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떼농구’ 전자랜드의 반란

올 시즌 앞두고 하위권 분류
선수 골고루 기용 팀플레이
현재 14승8패로 2위 달려
국내선수 득점비율 62% 1위
유도훈 감독 “더 높은곳 본다”

‘언더독’ 전자랜드가 가파른 페이스를 연출하고 있다.

전자랜드는 1997년 한국농구연맹(KBL) 출범 이후 단 한 번도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최근 8시즌에서 7차례나 플레이오프에 진출했지만, 매번 챔피언결정전으로 가는 문턱을 넘지 못했다. 10개 구단 중 한 번도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하지 못했다.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우승 경험이 없다.

전자랜드는 올 시즌을 앞두고 하위권으로 분류됐다. 그런데 뚜껑을 열고 보니 다르다. 전자랜드는 13일까지 2018∼2019 SKT 5GX 프로농구에서 14승 8패로 2위를 달리고 있다. 선두 현대모비스(17승 3패)가 독주하고 있는 가운데 전자랜드는 3위 kt(12승 8패)에 승차 1게임 차로 앞섰다. 전자랜드는 이번 달 들어 3승 1패, 최근 10경기에서 8승 2패를 거뒀다.

하지만 유도훈 전자랜드 감독은 더 높은 비상을 꿈꾸고 있다. 유도훈 전자랜드 감독은 “2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전력이 그 정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아직 경기력은 부족하고, 앞으로 더욱 채워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자랜드엔 주전가드 박찬희를 제외하곤 스타급이 없다. 당초 하위권으로 분류됐던 이유. 그런데 팀 성적은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렸다. 특정선수 의존도를 낮추고 선수단 전체를 골고루 활용하는 ‘벌떼농구’를 기본 전술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전자랜드 선수단에서 경기당 평균 10분 이내를 소화한 비율은 29%에 이른다.

반면 전자랜드를 제외한 나머지 9개 구단 평균은 27%. 유 감독은 잦은 교체를 통해 체력을 비축하고, 다양한 전략을 투영한다. 한 발 더 뛰고, 나보다 동료들 우선하는 게 유 감독의 운영 방침. 그래서 개인기를 자제하고 팀플레이를 중시한다. 올 시즌 전자랜드는 속공 168개로 이 부문 1위다.

전자랜드는 또 국내 선수 득점 비율이 61.98%로 10개 구단 중 1위다. 용병 의존도가 낮다는 뜻. 그리고 유 감독은 국내 선수에게 더욱 적극적으로 움직일 것을 주문한다.

유 감독은 11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삼성과의 경기 도중 작전타임을 요청, 선수단을 모은 뒤 손을 머리 위에 올려놓는 동작을 취하며 “‘떡 사세요’ 하면서 얘(머피 할로웨이)만 찾을 거야? 공격에서 기회가 오면 숨으면 안 돼”라고 호통쳤다. 유 감독의 지시대로 연장전에서 강상재가 3점슛을 넣었고 종료 4초를 남기고 박찬희의 역전 결승골이 들어가 전자랜드는 80-79의 짜릿한 재역전승을 거뒀다.

전자랜드는 지칠 줄 모른다. 유 감독이 적절하게 교체 타이밍을 활용하기 때문. 그리고 올 시즌에 앞서 지옥훈련을 통과했다. 173㎝로 단신인 유 감독은 현역 시절 신체 조건의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10㎏의 납조끼를 입고 산악구보를 하며 혹독한 개인 훈련을 소화했다. 키가 작지만 용산고, 연세대, 현대의 주전 가드로 활약할 수 있었던 비결.

강한 근성이 트레이드 마크인 유 감독은 본인의 경험을 살려 전자랜드를 조련했다. 납조끼를 체력 훈련 보조 기구로 활용했고, 스피드와 지구력을 높이기 위해 달리고 또 달렸다. 굵디굵은 땀방울의 결실이 올 시즌엔 커다란 열매가 될지 기대된다.

유 감독은 “지명도는 떨어지지만 전자랜드는 선수들은 항상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며 “튼실한 수비에 빠른 역습으로, 지쳐서 쓰러지지 직전까지 달리고 또 달리는 박진감 넘치는 농구를 추구하겠다”고 약속했다.

김성훈 기자 powerkimsh@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