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인터뷰>“경제논리 아닌 진영논리 ‘소득주도성장’에 국민만 고생… 폐기해야”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가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충정로 문화일보 본사 회의실에서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문제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양 교수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경제정책이 ‘정치화’된 대표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 신창섭 기자 bluesky@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소득주도성장, 분배 되레 악화
소상공인 몰락 … 고용도 타격
‘文정부 1년’보면 미래가 불안

소비는 그때 써서 없어지지만
자본 ‘경제 업그레이드’ 쓰여

정부는 투자 독려해야 하는데
글로벌 기업 끌어내리려고 해
미래 불확실한데 투자 하겠나

전세계‘4차 산업혁명’ 뛰는데
1930년대 대공황 시절 얘기만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를 만난 날은 공교롭게도 한국은행이 1년여 만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날이었다. 과거 한국은행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양 교수는 이날 기준금리 인상을 정상적인 경제 분석에 의한 ‘정상적인’ 결정으로 보지 않았다. 다분히 정치적인 선택의 결과라는 냄새가 짙게 배어 나온다는 것이다. 양 교수는 문재인 정부 들어서 이런 ‘경제 정책의 정치화’ 현상이 두드러지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그렇고,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그렇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인 경제 정책인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이런 현상을 유발한 중심 한가운데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경제학자로서 그 같은 상황은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즉각 폐기해야 할 정책이라고 그는 일갈했다. 소득주도성장론은 경제 정책도, 복지 정책도 아니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경제학자로서 경제원리에도 맞지 않고 증명되지도 않은 논리라며 열변을 토했다. 국가 경제의 미래를 생각하고, 진심으로 국민 경제를 걱정한다면 ‘성장’도 ‘복지’도 아닌 정체불명의 정책을 당장 거둬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양 교수는 왜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이처럼 거친 반응을 보이는 것일까? 양 교수와의 만남에서 그에 대한 답이 가장 듣고 싶은 얘기였지만, 우선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견해부터 들어봤다.

―한은이 1년여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를 두고 시기를 놓친 것 아니냐, 경기 침체 국면에 금리 인상이 맞는 것이냐는 등 말이 많다.

“경제적 결정이라기보다 정치적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여당에서 몇몇 분이 이미 (금리 인상을) 이야기도 했고, 그런 압력이 들어간 것으로 봐야 한다. 부동산도 마냥 놔둘 수 없는 상황이고, 미국 금리와 우리나라 금리 차도 그렇고.”

―당장 자금유출이 걱정되는 상황인데.

“나는 1년 반 전부터 우리나라가 금리를 ‘낮게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자금유출 문제를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자금유출이 쉽지 않다. 통계로 봐도 그렇다. 환율 결정과 자금유출 결정 요인은 다차원적으로 성립되기 때문이다. 환율의 추세적인 방향성과 주식시장을 봐야 한다. 주식시장의 활황세와 환율의 평가 절상 기조 등을 봤을 때 급격한 자금유출 가능성은 적다. 그럼에도 이번 인상 결정은 다소 성급했다고 본다. 미국의 경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압력인지 몰라도 금리 인상을 자제하고 있다. 좀 지켜보고 올해를 넘겼으면 어땠을까 싶다. 다만, 이번 금리 인상으로 우리 경제에 엄청난 영향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0.25%포인트 높였다고 대한민국이 망하지는 않는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관해 얘기했으면 한다. 평소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폐기를 주장하고 있는데.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기본적으로 정책으로서의 기본 요건을 갖추지 못한 설익은 정책이다. 목표가 경제 성장이라고 한다면 경제 성장을 위해 필요한 기술혁신과 규제 완화, 그리고 저축 증대 등의 정책을 펴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정책 수단을 개발하지 못하고 있다. 경제 정책은 현재의 경제 상황을 평가하고, 그 평가를 바탕으로 단기정책과 장기정책으로 분리해 시행해야 한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장기적 비전은 고사하고 단기적 처방도 없는 정책이다. 일부 정책 당국자는 우리나라 소득분배가 악화하면서 저성장이 지속되고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지만, 이런 인식은 통계적으로도 사실이 아니고 오히려 소득주도성장으로 분배가 악화되고 있다.”

―경제 정책이 아니라는 얘기인가.

