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적폐수사 조급증’이 낳은 잇단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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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갑’이 문제다. 더 큰 문제는 정권의 수사 하명과 이에 따른 검찰의 조급증 수사다. 또 전 정권에서 이뤄진 공무원의 업무수행을 적폐로 모는 적폐수사 그 자체다. 과잉수사와 표적 수사는 이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나타난다.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이 극단적 선택을 한 원인 역시 다른 죄로 압박하며 ‘지시한 윗선’의 자백을 강요하는 조급증 수사 방식과 세월호 당시 기무사의 정상 업무를 사찰로 몰아간 적폐수사에 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도주의 우려가 적음에도 구속영장 심사 법정에 출두할 때 수갑을 채워 예비역 3성 장군에게 망신을 준 그 너머에 원인이 있다는 의미다. 심지어 영장은 기각됐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11일 대검 간부회의에서 강조한 ‘인권 중심의 업무 시스템’은 그런 의미에서 사태의 본질을 잘못 짚었다.

더욱이 문 총장은 회의에서 “진행 중인 수사는 우리 사회 민주주의가 어떤 내용으로 구현돼야 할 것인지 정립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수사의 당위성을 설명하며 일각에서 제기되는 적폐청산 수사 비판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된다. 포장지를 곱게 바꿔 적폐청산 수사를 강행하겠다는 의지나 고집으로도 읽힌다. 조짐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법원이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즉시 영장 재청구 검토 입장을 내놨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선에서 자를 수는 없다”는 취지의 말도 했다. 이는 두 전 대법관 구속을 통해 거물 표적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까지 기어코 구속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적폐수사 과정에서 이미 여러 사람이 비극적인 선택을 했다.

지난해 11월에는 국정원 댓글 수사 방해 의혹으로 수사받던 현직 검사가 구속영장 심사를 앞두고 투신하기도 했다. “강압은 없었지만, 수사 대상자는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검찰의 해명은 이제 그만 들었으면 한다.

임정환 사회부 기자 yom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