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화재 1년>“불법증개축·안이한 소방의식… 제2 제천참사 우려”

충북 올 안전위반 569건중
불법건축물이 567건 달해

소방직 국가직化 지지부진
지방은 낙후된 장비와 사투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에서 발생한 참사의 원인으로 지목됐던 불법 건축물 문제와 안일한 소방 의식 등은 고쳐지지 않고 있다. 최근까지도 이로 인한 화재가 되풀이되고 있다.

지난 1월 경남 밀양시 세종병원에서 화재가 발생해 46명이 사망했다. 세종병원에서는 총 14곳의 불법 증·개축 흔적이 발견됐다. 불법건축물이었던 제천 스포츠센터에서 불이 난 지 약 1개월 만의 일이었다. 지난 10월 화재로 고려인 3세 자녀 2명이 숨지는 등 10명의 인명 사고가 발생했던 경남 김해시 원룸 건물은 다락 용도로 쓰던 옥탑부를 주거용으로 불법 용도 변경한 사실이 드러났다. 충북 소방본부가 지난 7월부터 화재 취약시설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화재안전특별조사에서는 568개동에서 법령 중대위반 사항 등 569건이 적발됐으며, 이 중 불법건축물이 567건이었다.

지난 11월 화재가 발생해 7명이 숨진 서울 종로구 국일고시원에는 스프링클러조차 설치돼 있지 않았다. 2009년 이전에 지어진 건물로 개정된 소방법의 영향을 받지 않았던 탓이다. 구청에서 소방안전필증만 받으면 법적으로 영업이 가능했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강화되는 소방법을 적용받지 않는 기존 건축물의 방재를 강화하는 등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같은 문제는 몇 년이 지나도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소방시스템 개선책도 논의됐지만 성과는 없다. 특히 제천참사를 통해 지방자치단체 재정 여건에 따라 인력, 장비 등 화재 대응 시스템의 격차가 벌어졌다는 지적이 제기됐고 이는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 논의를 촉발했다. 지난 7월 기준 전체 소방공무원은 5만170명이며 이 중 4만9539명이 지방직이다. 이들을 국가직으로 전환하면 재난 현장에서 단일화된 명령 체계로 효율적인 대응이 가능할 뿐 아니라 소방헬기와 같은 고가의 장비를 전국 어디에서나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국가직 전환이 지지부진한 사이 지방은 여전히 낙후된 장비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제천소방서는 참사 당시 문제가 됐던 노후 굴절사다리차를 신형으로 교체하겠다고 밝히며 5억5000만 원의 예산을 집행했지만, 내년 5월이 돼서야 사용할 수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국민 생명과 직결된 사안인 만큼 국가직 전환이 겉핥기가 아닌 내실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문재인 정부도 내년 1월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을 완료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현재 관련 법안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인사지휘권 등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있기 때문이다.

최재규·손우성 기자 jqnote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