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상현 前 국제형사재판소 소장 “대법원장 인사권 독점이 사법체계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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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코드인사 겨냥’ 해석
일선 판사들 “사이다 발언”

송상현(사진) 전 국제형사재판소(ICC) 소장이 지난 4일 대법원 사법정책연구원 국제 콘퍼런스에서 김명수 대법원장의 막강한 인사권을 겨냥한 발언을 했다는 사실이 11일 뒤늦게 알려지면서 법원 내부에서 공감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송 전 소장은 콘퍼런스 제3세션 ‘전문법원: 국제상사법원과 해사법원’ 주제로 토론이 진행되던 당시 마지막 질의응답 과정에서 “한국 사법체계의 문제점은 대법원장의 인사권한 독점에서 비롯된다”고 말했다.

송 전 소장은 2009년 아시아인 최초로 국제사법기구 수장에 선출된 인물이다. 유튜브 채널을 통해 확인한 바에 의하면, 송 전 소장은 참석자 대부분이 외국인이고 영어로 진행된 콘퍼런스에서 사회자로부터 질문 기회를 얻자 “이건 내 코멘트일 수도 있고 질문일 수도 있겠다”면서 운을 뗀 뒤 “한국 사법체계와 다른 나라의 큰 차이점은 오늘 오전 당신들이 봤던 그 대법원장 한 명이 법관 3000명의 임명·전보 등 인사권을 독점(monopolize)하고 있다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당일 오전 참석한 뒤 행사장을 떠난 김 대법원장을 지칭한 발언이다.

송 전 소장은 이어 “전문법원을 만들 경우 임기(정년) 동안 전문성 보장을 위해서 계속 일해야 하지만, 한국에서는 행정사건을 맡다가도 어느 날 형사사건 재판부로 전보된다. 이런 관료제 스타일의 법관인사는 근본적으로 전문법원과 상충할 여지가 크지 않겠는가”라고 일갈했다.

대법원장의 제왕적 인사권한 문제는 비단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법원 내부에서는 송 전 소장의 ‘사이다 발언’이 구전으로 전해지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제왕적 권한을 비판하며 체제를 구축한 김 대법원장이 법관인사 개혁 작업은 더디게 진행하면서 사실상 자신의 측근들을 잇따라 핵심 보직에 기용하자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불만이 퍼지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이전 대법원장들의 인사도 제왕적이었지만 ‘동기들 가운데 가장 뛰어나다’고 인정받는 판사들을 데려다 써서 승복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그러나 최근 대법원의 인사 방침은 그냥 대법원장과 같은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이면 법원행정처로 불러들이고 대법원장의 배석판사를 한 인권법연구회 소속 판사를 유엔 본부에 파견을 보내는 등 ‘내 사람만 챙기기’라는 점으로 비쳐 법원 내부에 불만이 극에 달한 상태”라고 전했다.

김리안 기자 knr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