“경제적 논리에 의한 정책이라기보다는 정치적 고려가 더 크게 작용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정책 자체가 경제논리라기보다 ‘진영논리’ 내지는 ‘정치논리’에서 비롯되지 않았나 하는 얘기다. 경제논리상 맞지 않는 정책이니 국민 삶을 위해서라도 폐기해야 한다. 소비는 소상공인(사장)도 하고 근로자도 하는 건데, 이쪽 몫을 빼서 저쪽에 준다고 전체 소비가 늘어나지 않는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이미 경제이론으로도 맞지 않는다고 실증적으로 입증됐다.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데도 (정부가) 고집부리는 것을 보면 정치적 목적이 강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실패한 정책이라는 것인가.

“정책 실패가 명백하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정부는 최저임금을 인상하고 카드수수료 및 통신료를 인하한다는 정책 수단을 발표했다. 우선, 최저임금 인상으로 어떤 분들이 고통을 겪었는지 지난 1년 동안 충분히 관찰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어려운 소상공인들이 고통받고, 저학력·비숙련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어버린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최근 통계를 보면 가계소득분배가 더 악화되고 어려운 분들이 더 어려워졌다. 카드수수료와 통신료 인하 등은 가격통제 정책이다. 가격통제 정책 부작용은 최저임금 인상 부작용과 유사하게 나타난다. 베네수엘라와 같은 국가에서 가격통제 정책 부작용이 얼마나 큰가를 이미 보지 않았나. 신용카드 시장은 이미 경쟁적인 시장이다. 일부 카드회사는 적자를 보고 있을 정도다. 카드수수료를 인위적으로 인하하면 카드산업 자체가 위축돼 실업이 발생할 수 있다. 카드수수료 인하로 소상공인들이 혜택을 볼지도 알 수 없다. 카드수수료를 인하하면 카드 회사는 소비자들에게 비용을 전가하고 소규모 상점에서 소액결제를 이용하는 소비자 혜택은 대폭 줄어들게 될 것이다. 자연스럽게 소상공인의 매출이 떨어지고, 결국 모두가 피해 보는 정책으로 판명 날 것이다. 통신료 인하도 마찬가지다. 통신료 부담이 큰 것은 데이터 사용 때문이다. 이미 알뜰폰도 시장에서 경쟁하는 상황에서, 통신료 인하는 산업 위축을 초래할 것이다. 휴대전화 판매장도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실패했다. 노동과 자본을 대립적 시각에서 규정하고, 경제논리보다는 정치논리에서 마련된 정책이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으로 소득분배는 악화되고 경제는 침체하고 있다. 국민만 고생하고 있다. 폐기가 마땅하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다 실패한 것은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국가 차원의 성공은 아니지만, 1900년대 미국의 포드자동차가 근로자 임금을 3배로 높여줬는데, 결과적으로 근로자들이 포드 자동차를 구매하면서 회사 매출이 올라가고 영업이익이 개선돼 고용을 증대하는 선순환 효과를 낳은 선례가 있다고 한다.

“효율적 임금 이론이 그 이후 정착됐다. 대기업들이 생산성 향상을 위해 균형 임금보다 높은 임금을 주는 현상이 나타났는데, 효율적 임금 때문에 구조적으로 실업이 발생한다는 게 그 이후 정착된 이론이다. 일부 기업의 일시적 현상을 국가 전반으로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일명 ‘포디즘’도 사실 생산성 향상에 방점이 찍혀 있는 것이다. 생산성 향상이 얼마나 돼주느냐가 중요하다. 1930년대 케인스부터 지금까지 줄곧 이야기하는 것이 소비는 그해 써서 없어지지만, 자본은 생산성을 계속 올려주는 것이라서 경제를 업그레이드해 주는 데 긴요한 수단이라는 것이다. 투자라는 것이 미래의 긍정적인 예측이 선행돼야 이뤄지는 것인데,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투자를 기대하기 어렵다. 지금 전 세계가 4차 산업혁명과 같은 새로운 시대를 맞고 있다. 에너지 쓰임이나 정보기술(IT)·자동차·통신 등등이 향후 10년 후에는 확실히 달라질 것이다. 그런 것에 관한 연구·개발(R&D) 투자로 혁신하기에도 바쁜데, 1930년대 대공황 때에 나온 얘기를 하고 있으면 안 된다. 미래 지향적 이야기를 해야 한다.”

