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웹 | 지면보기 PDF | 기사 상세 찾기 | 2018.12.13 목요일
전광판
Hot Click
오피니언
[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18년 12월 06일(木)
법원 정치와 소크라테스 警告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김세동 사회부 부장

정권교체에 뒤이어 대법원장이 바뀌고 사법부 발 적폐청산이 2년여 가까이 진행되면서 법원이 걱정스러울 정도로 정치 바람에 휩쓸리고 있다. 그중에서도 11월 19일 전국법관의 대표라는 판사들이 모여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연루된 동료 판사들의 국회 탄핵소추를 결의한 사건이 단연 압권이다. 지원장을 포함해 6명이 근무하는 시골 법원인 안동지원 판사들이 ‘탄핵이 필요하다고 전날 의결했다’고 언론에 알려진 11월 13일만 해도 법관대표회의가 6일밖에 남지 않아 의안으로 채택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의안으로 채택되기 위해선 회의 7일 이전에 안건이 발의돼야 하기 때문이다. 또 아직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고 유무죄 판결 등의 사법적 판단이 나오지도 않은 상태라 법으로 밥 먹는 판사들의 대표들이 섣불리 탄핵 요구를 의결하기가 어려울 것이란 판단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잘 짜인 각본에 따라 전광석화처럼 움직인 ‘조직된 소수’의 승리로 끝났다. 그날의 법관회의는 정치판을 능가하는 정치 기술을 보여줬다. 먼저, 현장에서 기습적으로 탄핵 안건이 상정됐고, 격렬한 찬반 토론 끝에 단 1표 차이로 가결됐다. 안건을 상정한 사람은 법관회의 부의장으로 법원 신주체세력의 핵심인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원이고, 이를 받아준 의장은 인권법의 전신격인 우리법연구회 회장 출신이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두 모임의 회장을 역임했다. 전국 각급 법원을 대표한 상당수 판사는 “수사와 재판이 안 끝났는데, 법관대표들이 탄핵을 가결하면 수사에 악영향을 미치고 향후 열릴 재판부에 유죄를 선고하라고 압박하는 것이 되는 등 또 다른 사법 적폐에 다름 아니다”고 반대했으나 철저히 묵살됐다. 논란 끝에 119명 중 105명이 투표에 참여해 53명 찬성으로 이 엄청난 사안이 통과됐다. 기껏해야 직권남용 혐의가 적용될지 말지도 애매한 사건에 연루된 동료 판사들의 탄핵촉구를 달랑 1표 차이로 명색 법관대표들이 의결한 것이다.

이번 사태는 앞으로도 이들 조직된 소수가 법원의 중요한 사안을 다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좌지우지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 판사는 465명으로 전국 판사 2964명의 15.7%다. 이 정도면 법원을 마음대로 끌고 가기에 충분하다. 회의록을 읽어보면 대표법관 중에서도 판사탄핵에 반대하는 비중이 상당하고, 법관 전체로는 압도적 다수가 반대인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들이 중차대한 사안에 조직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개인 차원에서 그때그때 사안별로 발언하고 있을 뿐이라는 데 있다. 이래서는 백전백패다. 이젠 판사가 재판 서류를 열심히 읽고 좋은 판결만 고민하면 되는 시대는 불행히도 끝난 것 같다. 마침 대법원은 판사들의 추천을 받아 대법원장이 법원장을 임명하는 제도를 의정부·대구 지방법원에 한해 우선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이대로 가면 전국 법원장도 특정 조직이 말아먹게 생겼다. 이제부턴 온건·합리·보수 성향 판사들도 조직을 만들고 우선 자신이 소속한 법원의 법관대표에 출마하길 바란다. “정치를 외면한 가장 큰 대가는 자기만 못한 사람의 지배를 받는다는 것일세”. 2400년 전쯤에 플라톤이 ‘국가론’에 기록한 소크라테스의 충고다.

sdgim@
e-mail 김세동 기자 / 사회부 / 부장 김세동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 많이 본 기사 ]
▶ 방송인 김미화가 남북철도추진위원장?… 무슨 소리야
▶ 퇴직 경찰들 “영화관 검표관·마트 주차원 하라니…”
▶ 20代 틈서도 빛난 ‘40代 S라인’…“몸짱은 땀의 선물”
▶ “脫원전 반대”… 급기야 시민들이 서명운동
▶ “온종일 토익책만 보다 퇴근”… 일 없이 공돈 받는 인턴들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 : m.munhwa.com ]
[AD]
topnew_title
topnews_photo “품위 규범 어겼다…광고 계속되면 처벌” “한국 걸그룹 블랙핑크가 출연하는 광고를 빼라. 옷을 거의 입지 않고 춤을 춘다.”인도네시아 ..
mark퇴직 경찰들 “영화관 검표관·마트 주차원 하라니…”
mark“온종일 토익책만 보다 퇴근”… 일 없이 공돈 받는 인턴들
방송인 김미화가 남북철도추진위원장?… 무슨 소리..
“脫원전 반대”… 급기야 시민들이 서명운동
[단독]사법부마저 발 벗고 나선 ‘일자리 부풀리기’
line
special news 허지웅 “악성림프종 항암치료…이겨내겠다”
작가 겸 방송인 허지웅(39)이 악성림프종으로 항암치료를 시작했다고 밝혔다.허지웅은 12일 자신의 인스..

line
나경원 “인적쇄신 폭 줄여야” vs 김병준 “나중에 할..
경제관련회의·현장방문 확대 ‘집중’… 文의 ‘연말 승..
韓美연합사 본부, 국방부 이전 백지화
photo_news
마마무 화사, 넣고 꿰맨듯한 새빨간 옷···외설?..
photo_news
공연비용 빌렸다 안 갚은 전인권 ‘빚투’ 논란
line
[주철환의 음악동네]
illust
‘빚투’에 독기품은 노래… ‘오죽하면’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
[인터넷 유머]
mark토킥(TOKIC) mark아빠의 재치
topnew_title
number 대법, ‘양심적 병역거부’ 성우 양지운 씨 아들..
與 택시기사 달래기… ‘사납금 폐지·월급제 ..
“北核, 방어 아닌 주한미군 감축 목적… 강력..
文대통령 국정 ‘긍정 - 부정 평가’ 단 1.2%P..
열수송관 203곳 이상징후… 더 커지는 ‘땅밑..
hot_photo
‘엘리자벳’ 흥행 가도 속 ‘레전드..
hot_photo
“얼음이 땅에서 솟아 올라요”…제..
hot_photo
20代 틈서도 빛난 ‘40代 S라인’…..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사업안내 | 이용안내 | 구독안내 | 독자참여 | 회원서비스 | 고충처리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책임자:한형민) | Site Map
제호 : 문화일보 | 주소 : 서울시 중구 새문안로 22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697 | 등록일자 : 2011년 7월 15일 | 발행·편집인 : 이병규 | 발행연월일 : 1997년 1월 1일
Copyright ⓒ 문화일보. All Rights Reserved. ☎ 02) 3701-5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