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문10답 뉴스 깊이보기>내년 8월 시행 앞둔 ‘강사법’ 논란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11월 22일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 중앙광장에서 강사법 관련 구조조정 저지 공동대책위 관계자들이 대학 구조조정 반대 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8만여명 시간강사 ‘週9시간 이상’강의하면 法으로 신분 보장
대학들 재정문제로 난색 … “구조조정땐 오히려 失職” 전망도

週 6시간 강의해도 月140만원뿐
주차시설 이용 차별 등 각종 설움

대통령령따라 임용기간 서면계약
4대보험가입 등 처우개선법 통과

대학 “취지는 공감”한다면서도
동아大 542→136명 減員 착수

교육당국 내년도 지원예산550억
대학교육 안정성위해 5년간 지원

‘보따리장수’로 불린 데서 알 수 있듯 불안정한 신분과 저임금의 대명사였던 대학 시간강사의 신분 보장과 처우 개선을 담은 고등교육법 개정안(일명 강사법)이 국회를 통과해 8년 만인 내년 8월 1일부터 시행된다. 강사법은 주 9시간 이상 강의하는 전임강사에게 법적 교원 지위를 보장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첫 발의부터 실제 시행까지 걸린 오랜 시간이 말해주듯 강사법은 대학, 교육 당국, 국회, 시간강사, 기존 교원 등과 첨예하게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대량 해고 우려까지 맞물리면서 적지 않은 진통을 겪어 왔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국회 통과 이전부터 대학 총장들의 강사법 반대 성명, 예산 확보 요구, 물밑 구조조정 추진 시비가 불거졌다. 시간강사들은 법적 신분 보장을 해주겠다는 강사법에도 불구, 예산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 대학이 시간강사를 대량해고할 것이라고 우려해왔다. 법 통과 이후, 실제로 이런 걱정은 현실이 되고 있다. 시간강사들은 실직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한때 10만여 명에 달했던 시간강사는 지금도 8만여 명에 달한다. 대학 재정난이 심화하는 상황은 강사의 고용 안정이라는 법의 근본 취지를 살리는 데 최대 관건이 될 전망이다.

1 강사법 왜 도입됐나

대학 교육의 질(質)을 한 단계 끌어올리고, 고등교육을 정상화하는 계기가 될지, 결국 예산이 문제라는 평가다.
2010년 5월 25일 조선대에서 시간강사로 일하던 서정민 박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계기가 됐다. 강사의 열악한 처지를 유서에 남긴 채였다. 당시 45세로 적지 않은 나이였던 서 박사의 유서에는 사립대에서 채용 조건으로 억대의 금품을 요구했다는 교수 채용 비리와 교수 논문 대필을 고발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후 시간강사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졌다. 교육계 내부에서도 대학 강사가 교육 주체로, 대학 교원 중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중요한 역할을 해왔는데도 신분, 처우에 있어 제대로 대우받지 못했다는 자책과 반성의 움직임이 일었다. 시간강사 외에도 현재 대학 전반적으로 정년이 보장되지 않는 전임교원의 급증 등 재정난과 맞물려 대학 교원 인력의 고용 변동성 논란이 지속하고 있는 상태다.

2 강사 규모·처우는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4월 기준 대학 시간강사는 7만6164명으로 전체 교원의 34.1%를 차지하고 있다. 2012년 10만9743명(45.7%)에 비해서는 감소했지만, 시간강사에 대한 강의 의존도는 여전히 높다. 그러나 비전임 교원이다 보니 강사료는 아직도 ‘쥐꼬리’라는 평가다. 같은 기간 시간당 강사료는 5만8400원으로 2016년과 견줘 5.4% 증가하는 데 그쳤다. 주당 강의 시간을 보면, 시간강사의 66.8%가량이 1주에 3∼6시간을 강의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최대 6시간, 한 달 강의한다 해도 강사료는 140만1600원인 셈이다. 1주에 3시간 미만 강의하는 이들의 비율도 15.7%로 파악됐다. 보수 외에도 교원 신분, 임용 및 절차, 건강보험, 근무(복무) 여건 등에서 열악한 상태라는 지적이 나왔다. 대학 강사제도개선 협의회는 지난 8월 건의문을 통해 “강사는 전임교원과 명절 상여금, 휴가비, 도서관 및 주차시설 이용 등에서도 각종 차별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3 강사법 추진 경과는

