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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한반도 정찰記 게재 일자 : 2018년 12월 05일(水)
핵 벙커도 통신망 깨지면 無用之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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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준 논설위원

KT 화재로 軍 통신망 불통 42건
北 테러·사이버·EMP 대비해야
최신무기 무력했던 越南 전례


지난달 24일 발생한 KT 아현지사 화재 사건은 ‘초연결사회’ 한국 사회가 조그만 사고에도 얼마나 취약한지를 여실히 드러냈다. 전화 연결은 물론 카드 결제도 안 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심지어 군(軍) 통신망 불통도 42건 발생했다. 국방부는 “무선통신, 위성통신망 등 다른 수단으로 대응했고, 작전 통신망에는 이상이 없었다”고 해명하고 있으나, ‘전시(戰時) 청와대’라 불리는 ‘B1(남태령 벙커)’과 용산 한미연합사령부를 연결하는 합동지휘통제체계(KJCCS) 등에 이상이 생겼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다른 통신이 이뤄졌다 하더라도 KJCCS가 무너지면, 대북 우위를 자랑하는 ‘네트워크 중심전(Network Centric Warfare)’에 큰 차질이 빚어지기 때문이다.

네트워크 중심전은 전 작전 요소가 네트워크를 통해 정보를 실시간 공유하고 이를 바탕으로 신속한 지휘 결심과 효과적인 타격을 실시한다는 전쟁 개념이다. 이 개념은 1991년 걸프전 이후 현대전의 기본 군사교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를 위해선 지휘(command)·통제(control)·통신(communication)·컴퓨터(computer)·정보(intelligence) 등 5대 요소를 자동화해 전장(戰場)을 한눈에 보면서 전력을 입체적으로 활용해 전쟁을 치를 수 있는 ‘전술지휘자동화체계(C4I)가 필수적이다.

KJCCS는 합동참모본부의 C4I로서, 기존의 지휘소자동화시스템(CPAS·Command Post Automation System)을 개량해 육군(ATCIS)·해군(KNCCS)·공군(AFCCS) 등 각 군이 별도로 구축하고 있던 C4I를 통합한 것이다. 각종 탐지레이더, 무인항공기(UAV), 공중조기경보통제기(E-X), 무궁화 위성 등 다양한 정보수집 자산은 물론 육·해·공군의 각종 타격 자산과 연동돼 있으며, 미군 C4I와도 연결돼 있다. 따라서 KJCCS에 문제가 생기면 한국군 전쟁 수행 능력의 중추신경이 마비된다.

한·미 연합군은 북한의 핵 공격에 대비한 ‘핵 벙커’를 갖추고 있다. 유사시 한국 지도부는 일단 청와대 지하벙커와 용산 국방부 B2에서 지휘하다가, 사태가 심각해지면 대통령 등 전쟁지도부는 B1으로 이동하고, 일반 주요 공무원은 관악산 벙커 B5에 대피하게 돼 있다. B5는 과천정부청사·벙커 B1과 지하로 연결돼 있다고 한다. B1에서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을 지휘하며, 지난해 한·미 연합 지휘소연습(CPX) 키리졸브 훈련도 이곳에서 진행됐다.

한미연합사령부는 용산 미군 기지에 위치한 ‘CC 서울’로 대피했다가, 성남 청계산 지하에 있는 ‘CP 탱고’로 이동해 전쟁을 지휘하게 돼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평택 미군 기지에 위치한 ‘CC 평택’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CP 탱고(TANGO·Theater Air Naval Ground Operations)는 육·해·공군 전구(戰區) 작전을 지휘하는 지휘소(CP·Command Post)를 뜻하며, 그곳에 위치한 벙커는 전술핵 직격탄에도 견딜 수 있게 설계된 ‘폴아웃(Fall-out) 벙커’다. ‘험프리스 탱고’로도 불리는 CC 평택은 백악관 지하벙커, 그리고 지구 종말 핵전쟁 SF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샤이엔산 벙커와 함께 가장 견고한 미국의 3대 핵 벙커로 분류되고 있다.

이러한 한·미 연합군의 핵 방호시설과 그곳에 갖춰진 막강한 C4I 체계에 북한이 맞서는 방식은 테러와 사이버 공격, 그리고 전자기펄스(EMP) 공격일 것이다. 이번 KT 화재사건은 한국군의 C4I가 취약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과거 ‘이석기 RO’ 조직이 국내외 인터넷망의 국내 관문으로 통하는 KT 혜화동 전화국 등을 테러 대상으로 삼았었다는 사실이 폭로된 바 있는데, 이것이 우연만은 아닐 것이다. 또, 북한이 사이버 공격을 멈추지 않고 있다. 9·19 남북군사합의서에 따라 ‘지상과 해상, 공중’에서의 적대행위는 일단 중단했으나, 사이버 공간에서의 침탈은 계속되고 있다. 군 전용망인 국방망이 북한 해커에게 뚫린 정황이 발견된 적도 있다. 현대전 능력이 부족한 북한은 이러한 비대칭 전략으로 한·미 연합군의 틈새를 노리고 있는 것이다.

핵폭발을 이용한 EMP 공격도 대비해야 한다. 핵폭탄이 서울 상공에서 터지면 여기서 발생하는 엄청난 양의 감마선으로 넓은 지역에서 전자기기 파괴·정전·통신두절이 일어날 수 있다. B1 등 주요 핵 벙커에 EMP 방호시설을 갖추고 있으나, 그곳만 보호한다고 C4I가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 다른 곳의 통신이 마비돼도 외부 정보와 차단되기 때문이다. 군 당국은 이번 군 통신망 불통 사건에 대해 ‘별문제 아닌 것을 과장한다’는 식으로 자기변호에 급급하기보다는 이를 계기로 현재 노출된 약점을 보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최신 병기로 무장한 미군이 군화도 제대로 못 갖췄던 북 베트남군에 패했던 경험을 과거 이야기로만 치부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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