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故 이재수 문건이 거듭 보여주는 무리한 적폐 수사 實相

검찰 수사를 받다가 지난 7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재수 전 국군기무사령관이 11일 대전현충원에 안장됐다. 마지막 순간까지 ‘모든 것을 안고 가겠다. 잘못이 있다면 내가 책임지겠다’는 유서를 남겨 무인다운 풍모를 보였지만, 기무사 후신인 군사안보지원사령부 사령관을 비롯해 후배 현역 군인들은 빈소에 조문조차 오지 않았다고 한다. 이 전 사령관 혐의를 바라보는 시각이 상반되더라도 확정 판결까지는 무죄 추정의 원칙을 적용받는다는 사실을 거론할 것도 없이 현 정권의 적대감과 협량, 그리고 군에 가해지는 압박감을 짐작하게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수사 중 목숨을 끊었을 때, 당시 권력은 비난을 감수하면서도 조문했다.

기무사의 민간인 불법 사찰 혐의를 두고 검찰과 이 전 사령관은 상반된 입장을 가지고 있었다. 이 전 사령관의 자살로 재판을 통해 가려질 기회조차 사라졌지만, 유서 이외에 별도로 남긴 A4 용지 5장 분량의 문건은 검찰 수사가 상당히 무리하게 진행됐을 정황을 거듭 보여준다. 월간조선이 입수해 처음 공개한 이 문건에서 그는 10가지 이유를 들어 민간 사찰이 성립될 수 없다고 했다. 특히 ‘기무사 부대원 중에서 세월호 사고의 희생자가 2명이나 있었던 유가족 당사자였으며, 본인도 세월호와 동일한 코스로 수학여행을 인솔해 다니는 고교 교사인 아내가 있어서 누구보다 유가족의 아픔을 공감한다’고 했다. 이 전 사령관은 ‘향후 유사한 국가 재난 발생 시 참고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백서 형태로 남긴 자체 기록을 문제 삼아 사찰 의혹을 제기했는데, 불법 사찰을 시행한 부대가 남겼을 리 만무하다’고 항변했다.

피의자였던 만큼 그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사실관계를 다투기에 충분하다. 그렇다면 걸맞은 수사를 하는 게 정상이다. 예비역 3성 장군인 이 전 사령관은 지난 3일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며 흉악범이나 하는 수갑을 차는 수모도 당했다. 하명 사건은 모든 방법을 동원, 무조건 구속한다는식의 적폐 수사의 실상(實相)을 보여주는 것 같아 참담하다. 명예에 살고 수치심에 죽는다는 군인을 향해, 인권 차원에서도 있을 수 없는 모욕을 주었다. 언젠가 수사 자체를 심각하게 점검할 필요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