―소득주도성장 찬성론자들은 “불황인 상황에서 사회안전망을 강화하기 위해서라도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이어 나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업률이 더 높아질 텐데, 조속히 사회안전망을 갖출 수 있는 소득 정책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한마디로 고집과 불통의 전형을 보여주는 논리다. 최저임금 인상 등 고용 비용의 급격한 인상으로 실업이 증가하고 경제성장이 둔화하고 있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으로 일자리가 감소하고 있다. 현재 공무원 채용 및 공공근로 등 세금으로 일자리를 만들고 있다. 올해 일자리 예산으로 23조5000억 원을 쏟아붓고 있지만, 고용시장 문제는 더 심각해지고 있다. 정부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성장 정책’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이미 성장 정책이 아니라는 것이 판명됐다. 그럼 복지 정책이냐 하면 복지 정책도 아니다. 소득주도성장으로 소득 1분위, 2분위의 가계소득이 감소하고 있다. 어려운 분들을 더 어렵게 하는 정책이다. 복지 정책도 사회주의적 복지 정책인 ‘보편적 복지 정책’으로 변질되고 있다. 각종 수당이 제공되고 있다. 얼마 전 식당에서 밥을 먹는데 옆 테이블 사람들이 아동수당 나왔으니 한턱내라는 농담을 하더라. (그런 수당들이) 정말 필요한 분들에게 전달되고 있는지 의문이다. 교수인 나에게도 얼마 전 큰 아이가 있다는 이유로 청년수당을 신청하라는 통지가 왔다. 신청하지 말라고 했다. 세금은 정말 필요한 분들에게 사용돼야 한다. 합리적인 복지 정책을 수립하고 전달 체계를 점검해야 함에도 정부는 이런 노력을 하지 않는다. 최저임금을 무책임하게 올리고, 통신비 깎는다고 사회안전망이 구축되지 않는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폐기하고 진정한 의미의 사회안전망 구축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소위 ‘낙수효과’(고소득층 소득 증대가 소비 및 투자로 이어져 저소득층 소득도 늘어나는 효과)가 막혀 있는 상황에서, 선순환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주장도 있다.

“낙수효과가 없다는 말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도 말하기는 한다. 그러나 정도의 문제지,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다. 한국지엠 군산공장이 무너지니 군산 경제가 몰락하고 있고, 조선산업의 불황으로 부산·경남 일대 에너지 소비가 줄 정도다. 낙수효과가 없다는 말은 맞지 않는다. 과거보다 ‘적냐 많냐’는 정도의 차이다. 낙수효과 없다고 전제하고, 기업이 없어도 된다고 주장하면 안 된다. 기업은 하나의 ‘툴’이다. 거기에서 사람들이 얼마나 부가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불행하게도, 미래 세계는 근로자들이 부가가치를 창출해 내는 것보다 자본축적으로 생산성을 높이는 게 더 중요한 시대가 될 것이다. 자본축적은 기계화·전산화 등으로 이루는 것이다. 이를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면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만 대한민국 경제가 성장할 수 있다.”

―과거의 고속 성장 위주의 산업 정책도 이제는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 아닌가.

“그렇다. 소위 ‘천리마 운동’하던 시절은 지났다. 이제 고용창출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고, 새로운 디자인을 만들고 하는 분야에서 이뤄져야 한다. 물건을 직접 만들고 ‘망치질’하던 시대는 지났다는 의미다. 정부는 그런 미래를 대비하고 미리 한발 앞서가면서 길을 닦아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런 분야에 투자가 이뤄지도록 독려하는 게 정부 역할이지만, 지금은 오히려 글로벌 기업을 끌어내리려고 하고 있다. 공부 잘하는 애들은 공부가 재미있으니까 공부를 더 한다. 돈 버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돈 버는 사람들은 어떻게 돈을 버는지 아는 사람들이다. 그러니 그런 사람들이 돈을 더 벌도록 해줘야 한다. 그걸 빼앗아서, 안 되는 사람들한테 주면 안 된다. 하향 평준화를 하면 안 된다는 얘기다. (돈을 더 벌면) 누진제로 세금을 더 내도록 하면 되지 ‘넌 잘되니까’ 하면서 끌어내리면 안 된다.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선순환 경제 구조가 된다. 결국, 근로자 생산성을 올리는 것은 자본이다. ‘자본 착취’를 말하는 이들의 논리가 틀린 것이, 만일 기업이 착취를 통해 대기업이 됐다고 한다면 대기업 근로자들은 여전히 낮은 임금을 받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 반대이지 않나. 경제이론에서 자본과 노동의 상생 관계는 선순환 구조로 돼 있다. 이건 경제학 교과서의 기본이다. 그래서 투자와 저축이 중요하다고 교과서에 나오는 것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답답한 소리를 하고 있다. 소득이 발생하는 원리를 간과하고 있다.”

