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방위비분담금 합의 불발… 내달 재협상 들어갈 듯

美, 韓에 ‘대폭 증액’ 요구
새 협정 적용 기간도 이견

지난 3월부터 진행된 제10차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이 분담금 총액에 대한 양측 의견 차이로 연내 타결에 실패했다.

14일 외교부 관계자는 “지난 11∼13일 서울 모처에서 진행된 10차 협정 체결을 위한 10차 회의에서 분담금 총액 및 한두 가지 쟁점을 제외한 모든 사안에 합의하고 관련 문안을 정리했다”면서도 “그러나 총액 등과 관련한 입장 차이로 최종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양측 협상단은 핵심 협상 의제인 한국 측 분담금 총액과 협정 적용 기간 내 연간 증가율, 새로운 협정 적용 기간 등에 대해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특히 외교부 관계자는 분담금 총액에 대해서는 “입장 차이가 크다”고 말했다. 앞서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을 현재(약 9602억 원)의 2배로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며 실제 미 정부는 이보다 적은 연간 12억 달러(1조3000억 원) 수준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미 상원 군사위원회 소속 마이크 라운즈 공화당 의원도 13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에서 “미국이 한국에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하는 것은 타당하고, 증액은 북한을 압박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이미 주한미군 주둔 비용의 약 절반을 부담하고 있는 만큼 미측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지난 2014년 타결돼 현재 적용 중인 제9차 협정은 올 연말 종료된다. 새로운 협정 체결까지 공백이 발생함에 따라 당장 주한미군 내 한국인 군무원 등 노동자들의 임금 지급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외교부 관계자는 “우리 분담금 중에 3000억 원 내외가 주한미군 내 한국인 직원 임금으로 추정되니 그런 영향이 있을 수도 있다”며 “정부는 우리 노동자에게 미치는 영향의 최소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고, 국방부와 주한미군사령부 간에 관련 협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연내 타결에 실패한 양측 협상단은 외교채널을 통해 향후 협의 방향을 조율하기로 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회의가 아니더라도 외교채널을 통해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며 “지금 단계는 양측 협상 대표단뿐만 아니라 양측 정부의 모든 채널을 통해서 협의를 해나가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