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쓰나미’ D-22>“차라리 문닫는 게 낫다”… 폐업속출에 지방상권 붕괴 위기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최저임금 인상 등 여파로 자영업자 폐업이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10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영천시장 앞 폐업 상가 앞으로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김선규 기자 ufokim@

- ‘내년 8350원’ 공포감 확산

직원줄이며 버틴 대구 마트
“더 이상은…” 결국 문닫아

춘천 지하상가 18% 폐업
남은 점포도 알바 고용못해

울산 中企 인건비 눈덩이에
“가족끼리 운영해야할 지경”

창원의 건실한 제조업체는
“수년안에 해외로 이전할것”

올해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16.4%)을 간신히 버텨온 지방 소상공인들이 10%가 넘는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을 앞두고 폐업이 속출하고 있다. 지방 중소기업들도 “차라리 문을 닫는 게 낫다”며 공장 매각과 감원, 해외이전을 추진해 지역경제 기반이 붕괴하고 있다.

지난 7일 대구 북구 한 마트. 지하 1층에 있는 1300㎡ 규모의 이 마트는 문이 굳게 잠겨 있었고, 입구에는 집기와 쇼핑카트가 방치돼 폐허를 방불케 했다. 이 마트는 지난 5년간 영업하며 한때 직원 6∼7명을 뒀으나, 올해 최저임금이 급상승해 직원을 줄이며 버텼으나 결국 문을 닫았다. 대구마트유통협동조합 관계자는 “이 마트 주인은 불경기에 장사가 안 되는 상황에서 내년 최저임금이 또다시 인상된다는 소식에 아예 폐업했다”고 말했다. 소상공인이 밀집한 강원 춘천시 지하상가도 지난 7일 기준 전체 352개 점포 중 64곳(18%)이 문을 닫았다. 춘천시 지하상가 운영회 관계자는 “현재 운영 중인 점포도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한 곳은 하나도 없고 종업원을 둔 점포도 30∼40개에 불과하다”며 “내년 1월 1일부터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폐업이 가속화해 상가 존립도 위협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부산 동래구에서 횟집과 맥줏집, 고깃집 등 식당 5개를 운영하는 조모(57) 씨는 “식당과 주점은 업종 특성상 종업원들이 야간, 새벽 시간에 많이 근무하는데 최저임금이 너무 많이 오른 데다 이 임금에 1.5배를 쳐줘야 하는 야간수당에 주휴수당, 연차수당, 4대 보험료까지 포함하면 업주가 가져갈 수입이 거의 없다”며 “올해 최저임금이 과도하게 오른 데 이어 내년에 또다시 크게 인상을 하면 식당업계가 붕괴할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지방 중소기업도 2년 연속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코너에 몰렸다. 외국인 근로자 20여 명이 근무하고 있는 경남 함안의 한 업체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더 이상 공장을 운영하기 어렵다고 판단, 부동산에 공장을 내놓는 등 매각을 추진 중이다. 이 업체는 올해 최저임금 인상으로 외국인 근로자들의 임금이 내국인 수준으로 올라 인건비 부담이 크게 늘어난 데다 내년에도 최저임금을 대폭 올려 주느니 차라리 공장을 매각하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근로자 30명을 감원한 울산 북구 매곡동의 한 자동차협력업체 역시 문을 닫는 게 낫다고 토로하고 있다. 이 회사 A 대표는 “최저임금이 인상되다 보니 일이 밀려 잔업을 하면 직원 1인당 50만 원의 임금이 더 나오는 등 적자가 눈덩이처럼 쌓여 인력을 줄일 수밖에 없었다”며 “그런데도 내년 최저임금이 또 올라 그나마 남은 직원도 다 내보내고 가족끼리 회사를 운영해야 할 처지”라고 성토했다.

연 매출액이 500여억 원인 창원의 표면처리 업체는 최저임금 인상에 주 52시간 시행으로 최대 장점인 가격경쟁력이 떨어져 국내에서는 더는 제조업을 하기 어렵다고 판단, 해외이전을 추진 중이다. 이 업체 B 대표는 “당장 해외로 이전하기는 어렵지만, 수년 내 이전하기 위해 지난주 중국 등에 다녀왔다”고 말했다.

주야 2교대 근무를 하는 창원의 자동차 부품업체는 내년 9월까지 공장에 자동화 설비를 도입해 현장직 직원(130명) 중 30%가량을 줄이기로 했다. 이 업체 C 상무는 “내년에 또다시 최저임금이 인상되고 주 52시간이 적용되면 3교대로 바꿔야 해 인건비 상승이 원가 인상의 최대 압박 요인이 되고 있다”며 “자동화 설비가 완료되면 30명가량은 내보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창원 = 박영수 기자 buntle@
대구 = 박천학, 울산 = 곽시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