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정치적 의사결정 위기 극복해야 경제 발전”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웃으며 마지막 인사 김동연(가운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0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퇴임 기자간담회에 앞서 직원들이 환송의 의미로 박수를 치자 환하게 웃고 있다. 연합뉴스

- 이임사서 또한번 작심발언

“기득권 허물고 이해 조정해야
한발자국이라도 나갈 수 있어”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0일 “경제에 있어 정치적 의사결정의 위기를 극복해야만 가능하다”며 “기득권을 허물어야 하고 대립하는 이해관계를 조정해야 하고, 그러지 않고서는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기재부 내부망에 올린 이임사에서 이념논쟁을 벗어나 기득권의 정치적 책임감이 필요하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김 부총리의 ‘정치적 의사결정의 위기’ 발언은 지난달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나왔고, 여야 간 정치 공방을 끌어내며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당시 김 부총리는 “규제개혁입법, 경제구조개혁입법 등 정치권에서 해야 할 일이 많다”며 “경제만큼은 여야 간 이념논쟁을 벗어나서 규제, 경제에 대해 과감하고 책임 있는 결정이 따랐으면 좋겠다는 뜻”이라고 밝힌 바 있다.

최근 광주형 일자리, 공유경제 등 문재인 정부의 핵심 경제공약이 기득권과 노조 등 집단이기주의에 좌초되는 상황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부총리가 이임사에서 “언론, 노조, 대기업, 지식인들도 동참해 사회적 대타협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 부총리는 공직자가 가져야 할 용기도 강조했다. 김 부총리는 “용기는 실력이 뒷받침되는 자기중심이 서야 나온다”며 “논란과 비판이 있더라도 자기중심에서 나오는 소신을 펴야 한다. 소신대로 할 수 없을 때 그만두겠다는 것은 작은 용기다. 그런 상황에서 자신을 바치는 헌신이야말로 큰 용기”라고 했다. 그는 이어 “헤밍웨이는 용기를 ‘고난 아래서의 기품’이라고 정의했다”며 “우리 앞에 놓인 도전과 과제에 기품있게 맞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 부총리는 “지난 1년 6개월간 우리 경제와 민생만 보고 일했다”면서 “정부 내 의견 차이에 관한 이야기도 일부 있었지만, 제 일에 있어 가장 중요한 준거 틀이었고,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일자리가 많이 늘지 못했고, 소득분배가 크게 개선되지 못했다”면서 “실직의 공포와 구직난에 맞닥뜨린 근로자와 청년, 생존의 위협을 느끼는 자영업자, 나아지지 않는 경영성과에 늘 걱정하는 기업인의 어려움을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하다”고 아쉬움도 전했다. 김 부총리는 “이제 평범한 소시민의 한사람으로 돌아간다”면서 “제 인생의 또 다른 유쾌한 반란을 향해 간다”는 이임사를 끝으로 만 34년의 공직생활을 마쳤다.

박민철 기자 mindo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