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쓰레기의 역습과 ‘소확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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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우 홍익대 공연예술대학원 교수 무대미술가

과거엔 ‘삼천리금수강산’
지금은 ‘삼천리 쓰레기 강산’

중국의 오염 공기는 못 막아도
일회용품 소비는 줄일 수 있어

나와 내 주변의 작은 실천이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보장

최근 낯 뜨거운 뉴스를 접했다. 필리핀 환경운동가들과 시민들이 필리핀 주재 한국대사관 앞에서 ‘쓰레기를 되가져 가세요’ ‘한국으로 반송’ 등의 한국어 구호를 써 붙인 모자를 쓰거나 팻말을 들고 항의 시위를 하고 있었다. 필리핀으로 불법 반입된 6500t의 폐플라스틱 쓰레기를 조속히 한국으로 되가져 가라는 것이다.

올해 초에는 우리 사회에 이른바 ‘쓰레기 대란’이 일어났다. 재활용 폐기물 수거 업체들이 플라스틱이나 비닐 등을 수거하지 않겠다고 나선 것이다. 중국 정부가 재활용 폐기물 24종에 대한 수입을 금지한다고 발표하면서 생긴 일이다. 수거 업체들은 우리나라 재활용 폐기물의 재활용 가치가 낮아서 수거를 하면 할수록 손해라고 하고, 중국은 앞으로 재활용 쓰레기 수입 금지 품목을 36개로 확대할 것이라고 한다.

몇 년 전 충격적인 뉴스가 있었다. 한반도 면적의 15배가 넘는 거대한 쓰레기 섬 ‘플라스틱 아일랜드’가 태평양에 2개나 떠 있다는 내용이었다. 더 충격적인 것은 당시 세계 유일의 폐기물 해양 투기국 즉, 합법적으로 바다에 쓰레기를 버리는 단 하나의 나라가 대한민국이라는 것이었다. 중국과 일본까지 육상 폐기물 해양 투기를 법으로 금지하고 전면 중단한 2007년, 전 세계 모든 나라가 쓰레기 해양 투기를 금지했다.

그런데 그 후로도 10년간, 2016년까지 대한민국은, 정부의 허락 아래 공식적으로 육지 쓰레기를 바다에 버리는 지구상 유일한 나라였다. 전 세계에서 비난이 쏟아진 것은 당연한 일이다. 결과적으로 대한민국 정부는 온 국민의 얼굴에 먹칠하면서, 쓰레기를 만드는 회사들과 그것을 받아 버려 주는 회사들의 이익을 보호해 온 셈이다. 거액을 들여 쓰레기 처리 시설을 갖춘 착한 회사들의 노력을, 우편봉투에 붙은 투명 비닐 창을 일일이 떼서 따로 버리는 착한 국민의 노력을 비웃기라도 하듯 말이다.

한편, 지난 1월 영국에서는 ‘깐 양파’ 사건이 있었다. 한 슈퍼마켓 체인점에서 깐 양파를 팔기 시작하자 영국 소비자들이 이를 거대한 흉물이라고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한국의 슈퍼마켓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깐 양파에 무슨 문제가 있었던 것일까? 그들은 깐 양파의 변질을 막기 위한 비닐 포장이 환경을 위협한다고 본 것이다. 비닐에 든 깐 양파의 편리함보다는 손수 양파 껍질을 벗기는 수고를 해야 하더라도 환경을 보호하겠다는 영국 소비자들의 의식을 볼 수 있는 사건이었다. 그 반면, 2년 전 한국에서는 끔찍한 사건이 일어났다. 한 50대 남성이 비닐봉지값을 요구하는 편의점 종업원을 살해한 것이다. 포장용 비닐봉지를 20원에 파는 것이 편의점의 의무라고 설명하고 있었을 텐데….

2015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1인당 비닐봉지 사용량은 연간 평균 420장이라고 한다. 핀란드의 4장, 아일랜드의 20장에 비교하기조차 민망하다. 포장용 플라스틱 사용량은 세계 2위이며 1인당 플라스틱 소비량은 132㎏으로 세계 3위라고 한다.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인터넷 쇼핑과 편리한 배달 문화 등의 영향으로 그 양은 점점 많아지고 있을 것이다.

재활용 쓰레기들을 수거함에 분리 배출할 때마다 나는 내 한 몸 유지하기 위해 소비되는 포장재가 이렇게도 많은지 새삼 놀라곤 한다. 이 포장재들이 만들어질 때 쓰였을 에너지와 배출된 오염 물질은 얼마나 많았을까? 물론, 일반 쓰레기와 음식물 쓰레기를 버릴 때도 그 후의 과정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이 순간 이후 이것들은 어떻게 처리될까? 설마 이 부패한 음식물 쓰레기가 가축 사료로 변해서 내 입으로 다시 돌아오게 되는 것은 아닐까?

‘삼천리금수강산’이란 말이 있었다. 지금은 ‘삼천리 쓰레기 강산’이란 말이 있다. 도시의 골목뿐만 아니라, 시골의 밭둑과 깊은 산 등산로와 계곡에까지, 문자 그대로 방방곡곡에 플라스틱 쓰레기가 널브러져 있다. 19세기 후반에 발명된 플라스틱이 우리나라에서 대량으로 쓰이기 시작한 지는 50년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이제 우리 인간들을 역습하고 있다. 바람을 타고 중국에서 날아오는 오염된 공기는 지금 당장 막을 수 없지만, 우리 땅 안에서 쓰이는 일회용 플라스틱은 지금 당장 줄일 수 있다. 어떻게?

텀블러를 갖고 다니고, 다회용 쇼핑백을 사용하고, 패스트푸드를 비롯한 과다 포장 식료품 소비를 줄이는 것에서 시작할 수 있다. 그리고 과다 포장 제품을 생산·유통하는 사람들이 변하게 해야 한다. 우리는 소비자니까 우리의 소비 행태 변화로 만들 수 있는 변화들이다. 작지만 꾸준한 행동에서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얻을 수 있다. 지속 가능한 환경을 위해 나와 내 주변을 변화시키는 작은 실천들이야말로 크고 확실한 행복을 위한 소소하지만 확실한 방법이 아닐까?

다행히 이번 정부에서는 다각도로 일회용 포장재를 비롯한 쓰레기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정부는 소비자들의 변화뿐만 아니라 생산자들의 적극적인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 이미 다 계획하고 있을 것이라 믿고 있다. 최근 커피 전문점에서 매장 내 소비 음료에 대해서는 1회용 컵을 제공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반가운 일이다. 최근 1회용품을 지양하는 ‘플라스틱 프리 카페’들이 나타나고 있다. 텀블러 소지자에게 대폭 할인해 주고 1회용 컵과 1회용 빨대는 아예 제공하지 않는 용감한 카페들이다. ‘제로 웨이스트 푸드’를 판매하는 가게들도 생겨나고 있다. 조금씩 선진국이 되어 가고 있는 증거들이다. 하나같이 영어 구호라는 것이 아쉽긴 하지만, 그 세련돼 보이는 명칭이 소비자들의 의식과 행동을 바꿀 수만 있다면 이름쯤은 아무러면 어떠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