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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이현종 논설위원 게재 일자 : 2018년 12월 12일(水)
KTX 사고 닮은 文정부 국정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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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종 논설위원

통신구, 온수관 이어 KTX까지
선진국 시설에 行政은 후진국
잘못 끼워진 ‘코드’가 또 문제

실패 前兆 무시하고 정책 강행
내 편은 무능해도 책임 안물어
春風秋霜 초심으로 돌아가야


통신구 화재로 모든 통신이 먹통이 돼 석기(石器)시대가 되고, 땅 밑에서 느닷없이 뜨거운 물이 솟아 나와 예비 사위와 식사를 하고 가던 구두미화원이 목숨을 잃고, 멀쩡하게 달리던 KTX가 탈선하고…. 불과 한 달 사이에 일어난 대형 사고를 보면 대한민국이 사고(事故)공화국처럼 느껴진다. 집 밖으로 나서기가 두렵다. 지난 1994∼1995년에 일어났던 성수대교·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를 연상시킨다. 20여 년이 지나고 정권이 5번이나 바뀌었는데 달라진 것이 없다.

선진국은 대형 사고를 예방할 능력이 있지만, 대한민국처럼 선진국 같은 첨단 시설과 산업은 있으면서, 행정능력은 후진형인 나라가 가장 위험하다고 한다. 지난 7일 발생한 강릉선 KTX 탈선사고를 자세히 뜯어보면 문재인 정부의 국정 운영과 이리도 닮은꼴일까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무능한 ‘낙하산·코드’ 인사에 사전 경고 무시, 무책임 행태를 보면 다를 게 없다. 현재 드러난 탈선 원인은 두 선로 전환기에 케이블을 엇갈리게 꽂아 잘못된 신호를 보냈기 때문이라고 한다. 최종 점검한 것이 지난해 9월이었는데 12월 개통 이후 이상 유무를 알지 못했다고 하니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에 이런 사고가 나지 않은 것이 천운이다. 결국 이번 사고의 원인도 잘못된 ‘코드’ 때문이다.

건축·토목 계통에서는 이런 대형 사고는 그냥 일어나지 않는다고 한다. 1930년 미국의 한 보험회사 사고통계 업무를 하던 허버트 윌리엄 하인리히는 산업재해를 분석하다가 ‘1 : 29 : 300의 하인리히 법칙’을 주장했는데 산업재해로 중상자가 1명 나오면 같은 원인으로 경상자가 29명, 부상할 뻔한 사람이 300명이 있다는 것이다. 모든 사고에는 전조(前兆)가 있다는 뜻이다. 지난달 19일 서울역으로 진입하던 KTX 열차가 보수 공사 중이던 포클레인을 들이받는 황당한 사고가 일어났다. 다음 날 오송역 단전사고로 경부선 KTX가 10시간 이상 멈췄다. 지난 3주 동안 10건의 크고 작은 KTX 사고가 있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 5일 직접 대전 코레일 본사를 찾아가 오영식 사장을 만나 경고했지만 소용없었다.

문 정부는 집권 이후 2년에 걸쳐 29%에 달하는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무제 실시를 주 내용으로 하는 소득주도성장을 밀어붙였다. 급속한 변화에 따른 부작용이 속출하고 시장과 기업의 반발이 계속됐지만 ‘최저임금 1만 원은 정의(正義)’라며 굽히지 않았다. 내부에서까지 ‘퍼펙트 스톰이 온다’며 실패의 전조가 있었지만 무시하다가 결국 최악의 실업률, 고용률을 기록하고 말았다.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현재의 경제 상황에 대해 “국가 비상사태”라고 경고했다. 위기의 신호를 무시한 대가는 KTX나 경제나 모두 혹독하다.

이렇게 위기에 둔감하게 된 것은 생각이 똑같은 사람들만 쓰는 ‘코드 인사’ 때문이다. 11일 사퇴했지만, 철도에 문외한인 학생운동권 출신 정치인 오 사장을 임명할 때부터 예견됐다. 조직에는 견제와 경쟁이 필요한데 오 사장은 취임하자마자 경쟁체제인 KTX와 SRT 통합을 주도하고, 남북철도연결 사업에만 온통 신경을 쏟았다. 코레일과 자회사 임원 35%를 비전문가인 문 캠프, 민주노총 출신 낙하산으로 채워 놓으니 조직이 제대로 굴러갈 리가 없다. 청와대도 마찬가지다. 전대협, 참여연대, 민변 출신들만 있으니 누구 하나 ‘노(No)’라고 말할 사람이 없다. 김종천 전 의전비서관의 음주운전, 경호처 직원의 음주폭행,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원 전원교체를 보면 기강이 허물어져 가는데 바로 잡을 사람이 없다. 심지어 문 대통령은 특감반 책임자인 조국 민정수석에게 질책은커녕 강한 재신임 의사를 보였다. 청와대의 ‘내 편 감싸기’가 도를 넘고 있으니 어느 공직자가 책임지기를 자청하겠나. 청와대나 코레일 운영을 무슨 동아리 운영 정도로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장관·수석 등 모든 자리는 책임을 지라고 있다. 문 대통령이 비서실에 걸어두라고 한 ‘춘풍추상(春風秋霜)’ 글귀는 남에게는 관대하지만, 자신에겐 엄격하라는 경구인데 실상은 거꾸로다. 철도를 담당하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언제든 국회로 돌아갈 채비를 하고 있다. 특감반 사태에 남 얘기하듯 하는 조국 수석이나 오십보백보다. 전 정권 문제는 먼지 털 듯하면서 자신들 문제는 “민망하다”는 한마디로 넘어가려 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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