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논단>나눔 시즌…기부연금제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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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목 한국사회복지협의회 회장 동아대 석좌교수, 前 보건복지장관

문재인 정부는 지난 9월 ‘모두가 누리는 포용적 복지국가’ 건설을 국정목표로 선정해 발표한 바 있다. 이를 위해 현 정부는 과거 어느 정부보다 복지부문에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고 있다. 정부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높아진 국민의 복지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러한 공공복지와 복지 수요 간의 간극(間隙)을 메우는 것이 민간복지이고 그 중요한 수단 가운데 하나가 국민의 기부 문화 창달이다.

‘온 국민이 함께하는 기부문화’는 현대 복지국가가 지향하는 이상적인 모델이다. 기부는 분배 양극화에 따른 사회 갈등 구조를 해결하는 좋은 방편이 되기 때문이다. 기부문화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이 선행돼야 한다. 하나는 기부자에 대한 세제상의 혜택이고, 또 다른 하나는 사용처에 대한 투명성 확보이다.

우리나라는 개인과 법인의 기부행위 장려를 위해 ‘소득세법’과 ‘법인세법’에 기부 행위에 대한 조세 혜택을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현행 개인 기부금에 대한 세액공제 기준은 주요 선진국의 공제한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또, 2013년에는 기부금 세제를 총소득에서 기부금을 공제하는 소득공제에서, 총세액에서 기부금을 공제하는 세액공제로 개정한 바 있다. 그 결과 고액 기부자의 세금 부담 증가로 기부금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따라서 세법을 개정해 고액 기부자의 세액공제 한도를 확대하거나, 소득공제 제도로 환원하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기부 문화 진흥을 위한 또 다른 한 축은 기부의 투명성 확보다. 기부금을 모집한 기관이 기부금을 제대로 사용하는지 이를 기부자가 확인할 수 있도록 공개하는 제도적 장치를 확충해야 한다. 기부금품 모집 기관은 윤리경영을 통해 대국민 신뢰성을 구축해야 한다. 열 번 잘하다가도 한 번 잘못하면 힘들게 쌓은 공든 탑이 하루아침에 무너진다. 우리 사회에 이러한 비리가 척결될 때 비로소 기부 문화가 정착될 수 있을 것이다.

‘기부연금제도’ 도입도 기부 문화 진작에 도움이 될 것이다. 미국은 1843년 이 제도를 도입해 170년 넘게 운용하고 있다. 캐나다 역시 기부연금제를 시행하고 있다. 얼마 전 평생 청과상을 하면서 모은 전 재산 400억 원을 고려대 장학금으로 기탁한 노부부의 얘기는 우리 사회를 감동케 했다. 사후 또는 세상 떠나기 바로 전 자신의 재산을 사회로 환원하는 게 우리의 기부문화상이다. 노후생활을 위해 막대한 재산을 죽을 때까지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게 우리 현실이다.

하루빨리 기부연금 제도를 도입해 기부라는 선행과 여유로운 노후생활을 함께 보장하는 방안을 마련, 정착시켜야 할 것이다.

우리 사회는 개인보다는 기업이 사회 공헌 차원에서 하는 기부가 주를 이루고 있다. 선진적인 기부 행태는 소수 대기업의 고액 기부보다는 일반 시민이 십시일반(十匙一飯)으로 하는 풀뿌리 모금이다. 지역사회에서 지역 문제를 발굴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모으고 지역주민과 기업의 기부와 자원봉사를 통한 물적·인적 자원으로 지역 문제를 해결하는 생태계가 구축돼야 한다. 이렇게 될 때 우리가 추구하는 따뜻하고 활기찬 지역복지 공동체를 통해 ‘모두가 누리는 포용적 복지국가’ 건설은 앞당겨질 것이다.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고 세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연말이 왔다. 여러 형태의 나눔 행사가 열리고, 길거리 기부금 모집이 한창이다. 우리 사회는 연말연시 ‘반짝 기부’ 이후 나눔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떨어진다. 하지만 나눔은 일과성이 아니라 계획성 있게 지속적으로 실천하는 게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