서정민 씨 사건 이후 이명박 정부 대통령 직속 사회통합위원회는 그해 10월 시간강사를 교원으로 인정하는 강사 제도 개선 방안을 내놓았다. 2011년에는 시간강사를 교원으로 인정하는 내용을 담은 고등교육법 일부 개정 법률이 국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이후 4차례에 걸쳐 시행이 유예됐다. 국회는 유예안을 통과시키면서 현장에서 수용 가능한 개정안 마련을 정부에 요구했다. 교육부 등은 2016년 2월부터 9월까지 14차례에 걸쳐 11인으로 구성된 대학 강사제도 정책자문위원회를 꾸려 운영했고 올해는 대학 강사제도 개선 협의회를 통해 강사법 개선안을 마련했다.

4 왜 자주 유예됐나

대학 측은 재정위기 등을 이유로, 시간·전업 강사 등은 해고 등의 불이익을 우려하며 각각 반대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법안 완전폐기’까지 거론되는 등 현격한 의견 차이가 쉽게 좁혀지지 않았다. 다수 사립대는 수년간 입학 자원의 급격한 감소와 맞물린 재정위기로 인해 전임교원의 감축까지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 봉착했다며 강사 처우 개선, 고용 등에 따른 인건비 부담을 제기해왔다.

시간강사 등은 법이 시행되면 대학이 극소수 강사에게 강의를 몰아주고 나머지에겐 주당 9시간 미만 강의를 맡기거나 해고할 우려가 있다고 전망, 강사법 시행을 거부했다. 지난해 의결된 강사법 개정안의 경우 ‘당연 퇴직’ 조항이 포함돼 있던 점, 전임교원의 주당 책임 수업시간을 제한하는 등 강사단체의 요구가 반영되지 않은 점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시간강사 등은 그대로 법안이 통과·시행되면 대학 측의 시간강사 대량 해고가 현실화된다고 우려했다.

실제 강사법이 통과되기 전부터 일부 대학은 시간강사를 꾸준히 줄이는 대신 전임교원들의 학부 강의 비율을 늘리기도 했다.

5 국회 통과 법의 내용은

강사법은 대학이 강사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임용 기준과 절차(대학교원 자격 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임용 기간, 임금 등을 포함해 서면계약으로 임용하도록 하는 규정을 담았다. 원격대학 강사를 뺀 강사의 임용 기간을 1년 미만으로 정할 수 있는 사유를 6개월 미만의 병가·출산휴가로 제한해 1년 이상 임용 기간을 보장하도록 했다. 3년까지 재임용 절차를 보장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주 9시간 이상 수업하는 강사에게 교원 지위를 부여한다. 강사가 교원의 자격으로 ‘교원의 지위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에서 규정한 내용을 적용받도록 했다. 재임용 거부처분에 불복하고자 하는 강사의 소청심사권을 명시적으로 규정했다. 징계처분과 그 밖의 불리한 처분에 대한 소청심사권도 보장했다. 방학 중에도 4대 보험 가입과 함께 임금을 지급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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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교육당국 예산 규모는

국회 교육위를 통과한 내년도 지원 예산 규모는 550억 원이다. 이해숙 교육부 고등교육정책과장은 “국회에서 예산안이 최종 통과되면 방학 중 임금 지급 등 1년 동안 시간강사들의 추가 근로에 따른 임금 보전에 450억 원, 강의 역량 강화 차원에서 강의 평가 후 우수시간 강사에 대해 100억 원을 각각 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논의 과정에서는 사립대에 인건비를 지원하는 데 대한 부정적 의견도 제기됐지만, 강사 처우 개선, 대학 부담 완화, 대학교육의 안정성 확보 차원에서 앞으로 5년가량은 지속해서 예산을 지원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김규태 교육부 고등교육정책관은 “2020년에는 800억 원가량 예산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올 연말 강사법 시행령과 매뉴얼 작성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대학 등과 협의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대학 공공성 강화를 위한 공동대책위는 “대학들이 강사법을 회피하려고 온갖 꼼수를 동원하고 있는데 강사법 관련 예산을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대학에 지급하면 대학이 강사 처우 개선과 상관없는 곳에 예산을 써버릴 우려가 있다”고 정부와 정치권의 감시를 촉구했다. 강사법으로 추가 편성된 대학별 예산에 대한 감사 등 지속적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교육부 핵심 관계자는 “처우 개선과 관계없는 곳에 예산이 흘러갈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도록 철저히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7 대학 입장과 요구사항은

