지 않은데, 청와대에서 서둘 답방 약속을 지키라고 강권하고 있으니 고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문 대통령은 “답방을 두고 국론 분열이 있을 수 없다”면서 “보수·진보가 따로 있고, 여야가 따로 있겠나. 모든 국민이 쌍수로 환영해 줄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초청하는 문 대통령 입장에서 국빈 대우로 김 위원장을 환영하고 싶은 마음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서울은 평양이 아니다. 국민 여론에 의해 움직이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다. 한국 사회가 김 위원장에 대해 환영 일색일 수만은 없다. 김 위원장 집권시대에 발생한 일이 아니라는 이유로 지난날의 행태에 대해 무조건 면책이 있을 수는 없다.

1950년 북한의 남침 이후 평양이 서울에 대해 행해온 도발적인 과거에 대해 최소한의 사과와 유감 표명이 있어야 한다. 수십 차례에 걸친 대남 무력도발을 비롯해 한국의 대통령에 대한 위해 위협, 민간인 납치 등 적대적인 불법 행위에 대해 진심 어린 발언이 있어야 한다. 현충원에 가서 형식적인 참배라도 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체제다. 사회주의 계획경제를 표방하는 독재 체제의 최고지도자가 서울에 와서 하는 행동에는 분명 절제가 있어야 한다. 남북 두 지도자가 방남 기간에 ‘우리민족끼리의’ 민족 공조를 수차례 강조하겠지만, 한·미 동맹을 훼손하는 발언이나 행동은 수용할 수 없다. 특히, 한국 안보의 근간을 흔드는 일탈 행보에는 단호히 선을 그을 수밖에 없다. 김 위원장의 방남이 남남갈등 악화의 계기가 돼선 안 된다.

마지막으로,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은 북한 비핵화에 일조해야 한다. 문 대통령은 “답방 자체가 세계에 보내는 평화적 메시지, 비핵화 의지, 남북관계 발전 의지로 본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선대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지키지 못한 약속을 이행한다는 차원을 넘어 비핵화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의 회담만 세 차례 열렸지만, 핵 폐기의 출발점인 신고·검증에 대한 어떤 실질적 진전도 없는 상태다. 퍼포먼스 위주의 정상회담은 훗날 부작용이 작지 않다.

상호 서울·평양 교차 방문이 진행되는 기간에도 북한 핵무기의 원료가 되는 플루토늄과 우라늄이 지속적으로 추출되고 있다는 사실을 결코 망각해서는 안 된다. 비핵화에 기여하지 못하는 북한 최고 지도자의 방남은 종국적으로 국제사회의 제재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비핵화를 미룬 채 우리 민족끼리 코드로 시간을 버는 것은 북한이 파키스탄의 ‘핵 있는 평화론’으로 가는 첩경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