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 위임결정 무효”…교회측 “재상고 검토”

명성교회 ‘부자 세습’ 논란
교단 재판국서 재심하기로

국내 초대형 교회로 각각 목사 자격과 목회 세습이 문제돼 온 서울 서초구 사랑의교회와 서울 강동구 명성교회가 법원과 교단 재판국의 판결이 뒤집히며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5일 사랑의교회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은 이날 교인 9명이 오정현 목사와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예장합동) 동서울노회를 상대로 낸 담임목사위임결의 무효확인 소송 파기환송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대법원이 지난 4월 원심을 깨고 오 목사가 교단이 정한 목사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며 원고 승소 취지로 돌려보낸 판결을 받아들인 것이다. 판결이 확정되면 오 목사는 이 교회 담임목사 직무를 집행할 수 없게 된다.

사랑의교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이번 판결은 한국교회 전체 더 나아가 종교단체 모두가 수용하기 어려운 내용”이라며 “정교분리와 헌법에 보장된 종교의 자유, 그동안 대법원이 확립한 ‘교단의 자율성과 내부관계에 관한 사항은 원칙적으로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판례와도 상충된다”고 반발했다. 사랑의교회 측은 이날 판결과 관련해 대법원에 재상고할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랑의교회 일부 신도들은 지난 2003년 부임한 오정현 목사가 노회 고시에 합격하지 못해 예장합동 총회 목사 자격이 없다는 등의 문제를 제기해왔다.

한편 부자 세습 논란을 빚어온 명성교회는 해당 교단 재판국의 판결을 다시 받게 됐다. 명성교회가 소속된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총회 재판국은 지난 4일 명성교회 김하나 목사 청빙 소송에 대해 재심을 결정했다.

총회 재판국은 지난 8월 명성교회 설립자인 김삼환 목사의 아들 김하나 목사의 담임목사직 청빙은 유효하다고 판결했고, 서울동남노회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는 세습을 인정한 판결에 반발해 재심을 신청했다. 재판국이 재심 요청을 수용함으로써 명성교회 부자 세습 관련 판결이 뒤집힐지 주목된다.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