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 “백스톱 조항, EU와 다시 논의”

英, 브렉시트 합의안 의회 비준투표 공식 연기

내부 반발에 변경 요청 계획
EU는 “재협상 결코 없을 것”

ECJ “英 브렉시트 번복 가능”
제2의 국민투표 요구 커질듯

영국 정부가 11일 예정됐던 의회의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비준 투표를 공식 연기했다.

10일 영국 일간 가디언, BBC 등에 따르면 테리사 메이 총리는 브렉시트 합의안 표결을 하루 앞둔 이날 오후 하원에 출석해 “예정대로 투표를 한다면 큰 차이로 부결될 수 있기 때문에 비준 투표를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이 합의안이 옳다는 데 의심의 여지는 없다. (그러나) 북아일랜드-아일랜드 국경에서의 백스톱에 대한 우려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보수당 의원들은 백스톱 조항으로 영국이 EU의 식민지가 될 것이라 주장하며 반발해 왔지만 이날 메이 총리는 “백스톱이 없으면 브렉시트 합의는 불가하다. 우려를 해결하면 합의안이 의회를 통과하리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이날 메이 총리는 구체적으로 투표를 언제 재개할지는 언급하지 않은 가운데 “마지막 투표 시한은 내년 1월 21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메이 총리는 오는 13∼14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EU 정상회의에서 회원국 지도자들에게 백스톱 조항을 변경해달라 요청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브렉시트 전환 기간 중 백스톱을 가동할지 결정해야 할 때가 오면, 의회에 발언권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브렉시트 제2 국민투표 가능성에 대해서는 “첫 번째 국민투표 결과를 뒤집어야 하는데, 이는 나라를 다시 분열시킬 것”이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이날 유럽사법재판소(ECJ)가 “영국은 브렉시트 결정을 번복할 권리가 있다”고 판결해 제2 국민투표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EU는 “우리는 재협상하지 않을 것이며, 우리의 입장도 변함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한편 제1야당인 노동당의 제러미 코빈 대표는 “(메이 총리는) 이번 일을 제어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며 메이 총리의 사임을 요구했다. 노동당은 EU 정상회의에서 메이 총리가 가져온 결과를 토대로 정부 불신임을 추진할 계획이다. 노동당은 “큰 변화 없이 하원에 똑같은 합의안을 가져온다면, 의회는 조기 총선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백스톱(backstop) = ‘안전장치’ ‘방어벽’이라는 뜻으로 브렉시트 이후에 북아일랜드를 EU 관세동맹에 남겨두는 것을 뜻한다. 영국과 EU는 양측 간에 무역협상이 이뤄지지 않은 ‘노 딜 브렉시트’가 발생할 경우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 사이의 ‘하드 보더(국경 통과 시 엄격한 통행 및 통관 절차 적용)’를 피하기 위해 브렉시트 합의안에 백스톱 조항을 두도록 합의했다.

김현아 기자 kim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