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펠탑·박물관 폐쇄…파리는 ‘혁명전야’

‘노란조끼’내일 최대집회 예고
주요공연·전시 스케줄 줄취소

정부 유류세 인상 철회했지만
사회개혁운동 양상 띠며 격화
‘대입개편 반대’고교생도 가세

프랑스 파리가 오는 8일 대규모 ‘노란 조끼’ 집회로 에펠탑이 폐쇄되고 샹젤리제 거리 레스토랑이 휴업에 들어갈 예정이어서 대혼란에 휩싸이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정부의 유류세 인상 철회 발표에도 불구하고 성난 민심은 전반적인 조세저항과 불평등 개혁 요구로 번지고 있어 ‘혁명 전야’를 방불케 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고교생들까지 시위대에 합류해 대입 정책을 비판하고 나섰다.

6일 프랑스24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에펠탑 운영사인 SETE는 “노란 조끼 집회가 예정된 오는 8일 하루 에펠탑을 폐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랑팔레와 프티팔레 등 10여 곳의 주요 박물관, 전시관도 이날 문을 닫는다. 오페라 가르니에, 오페라 바스티유 등 파리 중심가에 있는 유서 깊은 주요 공연장들도 이날 공연 스케줄을 모두 취소한 뒤 환불 조치를 했다. 파리의 밤거리를 밝혔던 레스토랑과 상가의 문도 일제히 닫힌다.

파리 경찰은 샹젤리제 거리에 있는 상점과 식당 등에 당일 영업을 하지 말라는 공문을 발송했다. 경찰은 공문에서 “대로변에 두던 야외 테이블과 의자를 모두 치우고, 시위대가 가게에 돌을 던져 유리창이 깨질 경우에 대비하라”고 권고했다. 이날 오후 파리 생제르맹(PSG) 홈구장인 파리 파르크 데 프랭스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PSG와 몽펠리에의 프랑스 프로축구 리그1 경기도 경찰의 요청으로 연기됐다.

마크롱 정부는 이번 집회가 전국 최대규모일 것으로 전망되자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일부 극우와 극좌 단체가 시위에 참여해 대규모 방화나 약탈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도 흘러나오고 있다. 에두아르 필리프 총리는 6일 상원에 출석해 “폭력 시위에 대비해 프랑스 전역에 6만5000여 명의 경찰력을 투입하겠다”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군 병력 투입이 검토 중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정부가 유류세 인상 계획을 철회했지만 분노한 프랑스 국민의 시위는 조세저항과 사회개혁 운동 양상을 띠며 격화하고 있다. 노란 조끼 운동의 대변인 격인 벤자맹 코시는 AFP통신 인터뷰에서 “소요와 내전에 가까운 상태로 프랑스가 내몰렸다”면서 “서민들의 살림살이 개선 대책 마련을 위해 마크롱 대통령이 우리를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6일에는 파리, 릴, 오를레앙, 니스, 마르세유 등에서는 정부 대입제도 개편에 항의하는 고교생들이 거리 시위를 벌이며 200여 곳의 학교가 폐쇄되기도 했다. 학생들은 과거 국립대가 무작위 추첨으로 학생을 선발했었는데 고교 성적 및 활동기록 등을 참고해 합격과 불합격을 가릴 수 있도록 규정을 바꾼 것을 다시 원상회복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수도권 소도시 망트 라 졸리에서는 시위하던 고교생들이 차량 2대에 불을 지르고 상점을 약탈해 진압에 나선 경찰은 146명을 무더기로 연행했다.

김현아 기자 kim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