―결국, 이 문제는 ‘양극화 문제’의 심화 때문에 발생한 것 아닌가 싶다. 양극화 문제를 해결할 방안이 있나.

“통계를 자세히 볼 필요가 있다. 미국의 1970년대 연구에 의하면, 소득 1분위 사람은 20년 뒤에 대부분 3분위 혹은 5분위까지 이동한다. 이건 연구조사로 증명된 것이다. 내가 수업하면서 학생들에게 강조하는 것이, 아르바이트하면 ‘1분위’지만 취업하면 ‘2분위’가 되고 대리 되고 과장되면 ‘3분위’, 부장이 되면 ‘4분위’로 가는 것이라고 한다. 소득분배에 대해서는 정확한 통계가 중요하다. 건전한 사회는 내가 비록 지금은 1분위지만 2, 3, 4분위로 갈 수 있는 확률이 높은 사회다. 대기업 초임 직원이나 아르바이트하는 사람이나 똑같이 3분위라고 한다면 그 사회가 정상 사회인가. 합리적인 사회가 아니다. 그런 점에서 통계가 매우 중요하고 정확한 통계를 통해 양극화 여부를 진단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교육 기회를 통해서 아무리 가난해도 대학 나오면 소득 분위가 올라가 부모의 소득 분위와 나의 소득 분위가 달라질 수 있는 나라였다. 그런데 이제 대졸자 취업 문제가 발생하면서 그 동력이 떨어지고 있다.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는 단순히 돈을 나눠준다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교육 기회의 균등, 교육기관의 실질적인 제 역할만이 해결할 수 있다. 교육제도를 제대로 정립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사람 각각의 재능을 발견하는 교육 체계가 필요하다. 지금과 같은 평준화 교육은 우리 사회의 동력을 떨어뜨린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 상황에 맞는 성장 정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답은 늘 ‘혁신’이다. 노동시장의 ‘포용성’도 중요하다. 노동 유연성이라는 말에 거부감을 표하는 사람이 많아서 나는 노동 포용성이라고 얘기한다. 자신의 능력과 상황에 맞춰 고용할 수 있도록 해 주자는 것이다. 그래도 안 되면 정부가 복지 정책으로 도와줄지언정 민간기업이 할 수 있는 정도로 고용하자는 것이다. 수많은 사람이 지금 일을 못하고 있다. 고용률이 떨어지고 있다. 노동 포용성만 높여도 고용이 늘고 성장할 수 있다. 사실 임금을 낮추면 고용은 늘어난다. 이렇게 일자리를 늘려 나가면 경제활동이 활발해지면서 경제도 살아나게 된다. 최저임금을 예전 수준으로 돌리고, 노동 포용성·유연성을 확대하며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규제 완화도 해야 한다.”

―기업에 역할을 더 부여해야 한다는 것인가.

“기업이 수십만 명의 일자리를 만들어 낸다. 연구·개발(R&D)이나 4차 산업혁명 등은 미래 먹거리를 위해 필요한 것으로, 현재 정부가 이를 담당하고 있는데 기본적으로는 민간이 주도해야 한다. 1985년부터 우리나라가 획기적으로 바뀌었다. R&D 분야에서 정부와 민간의 비중이 바뀌었다. 그 이전까지는 정부가 R&D를 주도했는데, 1980년대 초부터 기업이 R&D를 하면 비용으로 처리해 주는 등 민간 부문의 R&D 활성화 정책을 썼다. 결국, 민간이 이를 주도하게 됐다. 그런데 최근 민간의 R&D 세제 혜택이 줄었다. 어떻게 하라는 말인가. 중소기업에 R&D 하라고 강요하는데, 실제 조사를 나가보면 중소기업이 R&D를 하기에는 여건이 안 된다. 이에 대해서는 나도 관련 논문을 쓴 게 있는데, R&D는 대기업이 성과도 더 내고 있고 여력도 있다. 생각을 바꿔야 한다.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기 싫어하는 지금의 구도를 바꿔야 한다. ‘너는 누구냐’라는 잣대를 갖고 기업 정책을 하는 것을 멈춰야 한다. 너는 벤처기업이냐, 중소기업이냐, 대기업이냐 하는 기준이 아니라 기능적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우리는 매번 ‘너는 누구냐’라고 묻는다. 이제는 ‘너는 누구냐’가 아니라 ‘너는 뭘 하느냐’를 물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우수한 두뇌가 즐비한데, 왜 미국의 실리콘밸리를 따라가지 못하는가. 기능적 산업 정책으로 바꾸고, 혁신 정책을 지원하고 기업에 세제 혜택을 줘야 한다. 우리나라 R&D 정책은 정치화돼 있다.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R&D 자금이 사용된다. 지방자치단체의 요구에도 R&D 자금이 사용되다 보니 센터를 짓는 것이 새로운 연구를 하는 것보다 우선시된다.”