당장 재정 부담을 완화할 명확한 대책은 없다는 태도다. 대학 강사제도 개선 협의회에 따르면, 대학들은 법 시행으로 최소 780억 원에서 최대 3393억 원을 추가 부담해야 할 것으로 추산됐다. A 지방사립대 총장은 “강사법 취지와 시간강사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에 공감하지만 고사 직전인 다수의 지방 사립대는 추가 재원 마련이 당장 발등의 불이 됐다”고 말했다. 다수 대학은 특히 방학 중 임금, 퇴직금에 대한 추가 재정 투입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일각에서는 법 시행에 앞서 학부생 이수 학점을 줄이는 방안 등도 고민하고 있다. 교육부의 지원 확대 역시 아직은 불투명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대학 측이 필요한 예산은 어떻게 산출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기획재정부, 국회 등과 지속해서 협의해 예산 확대 필요성을 설득할 것”이라고 말했다.

8 법 통과 이후 각계 평가는

법안 통과 이후 대학 교원 관련 시민단체들은 국회의 결정을 반기면서도 법안이 시행되기까지 대학의 대응을 예의주시하겠다고 밝혔다.

대학 공공성 강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대학공대위)는 “대량 해고, 전임교원 강의 확대, 온라인 강의를 포함한 대형 강의 확대 방안 등이 실제 다수 대학에서 논의되고 있다”며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다. B 대학의 한 시간강사는 “대학 측이 법안 취지에 대해서는 공감하는 태도를 보이면서도 갑자기 학점 이수 방안, 온라인 수업 확대 등 강의 시스템 손질을 시작하면서 시간강사들이 ‘무언(無言)의 압박’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 41개 국공립대의 평교수가 가입한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 연합회(국교련) 역시 지난 4일 기자회견을 열고 “교원 인력의 부족 부분을 메우기 위해 오랫동안 다수의 시간강사를 저임금으로 혹사해온 것은 대한민국 대학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라고 밝혔다. 국교련은 “특히 적립금을 쌓아온 대형 사립대 등의 강사법 시행에 따른 부담은 연간 예산의 1∼3%로 추정되고 있지만, 이수학점을 줄이는 대응 방침을 내놓는 등의 부적절한 행태를 되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9 식지 않는 구조조정

우려했던 대로 일부 시간강사에게 실직의 공포가 현실화하고 있다. 부산 동아대는 최근 542명인 시간강사를 136명으로 줄이겠다고 통보했다. 교수들에게는 시간강사 중 일부를 겸임교수로 추천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대는 시간강사 처우 개선안을 거부하고 강사법 시행 대책 등을 마련하자 시간강사 노조가 협상을 거부하며 갈등이 커지는 모양새다. 고려대는 각 단과대와 학과에 공문을 보내 강사법 시행에 대비한 구조조정안을 유보한다고 알렸다.이처럼 개별 대학과 시간강사 등이 합의하지 못하면 결과적으로 법이 시행되더라도 취지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당장 법 시행 이후 예산 확보 및 고용의 연속성 유지가 교육 당국, 대학 모두의 핵심 과제인 셈이다.

10 해외의 시간강사제도는

외국에서도 시간강사 처우는 정년이 보장된 교수와 견주면 좋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서유럽은 강사 활동만으로 어느 정도 생활이 유지되게끔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영국의 강사는 전제 직종 중 하위 30% 수준(최소 4800만∼5800만 원)의 연봉을 받지만, 1년 이상의 계약이 보장되고 승진 기회 및 연금, 교원노조 가입이 보장된다. 독일은 강사에게 전임교원의 지위를 부여하지는 않지만, 강사의 자격, 계약, 보수에 관한 조항을 두고 있다. 가령 수도 베를린에서는 강사의 의료·요양·연금보험을 기관에서 부담하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미국은 최근 교원단체들의 노력으로 일부 주에서 강사 처우를 개선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미국 정부 통계에 따르면, 강사 평균 연봉은 5300만 원으로 정교수(8200만 원)의 5분의 3 수준이다. 특히 캘리포니아주는 강사에게도 차별 없는 보수 및 복지 혜택을 제공하도록 하고, 경력직 강사의 경우 재계약 시 당사자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도록 법률에 명시했다. 일본의 강사는 단기계약에 지위도 불안한 편이다.

이민종·김기윤·이해완 기자 horiz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