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대책’ 패러다임 전환>116兆 들인 출산정책 수정… 全세대 ‘삶의 질 높이기’에 집중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7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6차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에서 김상희(가운데) 부위원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김동훈 기자 d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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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출산·고령委 로드맵 발표

‘백화점식 당근책’체감률 낮아
‘합계 출산율 1.5’ 목표도 포기

기존 3차계획·예산 재구조화
35개 역량집중과제 뽑아 추진

정부가 7일 출산율 제고라는 기존의 저출산 정책의 패러다임을 모든 세대의 삶의 질을 높이는 정책으로 대전환한 이유는 그동안 정부가 ‘결혼해서 아이 낳아라’고 강권해왔다는 정책적 반성에서부터 출발한다. 그동안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아이를 낳으면 경쟁적으로 현금을 주는 등 백화점식으로 나열된 각종 ‘출산 당근책’을 제시했지만, 삶 자체가 퍽퍽한 정책 당사자(아동, 여성, 청년)들은 정책효과를 체감하지 못했다. 청년세대는 안정된 일자리와 주거환경을 얻기도 힘들고, 결혼한다고 해도 가정과 직장생활을 병행하면서 애를 낳아 키우기 힘든 삶이 계속됐으며, 비혼 자녀는 손가락질받는 사회 분위기가 팽배했던 탓이다. 이러한 정책과 현실의 격차는 정부가 10여 년 동안 116조 원 이상의 정책 예산을 쏟아부었음에도 올해 합계출산율이 1명 미만으로 떨어지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이날 발표한 로드맵은 이러한 출산장려 위주의 정책에서 벗어나면서 3차 계획의 ‘출산율 1.5’ 목표를 사실상 포기했다. 대신 최대한 연간 30만 명의 출생아를 지지하는 방향으로 목표를 수정했다. 이를 위해 2040세대에게 결혼과 출산을 선택하더라도 삶의 질이 떨어지지 않고 행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고, 남녀 평등한 일터와 가정이 당연한 사회가 되도록 하는 데 정책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패러다임 전환에 맞춰 정책도 재구조화했다. 2006년 1차 계획부터 현재 3차 계획까지 116조7500억 원을 투입했던 정책은 수요자의 요구는 물론 정책 목표와 세부 정책과제 간의 낮은 정합성 등으로 비판적 평가가 많았다. 특히 예산지출대비 성과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계속됐다. 기존 194개 과제 가운데 집중해야 하는 과제 35개를 선정했다. 재구조화를 통해 부풀려진 예산을 바로 잡고, 효과성 높은 과제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전략적 궤도수정이다. 기존 대책에 포함됐던 대학등록금 부담 경감, 직업능력 개발체계 강화, 고용지원 인프라확충 등의 과제는 저출산 과제에서 빼고, 각 부처 업무로 전환한다. 각 부처가 그동안 ‘저출산’이라는 타이틀을 고리로 관련성이 적은데도 무분별하게 예산을 끌어왔던 폐해를 바로잡겠다는 의미도 있다.

선택·집중에 따라 아이를 낳고 키우는 데 3대 장애요인인 출산양육비 부담, 아이와 부모가 함께하는 시간 부족, 돌봄 공백 등을 해소하는 정책에 예산을 집중 투입한다. 또 고령사회에 맞춰 은퇴와 나이 듦에 따라 소득 감소, 건강악화, 준비되지 않은 마무리 등으로 삶의 질이 급격히 악화하는 점도 대비하기로 했다.

이창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기획조정관은 “현재 살고 있는 2040 세대가 결혼과 출산하더라도 삶의 질이 떨어지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