―그렇다면 바람직한 성장 정책은 무엇인가.

“경제 성장 정책은 다양하지만 첫째도 둘째도 ‘규제 완화’다. 성장은 새로운 삶의 방식을 결정하는 과정이다. 성장을 단순히 같은 물건을 더 많이 만들어 파는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새로운 방식으로 생산성이 늘어나서 더 풍요롭고 여유 있는 삶을 즐기게 해주는 것이다. 결국 ‘경제하는 방식’을 바꿔 나가야 한다. 예컨대, 우버를 이용해 사람들이 더 편하게 교통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자가용 이용을 줄이게 되고 교통체증이 풀리고 생산성이 향상돼 삶이 더 윤택해질 것이다. 혁신으로 다양한 산업이 새로 생기고 기존의 산업들은 새로운 산업에 길을 내줄 것이다. 이것이 성장이고 경제 선진화다.”

―문재인 정부의 지난 1년을 평가한다면.

“문재인 정부가 지난 1년 동안 무엇을 했는지 살펴보면 미래가 불안해진다. 탈원전 정책으로 산업 기반을 흔들고 있고, 그 대안으로 제시된 재생에너지는 여러 가지 문제를 갖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한 에너지 정책은 산업 동력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으로 소상공인들이 몰락하고 카드산업 근로자들이 시위하고, 통신산업도 위협받고 있다. 제조업과 서비스업 고용 창출 능력은 현저하게 떨어지고 있고, 일부 산업은 구조조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말뿐인 4차 산업혁명을 제외하고 지난 1년간 산업 정책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다. 소득분배는 악화되고 있고, 경제성장률은 둔화됐다. 고용률도 떨어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선행지수로 판단해 보면 앞으로 경기가 더 나빠질 수 있다. 국민에게 희망을 심어 주고 함께할 비전을 제시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그렇다면, 2기 경제팀은 어떻게 해야 할까.

“아직 2기 경제팀이 내놓은 게 없어 잘 모르겠다. 다만, 2기 경제팀에 바라는 점은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재고해 줬으면 하는 것이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폐해가 심해지고 있고, 내년에는 주 52시간 확대, 최저임금 상승이 이어진다. 많은 소상공인이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이건 누가 지고 이기는 문제가 아니다. 국민을 상대로 싸울 필요는 없지 않은가. 시장경제 체제에서 가격을 통제해서는 경제 활성화를 이룰 수 없다. 가격을 통제하는 순간 전체 경제 생태계가 무너진다. 경제에 대한 경외, 무서움을 갖고 정책을 써야 한다고 부탁하고 싶다. 또 적정한 거버넌스를 제대로 구축해 달라고 요청하고 싶다. 아울러, 산업 분야에서 에너지 수급 계획이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조치를 선제적으로 제시해 달라고 요청하고 싶다. 노동시장에도 관심을 가져 달라. 실제로 지금 노동시장에서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너무 지나치다. 폭력은 용인될 수 없다. 밀턴 프리드먼은 노조 폭력에 관대해지면 그 사회는 공정사회가 아니라고 말했다. 공정사회를 만들기 위해 폭력만은 제어해 달라고 요청하고 싶다. 노조 목소리에는 옳은 것도 틀린 것도 있지만, 폭력만은 안 된다. 마지막으로 구조개혁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싶다. 차근차근 가는 모습이 있어야 기업이 투자를 늘린다. 전반적으로 보면 산업기반 확대, 거시경제 건전성, 노사관계 안정성 등 3가지 문제가 2기 경제 수장이 꼭 보듬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제발 경제는 경제논리로 풀었으면 좋겠다. ‘경제의 정치화’는 더는 안 된다는 말을 강조하고 싶다.”

인터뷰 = 임대환 차장 (경제산업부) hwan91@munhwa.com
정리= 유현진 기자 cworang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