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국정원장은 회계직원 아니다”… MB·朴 2심 영향 미칠듯

남재준·이병기·이병호 항소심
특활비 상납 특가법 처벌 제외
3명 모두 징역 1년씩 감형

MB·朴 관련혐의로 1심 유죄
2심서 법원 판단 바뀔지 주목

박근혜 정부 당시 국가정보원의 특수활동비를 청와대에 상납한 혐의로 기소된 남재준 등 전직 국정원장들의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국정원장은 회계직원이 아니다”라는 판단이 나왔다. 최근 관련 법률에 대해 이명박 전 대통령 측이 “회계직원에 대한 의미가 헌법상 죄형법정주의 명확성 원칙 등에 위배된다”며 제기한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에 힘이 실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 조영철)는 11일 남재준·이병기·이병호 등 전 국정원장들의 선고공판에서 “중앙관서장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회계 관계 직원에 해당하지 않는데 원심이 특가법을 잘못 적용했다”면서 “특가법에 따라 가중처벌하지 않고, 일반적인 통상의 횡령범죄에 따라서 처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들의 형량은 1심보다 1년씩 감형돼 남 전 원장은 징역 2년을, 이병기 전 원장은 징역 2년 6월을, 이병호 전 원장은 징역 2년 6월 및 자격정지 2년을 각 선고받았다.

특가법상 국고손실죄는 돈을 횡령한 사람이 회계 관계 직원 등의 책임에 관한 법률(회계직원책임법)에서 정한 ‘회계 관계 직원’에 해당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즉 국정원장들이 회계 관계 직원에 해당해야 이들의 국고손실 혐의도 유죄로 인정되는 논리다. 1심 재판부는 이들 국정원장이 실질적으로 회계 관계 업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어 회계직원책임법상 회계 사무를 처리하는 자로 보고 가중처벌했다. 또 이들과 공범으로 기소된 박근혜 전 대통령, 김성호·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공범으로서 같은 특가법상 국고손실 등 혐의로 기소된 이명박 전 대통령 역시 1심에서 유죄 판단을 받았다.

그러나 이날 2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중앙관서의 장은 관계 법령에 따라서 회계책임관을 임명하고 회계 관계업무 중 특정 권한을 소속 공무원에 광범위하게 위임하는 게 가능하다”면서 “이렇게 위임할 시 회계 관계 직원은 소속 공무원이지 중앙관서장 본인이 되는 것이 아니며 이 점은 국정원의 경우라고 해서 달리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재임 시절 전직 국정원장들로부터 특활비를 지원받아 쓴 혐의로 각각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인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역시 1심보다 형량이 다소 낮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이 전 대통령의 경우 변호인단은 지난 7일 항소심 재판부(서울고법 형사1부)에 “국정원장은 회계직원이 아니다”라는 취지로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해달라는 의견서를 낸 상태다. 변호인단은 의견서에서 “입법 목적에 비춰 회계직원책임법의 ‘회계 관계 직원’은 금전 출납 업무를 하는 실무자로 좁게 해석해야 한다”며 “회계 관계 직원을 지나치게 넓고 추상적으로 규정해 구성요건이 명확히 하지 못하다”고 주장했다.

김리안·김수민 기자 knr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