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洪부총리, 저성장 탈출에 집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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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前 한국경제학회장

10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취임함에 따라 문재인 정부 2기 경제팀이 출범했다. 그동안 우리 경제는 경기침체로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청년실업이 크게 늘고, 서울 집값이 급등하면서 부(富)의 불평등이 심해졌다. 홍 경제부총리 앞에는 일자리 창출과 경제 살리기를 위해 해야 할 많은 과제가 놓여 있다.

첫째, 경제 컨트롤타워의 역할을 강화하고 경제정책이 정치적 요인에 의해 휘둘리지 않게 해야 한다. 경제부총리 직제를 만든 이유는, 경제정책 수립에 있어 총괄 책임자로서 각 경제부처의 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다. 이러한 경제 컨트롤타워의 역할이 약해지거나 경제정책이 정치적 요인에 의해 결정될 때 정책은 효율적으로 수립될 수 없으며, 성과도 제대로 나타나지 못한다. 최근 문 대통령도 신임 부총리에게 경제부처 장관들의 협력을 이끌어내는 경제팀 수장의 리더십을 주문했다. 홍 부총리는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역할을 강화하고 정치적 요인을 최대한 배제해 정책 성과를 내도록 해야 한다.

둘째, 기업 투자를 이끌어내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 그동안 정부는 공공부문과 중소기업 일자리 창출을 위해 공무원 증원과 최저임금 인상 등의 정책을 시행했다. 그러나 공공부문만으론 일자리 늘리기에 역부족이다. 일자리는 민간기업에서 만들어지고, 대기업 투자가 중소기업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점에서 기업 투자가 중요하다. 홍 부총리는 기업 투자 부진의 원인을 파악하고 최저임금의 인상 속도를 조절하며 근로시간 단축을 신축적으로 운영해 일자리가 늘어나도록 해야 한다.

셋째, 산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구체적인 로드맵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 경제는 2%대의 저성장 함정에 빠지면서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다. 실제로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는 원인은 수요 부족보다 공급 측면에 있다. 중국의 추격으로 주력 산업의 경쟁력이 약해지면서 구조조정으로 일자리가 줄어들고 성장률도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추세가 더욱 심해질 경우 제조업의 공동화로 일본처럼 장기침체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저성장 함정에서 벗어나 일자리를 창출하려면 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신산업을 육성하고 기존 산업의 기술력을 높일 수 있도록 신산업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과거에도 이러한 혁신성장 전략이 수립됐으나 구체적인 로드맵을 만들지 않아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 실패했다. 일본은 ‘재흥정책’, 중국은 ‘제조 2025’, 독일은 ‘인더스트리 4.0’ 전략으로, 미국은 중국과의 무역전쟁으로 제조업을 부활시키면서 국가 경제의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넷째, 대외적인 충격에 대비해야 한다. 내년에는 미국의 보호무역과 금리 인상으로 수출 감소와 자본 유출이 우려된다. 자본 유출을 막기 위해서는 금리를 높여야 하나, 경기와 일자리를 고려하면 금리를 큰 폭으로 높일 수 없다. 또, 내년부터 외환시장 개입 내역을 공개하게 되므로 환율정책 또한 사용에 제약을 받게 된다. 정책 수단에 제약이 있게 되면 경제는 위기를 겪을 수 있는 만큼 이를 막아야 한다.

내년 경제는 올해보다 더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 경기 경착륙을 막아 일자리를 늘리면서 동시에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고 자본 유출 또한 막아야 하는 트라일레마(trilemma)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경제를 안정시키고 산업 경쟁력을 높여 저성장의 함정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해야 할 홍 부총리의 강한 리더십과 올바른 정책 선택에 거는 기대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