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제품 설치·수리 기사들 음주운전 다반사 ‘불안’

면허 취소상태서 버젓이 근무
회사 차원서 정기적 확인 필요

가전제품 설치·수리 기사들이 음주운전을 하고 면허가 취소돼도 회사가 파악하기 어려운 것으로 드러났다. 가전제품 수리기사들은 화물차를 몰기에 사고 발생 시 더 큰 피해를 초래할 수 있어 상습 음주운전자를 파악할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에어컨 수리기사 김모(39) 씨는 지난 7월 혈중알코올농도 0.179%의 만취 상태로 운전하다 교차로에서 신호 대기 중이던 승용차를 들이받았다. 사고 당시 김 씨는 과거 음주운전으로 집행유예 기간이었으며 심지어 무면허 상태였다. 김 씨는 음주운전으로 2차례 벌금형을 받고, 지난해 10월에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1단독 박승혜 판사는 도로교통법 위반 등으로 기소된 김 씨에게 징역 6월을 선고했다고 11일 밝혔다.

가전제품 수리·설치 기사들이 음주운전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구속 등 신변의 변화가 없으면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되더라도 회사에서는 이를 알 방법이 사실상 없다. 회사 차량일 경우 사고가 나면 보험처리를 회사에서 하기에 사고 경위를 파악할 수 있는 반면, 개인 차량을 모는 기사들의 경우에는 사고가 난 사실을 숨기면 모르고 넘어가게 된다. 한 가전제품 업체 관계자는 “에어컨처럼 짧은 기간에 수요가 몰리는 경우, 개인차를 가지고 있는 계약직원들을 일시적으로 많이 채용하다 보니 일일이 관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업무 중 운전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가전제품 설치 기사들에 대해서도 회사에서 주기적으로 음주운전 등 사고 내역을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며 “법에 규정돼 있지 않아도 기업 차원의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윤명진 기자 jiniey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