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츠타야는 생활과 취향에 맞는 추천을 목표로 한다. 예를 들어 츠타야 다이칸야마에는 전문 안내원이 30명이나 배치돼 있다고 한다. 사진은 츠타야 매장 모습. 베가북스 제공
1983년 문 연 ‘츠타야 서점’
진열 혁명에 카페·부엌 들여
특별한 경험·취향의 공간化
사장실 따로 없고 편한 복장
독특한 경영철학 등 한눈에
온라인 시대, 오프라인 상점들의 불황, 특히 종이 책을 파는 서점이 잇달아 문을 닫는 세계적 흐름 속에 나 홀로 고공 성장 중인 서점 중심 복합 문화 공간 츠타야. 우리 대형서점부터 동네서점까지 책과 관련된 많은 이의 벤치마킹 대상이 된 곳이다.
1983년 오사카(大阪) 히라카타시에 오픈한 ‘츠타야 서점 히라카타’점에서 시작된 츠타야는 따로 판매되던 책, 영화 DVD· 음반을 함께 대여·판매하고 책 진열도 완전히 새롭게 바꿔 예상치 못한 성공을 거뒀다. 예를 들어 여행책 코너에 가이드북은 물론 관련 소설, 문고본, 요리책, 그곳 유명 가수의 음반까지 복합적으로 편집해 진열하고 서가 옆에 조리대를 만들어 직접 요리를 하기도 했다.
2003년엔 스타벅스를 매장 안으로 끌어들여 요즘 유행인 북카페 모델을 만들기도 했다. 지금은 일본 전역에 약 1400개 매장이 성업 중이며, 2013년엔 사가(佐賀)현 다케오시 시립 도서관 운영을 맡아 대성공을 거뒀고 2015년에는 도쿄(東京) 세타가야에 ‘츠타야 가전’을 열어 핫 플레이스로 만들었다. 물건이 넘쳐나는 시대에 중요한 것은 고객 취향에 맞춰 편집·추천하는 것이며 온라인 시대에 오프라인 공간은 특별한 경험과 취향, 설렘을 주는 공간이어야 한다는 것을 일찌감치 보여 줬다.
서른두 살, 10년간의 직장 생활을 접고 모두가 말린 책 중심의 복합 공간 츠타야 서점 히라카타를 오픈, 성공을 거두고 2년 뒤 ‘문화를 편리하게 하는 문화 인프라를 만들겠다’는 뜻으로 컬처 컨비니언스 클럽(CCC)을 설립한 마스다 무네아키(增田宗昭) 대표. 그는 어떻게 온라인 시대, 책을 파는 오프라인 서점으로 성공을 거뒀을까. 게다가 온라인 판매로 몰려간 생활 가전을 오프라인으로 파는 츠타야 가전도 성공을 거뒀으니. 몇 번을 들어도 여전히 궁금하다.
사실 그의 경영 철학이나 전략은 꽤 많이 알려졌다. 그가 하루 종일 시내 매장 전체를 돌고 머물고 관찰하며 고객의 동선·라이프 스타일을 연구해 최적화된 공간을 구성한다거나 그의 관심은 물건을 파는 것이 아니라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하는 것이라는 사실은 꽤 유명하다.
하지만 이 책은 우리가 궁금한 부분을 콕콕 짚어낸 질문에 마스다 대표가 누구의 해석도 거치지 않고 직접 나서 답한다는 점에서 속이 꽉 찬 책이다. 대담자는 일본 ifs 미래 연구소 가와시마 요코 소장이다.
마스다에 따르면 츠타야는 서점도, 음반 가게도, 대여점이 아니다. 바로 ‘세계 제일의 기획 회사’다. 그는 츠타야 매장을 ‘가슴 뛰는 생활테마를 소개하는 읽고 싶은 기사가 100여 개쯤 실린 잡지’에 비유했다. 그렇다고 그가 오프 매장만 고집하는 것은 아니다. 온라인 사업을 하지 않는 오프 사업은 불가능하다며 온·오프 병행은 필수라고 했다. 온라인은 빅 데이터와 재고 리스크가 적은 점을 살리고, 오프 매장은 브랜드의 세계관을 보여주는 곳으로 거기에서만 맛볼 수 있는 경험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 시대가 매달리는 ‘효율성’에 선을 그었다. “효율을 추구한다고 사람이 행복해지지 않는다”며 고객들이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이 같은 행복한 기획을 끊임없이 하려면 아웃사이더의 관점과 자세를 잊어선 안 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CCC 본사엔 사장실이 없다. 피라미드형 조직이 아니라 병렬 조직이 돼야 직원들이 자유롭고 즐겁게 아이디어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67세,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고 활기 넘치게 움직이는 그는 여전히 새로운 발상을 시험 중이다. 물건이 아니라 가치를 판다는 것은 무엇인지, 선한 가치를 팔면서도 상업적으로 성공하려면 어때야 하는지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서점 관계자부터 온라인 시대 마케팅에 고민하는 실무자, 그리고 이 모든 것과 상관없이 변화무쌍한 시대를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고민 많은 이들에게 사업, 그리고 인생에 대한 깊은 통찰을 안기는 책이다. 288쪽, 1만5000원.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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