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베트남에도 뒤진 한국 관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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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일 문화부 부장

먼저 결론부터 말한다. 이 정부는 관광산업이나 정책에 털끝만 한 관심도 없다. 이제 기대를 접자. 민간에서 애로가 있어도 들어주는 사람도 없고, 말할 곳도 없다. 예약 수수료를 많게는 30%씩 떼가는 다국적 온라인 여행사(OTA·Online Travel Agency)의 횡포가 도를 넘어도, 전시 컨벤션센터의 태부족으로 부가가치가 큰 복합 전시 산업(MICE) 행사 유치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어도 누구 하나 이 문제를 조정하거나 해결하려고 나서는 이가 없다. 지금 대한민국의 관광산업 분야는 말 그대로 ‘각자도생’이다. 관광은 그냥 시장에 맡기면 되지 않냐고? 천만의 말씀. 관광이야말로 정책과 조율이 가장 필요한 분야다. 예를 들어 관광숙박 문제를 보자. 관광숙박은 고급호텔과 비즈니스호텔, 도시민박, 공유숙박 등 다양한 형태가 있지만, 이들은 서로 협조하는 관계가 아니다. 한쪽이 살면 한쪽이 죽는 구조다. 정부의 정책이 필요한 까닭이 여기에 있다. 시시콜콜 민간에 간섭해 심판을 봐줘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정부가 지향하는 정책의 방향, 나아가서는 철학이나 가치를 보여주는 것으로 민간을 설득해내야 한다는 얘기다.

정부의 관광정책은 표류 상태다. 어디로 가는지, 무엇이 중요한지 아무도 모른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내국인 국내관광이나 복지관광에 무게중심을 둔 듯했지만, 지금껏 눈에 띄는 정책도, 성과도 없다. 전 정부에서 했던 근로자 휴가지원 사업을 확대 시행하면서 ‘돈 달라’고 신청한 근로자 수가 늘었다는 것 정도가 성과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는 왜 이토록 관광에 관심이 없을까. 짐작되는 게 없는 건 아니다. 먼저 이전 정부가 이뤄낸 관광 분야의 성취에 대한 부담이다. 관광은 박근혜 정부 때도, 이명박 정부 때도 주요 현안이었다. 이른바 ‘유커’의 등장에다 정부의 정책적 관심이 맞물려 그 무렵 외국인 관광객이 폭증했다. 지금 정부가 아무리 애를 쓴다 해도 그때처럼 가파른 기울기의 성장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관광을 논할 때마다 늘 불려 나오는 중국의 사드 보복 얘기도 정부로서는 유쾌하지 않았을 법하다. 우리가 어물어물하는 사이에 다른 나라는 ‘뛰고’ 있다. 올 한 해 예상되는 방한 외국인 관광객 수는 1500만 명 남짓. 한 해 3000만 명이 넘는 외래 관광객을 불러들이는 일본은 이제 우리가 따라잡을 수 없는 위치까지 올라갔다. 급기야 여행 인프라가 우리보다 크게 부족한 베트남에도 뒤처진 신세다. 지난 11월 말까지 베트남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1420만 명. 불과 2년 전만 해도 외국인 관광객 수가 우리보다 700만 명이나 적었던 베트남이 연말까지 세운 목표가 1600만 명이다. 베트남이나 일본의 성과는 거저 얻어진 게 아니다. 베트남은 관광지에 가격 표시제를 도입하고 관광 소규모 업체에는 서비스 교육을 실시했다. 한국 화폐를 입금하면 베트남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전자카드도 선보였다. 일본 정부는 2020년 ‘방일관광객 4000만 명’ 목표 달성을 위해 매년 저비용항공(LCC)의 취항 편수를 20%까지 늘리는 정책 수단을 준비하고 있다. 이러는 사이에 우리 정부는 손을 놓고 있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으니까, 잘못한 것도 없다. 아, 정부는 어쩌면 이걸 노렸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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