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통이 가장 큰것이 아니더라”… 청년 코엘료가 겪은 히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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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피 파울로 코엘료 지음, 장소미 옮김／문학동네

사회통념 거부하며 떠난 순례길
부딪히고 사랑하며 ‘나’를 발견

“非인간적 사회의 해독제” 평가

브라질 출신의 세계적인 작가 파울로 코엘료(71·사진)는 70대의 나이에도 여전히 독자들과 왕성하게 소통하고 있다. 그것도 요즘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SNS를 통해서다. 13일 코엘료의 SNS에는 ‘10초 독서: 십자가의 무게’라는 글이 올라왔다. 이탈리아의 한 크리스천이 자신이 지닌 십자가의 무게가 버거운 나머지 하느님에게 날마다 바꿔달라고 기도했단다. 드디어 그 소원을 이룰 기회가 생겼는데, 결국 가장 작다고 생각해서 고른 십자가에는 자기 이름이 붙어 있었다는 것이다. 누구든 자신의 아픔과 고통이 제일 크게 느껴지는 법이다.

‘10초 독서’와 함께 올라온 두 줄의 글도 그 의미를 곱씹게 한다. “인생은 항상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가 필요한 것을 알고 싶지 않을 때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짧지만 묵직한 메시지에서 삶에 대한 그의 태도를 엿볼 수 있다.

장편 ‘히피(Hippie)’는 코엘료가 2018년 내놓은 따끈따끈한 신작이다. 70대 노인이 쓴 작품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자유분방하고 경쾌하다. 특히 형광의 분홍색 표지(영어판도 같은 색)는 눈을 떼기 어려울 정도로 강렬하다.

코엘료가 20대 초·중반이던 1970년, 젊음의 상징과도 같았던 ‘히피 문화’에 관한 이야기다. 코엘료는 실제로 당시 히피 운동에 뛰어들었다. 사회적 통념과 기성세대의 가치관을 거부하고 인간성의 회복, 자연에의 귀의, 자유와 평화 등을 주장하며 젊음을 만끽했다.

코엘료는 작가의 말에서 “여기 담긴 이야기는 나의 개인적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다. 더러 사건의 순서를 바꾸거나 인물들의 이름과 세부적인 사항을 변경하고 몇몇 일화를 압축하기도 했지만 모두 내가 겪은 실제 사건에서 기인했다”고 말했다.

소설에는 그런 20대의 코엘료를 닮은 청년 ‘파울로’가 등장한다. 파울로는 세계의 중심이자 해방의 도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미모의 여성 카를라를 만나고, 함께 ‘매직 버스’에 몸을 실은 채 오스트리아, 터키를 거쳐 네팔 카트만두까지 ‘히피 순례’에 나선다.

그 순례길 위에서 파울로와 카를라는 평행 세계를 탐구하는 아일랜드 청년 라이언, 아프리카에서 수많은 환자를 치유하다 성직자의 꿈을 꾸게 된 영국인 의사 마이클, 파울로의 트라우마를 보듬어주는 인도인 운전기사 라훌, 사회변혁운동인 ‘68혁명’의 혼돈을 벗어나 진정한 삶의 가치를 찾아온 프랑스 부녀 자크와 마리 등을 만나 소통하며 차츰차츰 인생의 진리에 다가선다.

비록 이들은 저가의 버스에서 불편하게 잠을 청하고, 히피들을 위험한 존재라 여겨 배격하는 사람들에게 위협을 받기도 하지만 그때마다 서로 부딪치고 사랑하면서 비로소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앞서 코엘료의 SNS에서 보았듯이 나의 고통이 가장 큰 것은 아니며, 인생이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을 보여주지 않을 때도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 같다.

스페인의 문예 비평지 ‘토도 리테라투라’는 “‘히피’는 갈수록 비인간화돼가는 사회에 이미 지칠 대로 지친 모든 이들을 위한 해독제”라고 평가했다. 360쪽, 1만4500원.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