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is Story >엄지손가락 잃었지만 희망 놓지 않아… 불 꺼진 연습장서 새벽까지 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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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최 프로를 만든 것은

최호성의 눈빛은 예사롭지 않다. 어린 시절부터 가난했고, 살기 위해 발버둥 치면서 견뎠다. 그는 “지금도 죽느냐 사느냐 하는 갈림길에 선 절박한 심정으로 대회에 출전한다”고 말했다.

그는 25세에 골프를 시작했다. 그리고 1년 3개월 뒤 프로골퍼가 됐다. 4급 지체 장애 판정을 받았던 핸디캡을 극복했고, 기적과 같은 인생을 살아왔다. 큰 장애가 아니라고 여길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몇 배나 더 혹독한 노력을 했고, 그렇게 보통 선수를 따라잡았다. 또 지금처럼 정상에 서기 위해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피눈물 나는 훈련을 쌓았다.

최호성은 경북 포항 수산고 졸업반 시절 실습 나갔던 참치 가공 공장에서 실수로 엄지손가락 마디를 절단기에 잃었다. 실의에 빠질 여유조차 없었다.

그는 건설현장 일용직 등 안 해본 일이 없었다. 그러다 23세가 되던 해 안양 골프장에서 잡역부로, 아르바이트 일꾼으로 근무했다. 그의 성실함에 반해 골프장은 1년 만에 계약직으로 승진시켰다. 그러면서 우연히 골프채를 잡았다. 안양 골프장에서 일한 지 3년이 지난 뒤였다.

1998년 1월 8일 작정하고 골프를 배우기로 마음먹었다. 영업 종료 후 심야에 홀로 남아 불 꺼진 연습장에서 새벽까지 훈련했다. 그리고 우연히 박세리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하는 장면을 TV로 보면서 앞으로 ‘프로골퍼’가 돼 돈을 벌겠다고 다짐했다. 그래서 최호성은 “나도 ‘박세리 키즈’ 중 한 명”이라고 표현한다.

최호성은 골프채를 잡은 지 1년 3개월 만이던 1999년 4월 세미프로 자격증을 획득했다. 경남 김해 가야 골프장에서 치러진 프로테스트에서 1000명이 넘는 지원자 중 41위에 올랐다. 독학으로 경쟁자들을 따돌렸다.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최단기간 프로가 된 케이스다.

그는 살아온 경험에 비추어 “좌절이란 그만큼 현실에 충실하게 살지 않았기에 나오는 한탄”이라며 “먹고살기 위해 좌절할 시간조차 없었다”고 말했다.

최호성은 “이것 말고는 내가 할 게 없다는 심정으로 간절하게 골프를 대했기에 가능했다”고 돌아봤다. 합격 후 너무 기뻐 꿈인지 확인하려고 정말로 얼굴을 꼬집어봤다.

그는 그날 밤 부산역에서 자정에 출발하는 완행열차를 타고 동틀 무렵 수원에서 내렸고, 곧바로 안양 골프장으로 골프백을 멘 채 출근했다. 6개월 후 ‘투어프로’가 되겠다는 더 큰 꿈을 위해 4년 5개월간 근무했던 안양 골프장을 그만뒀다.

최호성은 변화가 두렵지 않다고 강조한다. 마흔에 일본 무대로 넘어간 것도 ‘지금은 뭔가 변화가 필요한 시기’라는 판단에서 홀로 결정했다.

벽이 나타나더라도 언제나 그랬듯 뛰어넘을 것이란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잃지 않았다. 지금의 최호성을 만든 원동력이다. 그가 생각하는 ‘성공의 지름길’은 오직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용인 = 최명식 기자 mscho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