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영리병원 첫 인가… 설립 허용된지 16년만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제주 서귀포시 토평동 제주헬스케어타운 내 2만8163㎡ 부지에 47병상 규모로 들어서는 국내 최초의 영리병원인 제주국제녹지병원 전경. 자료사진

원희룡, 녹지국제병원 허가
내년 외국인 대상 조건부로
진보단체 반발에 진통 예상

국내 첫 투자개방형병원(영리병원)인 제주 녹지국제병원이 내년 초 개원한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5일 서귀포시 헬스케어타운에 들어서는 녹지국제병원에 대해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조건부 개원을 허가했다. 지난 2002년 12월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경제자유구역법)이 제정되면서 영리병원 설립이 허용된 지 16년 만이다. 중국 기업인 뤼디(綠地)그룹과 제주도가 투자 양해각서를 체결(2011년 12월)한 지 8년 만에 결실을 봤다. 그러나 의료 영리화에 진보시민단체들이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최종 개원까지 진통이 예상된다.

제주도는 이날 도청 브리핑룸에서 중앙정부의 인허가 절차가 끝난 상태에서 제주에서 찬반 양론으로 갈려 첨예한 대립을 해온 영리병원의 설립에 대해 종지부를 찍으려 한다며 외국인 대상 병원 개원에 대한 최종 인가를 발표했다. 이는 지난 10월 녹지국제병원 숙의형 공론화조사위원회의 ‘개설 불허’ 권고 결정을 뒤집은 것이다. 도 관계자는 “공론화조사위의 권고를 최대한 존중해야 하지만, 행정의 신뢰성과 대외 신인도, 좋은 일자리 창출 등 지역 경제 회복을 고려해 결정했다”고 말했다.

원 지사가 녹지국제병원에 대한 조건부 개원을 허가한 것은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과 함께 불허 시 이에 따르는 후폭풍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부가 병원 건립을 승인했고, 법과 행정적 절차에 따라 지어진 합법적인 병원을 민원을 이유로 불허할 경우 외국 투자가 위축되고, 국제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도 높다. 도 관계자는 “외국 투자에 대한 행정의 신뢰가 깨질 경우 향후 제주도의 투자 유치에 득보다 실이 훨씬 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녹지국제병원 주변 주민들의 개원 허가 요구와 최근 침체된 제주 경제 상황이 원 지사의 결정에 큰 영향을 미쳤다. 주민들은 “녹지국제병원이 개설되면 지역 경제가 활성화되고 의료 관광으로 제주도 관광객 수준의 질적 변화도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공론화조사위는 10월 4일 6개월간 공청회와 설문조사 등 공론화 절차를 거친 끝에 ‘개설을 허가하면 안 된다’고 대답한 비율이 58.9％로, 반대 의견이 허가 의견보다 20％포인트 높게 나타나 개설 불허를 원 지사에게 권고했다.

한편, 제주 녹지국제병원은 서귀포시 동홍동과 토평동 일대 제주 헬스케어타운 안 부지 2만8163㎡(건축면적 5546㎡·연면적 1만8223㎡)에 지하 1층~지상 3층 규모의 병원으로 성형외과, 피부과, 내과(건강검진) 등으로 구성된다. 녹지국제병원은 지난해까지 778억 원이 투입돼 47병상 규모의 병원으로 준공됐다.

제주 = 박팔령 기자 park8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