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러시아發 가짜뉴스와 전쟁”… 대응 예산 500만유로 쏟는다

러 댓글부대‘트롤공장’활개에
유럽의회 선거 개입 대비 나서

유럽연합(EU)이 러시아에 ‘가짜뉴스 전쟁’을 선포했다. 러시아가 서방세계를 분열시키기 위해 트롤 공장(troll factory·댓글 부대)을 운영하고 있다고 결론을 내리고 관련 대응 예산도 500만 유로(약 63억2000만 원)를 책정했다.

5일 영국 일간 가디언,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러시아발 가짜뉴스와의 전쟁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집행위 측은 “러시아는 유럽을 분열시키려는 군사 전략의 일환으로 거짓 뉴스를 퍼뜨리고 있다”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비난했다. EU는 가짜뉴스 대응 예산도 기존 190만 유로에서 500만 유로로 늘렸다. 예산은 조기 경보 시스템 구축 및 가짜뉴스 차단 등에 쓰일 계획이다. EU는 내년 3월까지 조기 경보 시스템을 도입해 가짜뉴스를 차단하고 유포자들을 실시간으로 파악한다는 계획이다.

EU의 가짜뉴스 전쟁은 내년 5월 유럽의회 선거를 앞두고 러시아의 개입을 막기 위한 조치다. 앤드루스 안십 EU 집행위 부위원장은 “러시아가 유럽 내 주요 가짜뉴스 유포자라는 사실을 나타내는 강력한 증거들이 있다”며 “가짜뉴스는 러시아가 서방세계를 분열·약화시키려는 전략이자 군사 독트린”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러시아는 친정부 미디어에 1년에 11억 유로를 소비한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트롤 공장을 들어봤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롤 공장은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SNS 서비스를 이용해 당시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를 지지하면서 여론조작에 나섰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트롤 공장에서 일하는 풀타임 노동자는 무려 100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안십 부위원장은 “트롤 공장 규모에 비하면 500만 유로 예산은 충분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집행위는 내년도 선거 전 페이스북, 구글 등 대기업들이 오도하는 내용이 담겼거나 불법적인 게시물을 차단하는 데 앞장서길 바라고 있다. 페이스북은 이용자 3∼4%에 달하는 6000만∼9000만 개의 계정이 가짜 계정이라고 밝혔을 정도로 주요 SNS 내 가짜뉴스 움직임이 활발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주요 플랫폼들은 팩트 체크, 가짜뉴스 탐지 및 가짜 계정 폐쇄, 로봇을 이용해 댓글을 다는 행위 차단 등 ‘행동 규범’에 서약한 상태다.

김현아 기자 kimhaha@munhwa.com

◇트롤 공장(troll factory) = 러시아 정부가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진 일종의 ‘댓글 부대’. 본거지는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인터넷 리서치 에이전시(IRA)’로 전해지며 트롤 농장이나 트롤 부대 등으로도 불린다. 트롤은 원래 북유럽 신화 등에서 무서운 괴물을 일컫는 단어로 인터넷에서 선동적이거나 공격적인 내용의 글을 올리는 사람을 가리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