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톡>영화 ‘스윙키즈’, 언어·이념·전쟁마저 초월한 자유의 몸짓 ‘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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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헤미안 랩소디’로 음악 영화의 신세계를 체험한 관객이라면 ‘스윙키즈’(사진)를 놓쳐서는 안 될 것 같다. 영화 속 노래를 함께 따라부르는 ‘싱얼롱(Sing Along)’은 아니더라도 어느새 극장에서 발을 구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테니까.

‘과속스캔들’ ‘써니’ 등으로 작품성과 흥행성을 인정받은 강형철 감독이 이번엔 춤과 노래로 돌아왔다. 한국 역사의 뼈아픈 비극인 6·25전쟁 당시 거제 포로수용소에서 벌어지는 댄스단의 이야기. 전쟁과 춤이라는 도저히 섞일 수 없는 소재를 마법처럼 흥미롭게 버무렸다.

거제 포로수용소에 새로 부임한 미군 소장은 수용소의 ‘이미지 메이킹’을 위해 댄스단 결성 프로젝트를 계획한다. 전직 브로드웨이 탭댄서이자 흑인인 미군 잭슨(재러드 그라임스)을 리더로, 북한 인민군의 영웅이자 반항아 로기수(도경수), ‘생존 영어’의 달인 양판래(박혜수), 피란 중에 헤어진 아내를 찾는 순정남 강병삼(오정세), 반전의 댄스 실력을 지닌 중국군 포로 샤오팡(김민호) 등이 단원으로 합류한다.

강 감독이 ‘써니’에서 7명의 소녀는 물론 조연까지 생생하게 끌어냈듯이, 댄스단의 주역 5명, 그리고 이들과 맞서는 인민군과 미군들은 모두 개성과 매력이 흘러넘친다. 도경수는 진지함에 유머를 더했고, 박혜수는 신선함에 능청스러움을 장착했다. 항상 기대 이상을 보여주는 오정세와 실제 브로드웨이 최고의 댄서 재러드 그라임스까지 춤과 연기 어느 것 하나 나무랄 데가 없다.

그중에서도 김민호는 그동안 어디서도 보지 못한 예사롭지 않은 캐릭터를 창조해낸다. 가수 싸이를 연상시키는 얼굴과 체형에도 불구하고 온몸을 자유자재로 ‘꿀렁거리는’ 동작으로 놀라움과 함께 웃음을 선사한다.

짐작하듯이 영화에서 춤은 단순한 춤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로기수 일행을 창고에 몰아넣고 폭력을 가할 것 같았던 미군들이 돌연 댄스 배틀을 제안하는 대목이 그렇다. 한껏 고조된 긴장감은 정수라의 1988년 히트곡 ‘환희’를 배경으로 흥겹게 녹아내린다. 억압과 폭력이 춤을 통해 자유와 평화로 치환되는 순간이다. 댄스단 해체 위기에서 강병삼과 샤오팡이 포로수용소의 철책선을 사이에 두고 ‘보디 랭귀지’로 대화하는 장면도 ‘웃프다’(웃기면서 슬프다). 관객들은 자막을 보면서 그 절박한 상황을 이해하는데, 자막에 딱딱 맞아떨어지는 몸짓에 또 한 번 폭소를 터뜨리게 된다.

춤은 귀에 익은 명곡과 함께 심장을 쿵쾅거리게 한다. 엔딩 공연에 등장하는 베니 굿맨의 ‘싱 싱 싱(Sing Sing Sing)’은 스윙 재즈의 대표곡이고, 로기수와 양판래의 질주 댄스에 깔리는 데이비드 보위의 ‘모던 러브’는 억압된 상황을 헤쳐나가려는 의지의 표현이다.

유쾌하게 질주하던 영화는 이념을 부르짖는 인민군 선동가의 등장으로 순식간에 험악해지며 이곳이 댄스장이 아니라 포로수용소임을 각성시킨다. 지금은 전쟁의 한복판이고, 같은 민족끼리 총부리를 겨누는 비극에 처해 있다는 것을. 강 감독이 굳이 이질적 결합을 시도한 이유도 여기 있다. 이념, 주의, 갈등 그 어느 것도 인간의 자유와 꿈, 행복을 짓밟을 권리는 없다. 중요한 것은 하고 싶은 걸 하는 것이며, 적어도 이들이 원한 건 ‘저스트 댄스(Just Dance)’였다. 19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김인구 기자 cl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