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세비 올려놓고 기부 ?… 血稅로 생색내는 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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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안은 법을 어겨가며 날림 심사하면서 자기들 세비는 빠뜨리지 않고 인상하더니 이제 와서 인상분을 기부형식으로 반납하겠다는 것은 세금으로 생색까지 내겠다는 것 아니냐.”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이 세비 인상에 비판이 쏟아지자 반납 의사를 밝혔지만 국민의 시선은 더욱 싸늘해지고 있다. 한두 번 인상분을 기부하다가 여론의 관심이 식으면 다시 인상분을 챙겨갈 것이 뻔한 데다가 인상 자체가 명분이 없는데 큰 선심 쓰듯 기부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그나마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정의당은 반납 여부를 11일 오전 10시 현재까지 여전히 논의 중이다.

이런 여론을 반영하듯 같은 시간 ‘국회의원의 세비 셀프 인상을 즉각 중단하라’는 청와대 국민 청원에는 17만7000명이 넘는 인원이 참여했다. 국회에 따르면 2013년부터 5년 동안은 그간 자동 적용됐던 공무원 평균 임금 인상률도 적용하지 않고 의원 연봉을 동결해왔지만 지난해부터 다시 자동 인상률을 반영했다.

이에 따라 내년 국회의원 수당은 올해보다 1.8% 증가한 1억472만4000원이 됐다. 8일 국회를 통과한 내년도 예산안은 이 같은 자동 인상분이 반영된 세비가 책정돼 있었다. 애초 올해보다 14%가 오른 세비가 예산안에 반영됐다고 잘못 알려지며 국민의 분노가 더 커진 것을 감안하더라도 극심한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서민 경제를 고려하지 못한 처사라는 지적은 국회 안에서도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이 인상분 기부 방침을 밝힌 것은 민심을 자신들의 얄팍한 계산 수준으로 생각한 오만한 대응이다. 정치권은 국민이 분노하는 진짜 이유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법정 기한을 어기는 것도 모자라 회의록조차 남기지 않고 밀실에서 470조 원 예산을 주무르다 실세 의원들 지역구 민원 사업에 예산 증액하는 구태를 멈추고 제대로 된 예산심의를 한다면 국민이 먼저 세비 인상을 촉구할 수도 있다.

민병기 정치부 기자 mingm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