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혈병 딛고 ‘불수능’ 만점 통지표 받은 김지명 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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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분간 좋아하는 게임하고
밀린 영화 보며 쉴 것”

“노력 결실 얻어 정말 기분 좋아
정시서 서울대 의대 지원할 것”

“노력한 결과를 얻게 돼 더할 나위 없이 기분이 좋고 떨리기까지 합니다. 당분간 좋아하는 게임도 하고, 밀린 영화도 다 보면서 휴식을 취하고 싶네요.”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통지표 배부일인 5일, 수능 만점을 받은 서울 도봉구 선덕고 3학년 김지명(18·사진) 군은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 같은 소감을 밝혔다. 백혈병 환자로 보이지도 않았고, 여느 청소년들과 다를 바 없이 게임을 즐겨하는 학생이었다. 김 군은 “주변에 시험을 다 잘 본 친구들만 있는 건 아니라 조심스럽지만, 그냥 정말로 기분이 좋다”고 했다. ‘불수능’ 평가를 받은 이번 시험에서 김 군의 통지표엔 전 과목(국어·영어·수학·한국사·화학Ⅰ·생물Ⅱ)의 표준점수 최고점이 적혀 있었다. 절대평가인 영어 영역에서 일부 문항을 틀렸지만, 만점으로 인정받았다. 김 군은 수능 가채점 때부터 만점을 받았는데 이날 통지표로 공식 확인됐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올해 수능 만점자로 발표한 9명 가운데도 김 군의 이름이 포함돼 있다.

김 군이 통지표를 받을 때 교실에선 축하의 박수가 터졌다. 주변 친구들과 교사들은 진심으로 김 군의 쾌거를 기뻐했다. 김 군은 오히려 “모두가 원하는 성적을 받은 것은 아니므로 차분히 통지표를 받았다”며 친구들을 배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진동주 선덕고 3학년 부장교사는 “학교 설립 이래 처음 만점자를 배출해 교사와 학생들이 내 일처럼 기뻐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군은 초등학교 6학년 때 급성 골수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김 군은 “어린 나이에 항암치료를 시작했는데 저는 예후가 그래도 희망적인 편이었다”며 “치료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학교에 못 나가는 만큼 더 열심히 공부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밝혔다.

김 군은 집과 학교를 오가며 인터넷 강의로 부족한 내용을 보충했고, 선덕고에 3년 장학생으로 입학했다. 고교에 진학해서도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았다.

김 군의 만점 소식은 지역사회에도 큰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강남, 서초 등에 비해 교육환경이 열악한 지역으로 인식된 도봉구에서 만점자가 나오자 학교 인근 아파트 단지에는 ‘축하 현수막’이 걸렸다. 학교 측에는 응원·축하 전화가 쇄도하고 있다. 학교 측은 이날 오후 김 군의 어머니가 운영하는 추어탕 식당에 축하인사를 갈 예정이다. 김 군은 “의사의 꿈을 이루기 위해 정시에서 서울대 의대에 지원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기윤 기자 cesc3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