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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정준모의 미술동네 설설 게재 일자 : 2018년 12월 10일(月)
로봇 손에서 한없이 추락하는 ‘퀸’ 멤버들… 현대 中年 모습과 중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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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라이언 메이(맨 위)와 프레디 머큐리는 죽은 채 로봇의 손 위에, 존 디콘과 로저 테일러(맨 아래)는 우주로 추락하고 있다. ‘퀸’의 6집 표지
1977년 발매 6집앨범 표지
‘프레아스’ 그림 차용 이색


요즘 극장가에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Bohemian Rhapsody·2018) 열풍이 뜨겁다. 이를 하나의 사회 문화적 현상으로 이해하고 살펴보는 것이야말로 향후 21세기 후반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첩경으로 문화정책의 근간을 세우는 일이 될 것이다. 많은 사람이 퀸의 보컬 프레디 머큐리(Freddie Mercury·1946~1991)가 마치 실제 공연장에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들려주는 음악을 보고 들으면서 소위 ‘떼창’을 하고, 머리가 희끗희끗한 중년들이 눈물을 훔친다. 그들은 왜 일부 종교계의 사탄숭배라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철 지난 퀸에, 프레디 머큐리에게 빠져드는 것일까.

이는 아마도 문화예술과는 담쌓고 오직 조국 근대화와 수출입국이 유일한 살길이란 믿음으로 청춘을 바친 한국의 50~60대 중늙은이들의 회한 때문일 것이다. 엄혹했던 시절 조국과 나라와 민족을 이고 지고 살았던 이들에게 돌아온 것은 조기은퇴와 살아온 만큼 더 살아내야 하는 팍팍한 노년뿐이다. 이러려고 국가와 민족, 애국애족이란 거대담론에 짓눌려 살았나 하는 자괴감은 결국 개인이란 소모적 존재로 오직 선거철에만 국민 대접을 받는 것이란 결론에 이르렀다. 그래서 자신을 위해 자신에게 이끌려 몰입하게 되고 세상보다 자신의 행복과 즐거움을 탐닉하게 변했다.

사실 이런 한국 50~60대의 처지는 1977년 발매된 6집 표지 속 퀸의 구성원들과 같다. 퀸의 대표곡 ‘위 아 더 챔피언’(We Are the Champions)과 ‘위 윌 록 유’(We Will Rock You)가 실린 6집 ‘세계의 뉴스’(News of the World)는 노래도 유명하지만, 예술적인 앨범 디자인으로 인정받는다. 1953년 발간된 ‘어스타운딩 사이언스 픽션’(Astounding Science Fiction)의 표지에 실렸던, 죽은 사람을 손에 들고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회색 지능형 로봇을 그린 프랭크 켈리 프레아스(Frank Kelly Freas·1922~2005)의 그림을 차용했다. 프레아스는 20세기 공상과학소설의 삽화가로 명성을 떨친 일러스트레이터다.

▲  정준모 큐레이터·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
특히 그의 삽화는 매우 독특하고 상상력이 풍부한 구성을 에어 브러시 또는 대담한 붓 터치로 살리는 작업으로, 그때그때 변신해 ‘공상과학소설 삽화계의 사제’라 불릴 정도로 일러스트를 예술의 반열에 올려놓은 사람이다. 퀸의 멤버인 로저 테일러는 24년 전에 발표된 프레아스의 이 그림을 앨범의 표지로 쓸 것을 제안했고 멤버들은 이내 동의했다. 이후 프레아스의 허락을 얻어 원작을 변형시켜 프레디와 브라이언 메이는 죽은 채 로봇 손에, 테일러와 존 디콘은 우주로 떨어지고 있는 앨범 표지를 완성했다. 아무튼 이 앨범은 퀸이 ‘성난 젊은이’들과 거리를 두면서 음악적 변화를 시도한 앨범이다.

로봇의 손에서 주검으로, 또 한없이 낙하하는 멤버들의 모습은 지금 퀸에 열광하는 우리 시대 중년들의 모습과 중첩된다. 이들은 헛헛한 마음과 팍팍한 삶을 달래기 위해 극장을 찾아 생전 처음으로 떼창을 하며 잠시 자신을 내려놓는다. 이들의 텅 빈 마음을 달래 줄 길은 없을까. 사실 우리나라 문화소비 중 영화가 비중이 가장 높다. 극장을 찾는 우리 국민이 연간 2억2000만 명으로 1인당 연간 4.3편을 보는 영화소비 세계 1위 국가다. 이렇게 관람인구가 많은 건 잘 만든 국산영화가 공급되고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쉽게 문화활동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영화 외에 제대로 된 미술, 음악, 연극 등의 프로그램 공급이 절대 부족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사실 둘러보면 온통 조미료·색소와 향으로 범벅이 된 프로그램들로 가득하다. 우리 사회의 50∼60대는 학력이나 경험, 경제력 등을 감안할 때 가장 강력한 문화예술 소비층이다. 이들에게 몸에 좋은 유기농 신선식품 같은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도 국가의 복지책무다.

큐레이터·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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