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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김회평 논설위원 게재 일자 : 2018년 12월 10일(月)
노동개혁 건너뛴 ‘광주형’의 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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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회평 논설위원

광주형 일자리 발목 건 노동계
이기주의에 청년 구직자 좌절
노조 善意에만 기댄 모델 한계

100대 과제인데 文정부는 뒷전
강성 노조 눈치 보느라 훈수만
車산업 붕괴 막는 일이 더 시급


‘광주형 일자리’ 프로젝트가 틀어진 것은 핵심 골격을 지켜내지 못한 결과다. ‘반값 임금’은 인건비를 줄여 일자리를 늘리는 광주 모델의 시작이고 끝이다. 광주시는 지역 노동계와 현대자동차 입장을 조율해 ‘주 44시간 근무, 연봉 3500만 원’이란 기본 틀은 마련했다. 하지만 그걸 보장하고 지속할 장치인 ‘5년, 혹은 누적생산 35만 대 시점까지’ 단체협약을 유예한다는 조건에 노동계가 태클을 걸면서 좌초했다.

임금을 낮춰 일자리를 보전하는 사례는 외국에도 있었다. 미국 GM은 경영위기에 몰렸던 2007년 노사합의로 ‘이중임금제’를 도입했다. 신규 입사자에 기존 임금의 반값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임금 차별이란 내부 비판에도 노조는 대승적으로 수용했고, 파산에 몰린 GM 회생에 기여했다. 독일 폭스바겐은 1999년 고임금으로 경쟁력이 떨어지자 동유럽에 별도 법인과 공장을 지으려 했다. 그러나 지역사회의 반대에 임금 5000마르크에 5000명 실업자를 고용하는 ‘아우토5000 플랜’을 대안으로 꺼냈다. 5000마르크는 기존 임금의 80%다. 이 또한 노조 반대로 1년 반을 공전하다 당시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의 적극 중재로 성사됐다.

두 사례 모두 성공에 이른 돌파구가 노조 양보였다. 그 덕에 많은 청년 구직자가 일자리를 얻었다. 광주 모델도 1만 개 넘는 직간접 일자리가 확보되는 사업이다. 한국의 노조는 달랐다. 민노총 주력인 현대차 노조는 ‘나쁜 일자리’라는 프레임을 만들어 반대 선봉에 섰다. 광주 모델의 실질 연봉은 기본 3500만 원에 주거·교육 등 지자체가 제공하는 인센티브를 더하면 4000만 원대 중반은 될 것이다. 평균 연봉 9000만 원을 훌쩍 넘는 자신들보다는 못해도 대기업 초임에 밀리지 않는다. 현대차가 연 10만 대 생산물량을 위탁하면 노조원의 일거리가 줄어들 수 있다. 결국 고임금 철밥통이 위협받는 상황을 우려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귀족노조의 이기주의가 청년 일자리를 막은 것이다.

광주시 기획대로 협약이 성사됐다 해도 앞길을 장담하긴 어렵다. 5년 등 시한을 정해 임단협을 유예하는 합의는 현행 노동법과 충돌한다. 나중에 채용될 사람들이 빠진 계약은 차후에 분쟁 소지가 있고, 현행법상 2년으로 돼 있는 단체협약 유효기간과도 엇갈린다. 새 공장에서 노조 결성은 시간문제다. 지금도 자동차 노사관계를 좌지우지하는 민노총 금속노조가 가만있을 리 없다. 벌써 “대국민 사기극” 운운하는 민노총이 2년 뒤 어떤 요구를 할지 짐작하긴 어렵지 않다. 광주형 일자리는 이렇듯 법적 토대부터 취약했다. 외국에선 임단협을 3∼5년 주기로 하는 곳이 많다. 정부나 국회가 해결해주지 않는 한, 일개 지자체가 넘을 수 없는 벽이다.

광주형 일자리를 대하는 문재인 정부의 입장에는 자기모순적 요소가 다분하다. 4년 전 전임 광주시장의 아이디어로 시작된 것을 문 정부가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하면서 자기 브랜드로 만들었다. 노사상생형 일자리 모델이란 평가는 매력적이지만, 정권의 우군인 민노총 입장에선 매우 껄끄러운 제안이었다. 결국 민노총을 설득하고, 걸림돌이 되는 경직적인 노동법도 손보는 것이 성공의 관건이었다. 그런 면에서 노동개혁과 함께 진행돼야 할 작업이다. 그러나 노동개혁이란 말조차 입에 올리는 걸 꺼려 하는 문 정부는 그런 절차를 건너뛰고 노동계의 선의(善意)에만 매달렸을 뿐이다. 모든 걸 광주시에 내맡긴 채 대통령도, 국무총리도, 여당 대표도 멀찍이서 훈수만 둔 것이 전부다.

사실 지금 광주형 일자리보다 더 급한 일은 따로 있다. 자동차산업 붕괴를 막는 일이다. 고질적인 고비용·저효율 구조가 임계점에 다다르면서 1위 현대차조차 영업이익률 1%대로 추락한 상황이다. 내년 봄이면 부품업계부터 줄도산이 우려된다. 20여 년 만에 국내에 신규 공장이 들어선다면 뜻깊은 일이겠으나, 있는 생산시설도 놀리는 게 현실이다. GM은 사상 최대인 40조 원 영업이익을 내고도 7개 공장 폐쇄, 1만4700명 감원이란 혹독한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모든 역량을 미래차에 집중시켰다. 성장 지체에 몰린 국내 자동차산업 위기가 더 깊어지기 전에 고비용 구조를 바꿔놓는 게 급하다. 하지만 문 정권은 강성노조와 담판에 나서는 대신 ‘노조 하기 편한 나라’를 공공연히 얘기한다. 민노총을 겁내고, 노동개혁은 기피하는 정권이 광주형 일자리 운운하는 건 위선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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