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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주철환의 음악동네 게재 일자 : 2018년 12월 06일(木)
사랑은 지울 수 있지만… 기억은 세월만이 덮을 수 있어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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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문세 ‘기억이란 사랑보다’

‘난 너를 사랑해/이 세상은 너뿐이야/소리쳐 부르지만/저 대답 없는 노을만 붉게 타는데’. 술도 안 마신 ‘별밤’ 예비역들과 출구 없는 ‘빅뱅’ 동료들(?)이 군가도 아닌 연가를 어둠 속에서 합창한다. 가사며 멜로디, 박자가 일사불란하다. 감상을 넘어 감동의 기립으로 이어지는 세대 공감의 광화문연대는 ‘서로가 말은 못하고/마지막 찻잔 속에 서로의 향기가 되어’(‘이별 이야기’) 뜨겁게 결집한다. 불이 켜지면 무안한 듯 세월의 무상함을 슬픔의 언어로 나눠 갖는다. ‘이대로 떠나야만 하는가/너는 무슨 말을 했던가/어떤 의미도/어떤 미소도/세월이 흩어가는 것’(‘그녀의 웃음소리뿐’).

‘이 세상 살아가다 보면’ 어느 지점에선가 행운은 만나는 것이고 행복은 만드는 것이란 진리를 깨닫게 된다. ‘나는 행복한 사람’으로 새장을 열었지만 가수 이문세(사진)는 ‘귓가에 지저귀던 파랑새/마음에 파닥이던 파랑새’를 찾지 못했다. ‘온종일 비 맞으며’(‘빗속에서’) 알람브라 궁전 밖에서 ‘슬픔보단 기쁨이 많은 걸 알게’ 될 즈음 ‘사랑은 아름다운 꿈결처럼/고운 그대 손을 잡고 밤하늘을 날아서/궁전으로’(‘깊은 밤을 날아서’) 진입한다. 작곡가 이영훈과 손잡으니 슬픔은 정갈하게, 이별은 품격 있게 바뀌었다. 예감이나 했을까. ‘바람이 불어 꽃이 떨어져도’(‘시를 위한 시’), ‘텅 빈 하늘 위 불빛들 켜져 가면’(‘옛사랑’), ‘그 옛 노래는 아직도 내 마음을 설레게’(‘가을이 오면’) 할 줄을.

‘얼마나 사무치는 그리움이냐/밤마다 불을 찾아 헤매는 사연’(김상국의 ‘불나비’ 중). 1965년에 발표된 이 영화 주제곡이 이영훈을 대중음악 세계로 인도했다는 고백을 들었다. 명곡 속 ‘불나비’처럼 이슥할 녘 광화문을 어슬렁거리다 보니 불빛은 영롱한데 별빛은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그 많던 별들은 어디로 이동했을까. ‘지금 대낮인 사람들은 별들이 보이지 않는다’(정진규 ‘별’ 중). 새벽이 올진대 불빛은 사라져도 별빛은 꺼지지 않을 것이다. 시한부 불빛의 경연을 피해 별들은 ‘맘에 고독이 너무 흘러넘쳐’(‘옛사랑’ 중), ‘바보 같은 꿈 꾸며/이룰 수 없는 저 꿈의 나라로/길을 잃고 헤매’(‘깊은 밤을 날아서’ 중)는 사람들의 가슴속에서 부활하는 게 아닐까.

희로애락이란 글자를 보면 기쁨(喜)과 즐거움(樂) 사이에 분노와 슬픔이 있다. 분노는 누르기 어렵고 슬픔은 헤어나오기 어렵다. 화를 내는 건 불을 내는 것과 비슷하다. 하지만 슬픔과는 사이좋게 지내는 게 좋다. 프랑수아즈 사강의 ‘슬픔이여 안녕’이 무심히 서가에 꽂혀 있을 땐 그저 슬픔과 이별하는 줄로만 여겼다. 손을 내밀어 책을 펼치니 ‘봉주르 (bonjour)’. 주인공은 오히려 슬픔에 인사를 건넨다. 그러곤 한 줄 남긴다. “기억이 나를 배신한다.”

‘행복이 무언지 알았던 그때가 기억나요(I remember the time I knew what happiness was)/그 기억을 되살려보아요(Let the memory live again)’(뮤지컬 ‘캐츠’ 메모리 중). 이영훈의 노랫말 속에는 ‘기억’이란 단어가 슬픔과 나란히 동행한다. ‘기억이란 사랑보다 더 슬퍼’(‘기억이란 사랑보다’), ‘라일락 꽃향기 맡으면/ 잊을 수 없는 기억에/햇살 가득 눈부신 슬픔 안고’(‘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 ‘그 세월 속에/ 잊어야 할 기억들이 다시 생각나면’(‘붉은 노을’), ‘그대 나를 알아도/ 나는 기억을 못 합니다’(‘사랑이 지나가면’).

기억이 사랑보다 슬픈 까닭은 무얼까. 사랑은 스스로 지울 수 있지만 기억은 세월만이 덮을 수 있어서일 게다. 사람이 죽는다는 건 관 속에 들어가는 게 아니다. 누군가의 기억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새장 속의 새는 ‘흔적도 없이 변하였지만’(‘광화문연가’) 음반 속의 노래는 ‘눈 덮인 조그만 교회당’처럼 겨울에도 녹지 않는다. 죽어서 별이 된 그 사람. 올해는 이영훈 10주기다.

아주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노래채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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