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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반
[문화] 그림 에세이 게재 일자 : 2018년 12월 11일(火)
낙서들로 휘갈겨진 한국화…유쾌한 일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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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창배, 무제, 한지에 혼합재료, 145×111㎝, 1990년
한 가문의 유산을 잘 이어받고 갈고 닦아야 할 것은 으레 장자의 몫이다.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묵묵히 우리 고유의 양식과 미학을 지켜온 한국화계가 흡사 장자의 모습이다. 법고창신(法古創新)이라지만 ‘본받아야 할 옛것’의 분량이나 중압감이 너무 커 ‘새로움의 창조’는 언제나 아쉬움을 남긴다.

이 화두 앞에서 떠올려야 할 이름, 황창배(1947∼2001)는 흡사 한국화계의 ‘제임스 딘’(반항아) 같은 차남형 작가다. 법고를 위해 서예, 서각 등까지 두루 익혀 득의(得意)했지만, 그것은 오히려 반항과 일탈을 위한 과정이었다. 한국화계 정상에 있었지만 스스로 자기부정과도 같이 경계를 허문, 내면의 자유에 충실한 화가로 기억되고 있다.

낙서들로 휘갈겨진 화면이 전통적 정체성에 가한 테러로 비치기도 하겠지만, 경계 밖에선 유쾌한 일탈로 반겨지기도 한다. 역설적이게도 일탈과 해체의 종국은 보편적 가치였다. 장남과 차남의 조화로운 상생으로 말미암아, 30년 전 낯가림을 해야 했던 양식이 이제는 친근하게 다가온다.

이재언 미술평론가·인천 아트플랫폼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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