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형 일자리 무산 위기>광주형 ‘반값임금’에 기득권 잃을라… 현대車 노조, 불법파업 채비

‘임금하향’이유로 강경 반발
“협약 체결하면 총파업 돌입”

광주 노동계가 잠정합의안에 반발해 광주시 노사민정협의회 회의에 불참한 가운데 현대자동차 노조가 ‘광주형 일자리’를 반대하며 또다시 파업카드를 꺼내들었다. 현대차가 영업이익 급감 등으로 최악의 위기 상황을 겪고 있는 가운데, 광주형 일자리가 한국 자동차 산업 몰락과 임금 하향 평준화를 불러온다며 강경 투쟁에 나선 것이다.

현대차 노조는 5일 회사 측과 광주시가 광주형 일자리 협약을 체결하면 총파업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오전에는 울산공장 본관 앞에서 광주형 일자리 협약체결 규탄 집회도 가졌다. 노조는 오는 6∼7일 중 파업 돌입을 검토하고 있다. 광주형 일자리를 파업 압박을 통해 막겠다는 의미다. 노조는 광주형 일자리 철폐를 주장하며 지난달 21일에도 1·2조 각 2시간 파업을 벌인 바 있다. 모두 적법 절차를 거치지 않은 불법 파업이다.

광주형 일자리는 노동자 임금을 반값 수준으로 낮추는 대신 주택·교육·의료 등을 지원해 실질임금을 높여주는 정책이다. 광주시와 현대차가 광주에 합작법인을 세워 연간 10만대 생산 규모의 경형 SUV 공장을 짓고 1만2000여 개 직간접 일자리를 창출하는 게 목표다.

노조는 이 광주형 일자리가 자동차 과잉 공급으로 인한 한국 자동차 산업의 몰락과 반값 임금으로 인한 자동차업계의 임금 하향 평준화를 불러올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노조의 광주형 일자리 반대는 반값 공장으로 인한 기존 자동차 공장의 임금 등 기득권 저하를 우려한 이기주의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광주형 일자리는 울산에서는 고임금 등으로 채산성이 맞지 않는 차종을 임금이 싼 광주공장에서 생산하려는 측면이 많다”며 “이럴 경우 현대차의 생산체제는 더욱 다변화되고 경쟁력이 향상되는데도 노조는 자신들의 이익만 고려, 반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의 경영 환경이 갈수록 악화되는 상황에서 노조의 파업까지 잇따라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실제 현대차의 지난 3분기 영업이익이 2889억 원으로 지난해 3분기에 비해 76.0% 줄어든 데다, 지난 11월 자동차 판매 실적도 전년 대비 4.2%가 줄어드는 등 경영 환경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울산 = 곽시열 기자 sykwa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