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lobal Focus >최대 격전지 호데이다 휴전 전격 합의…4년 예멘 내전 일단락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가운데) 유엔 사무총장이 13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예멘 평화회담에서 휴전협정을 체결한 뒤 악수하는 칼레드 알야마니(왼쪽) 예멘 외교장관, 무함마드 압델살람 후티 반군 협상대표 사이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AP 연합뉴스

- 정부·후티반군, 병력 철수후 중립화 결정

‘아랍의 봄’ 영향 독재 축출 뒤
수니파 하디 정권이 들어서자
시아파‘후티’봉기로 내전 발발

시아파에 맞서 참전한 사우디
‘카슈끄지 사건’ 으로 상황 반전
평화회담에 적극적으로 나서

예멘서 이란의 영향력 강화로
아라비아 반도 시아파 결집땐
분쟁 끝 아닌 시작될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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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멘 정부와 시아파 후티(Huthi) 반군이 최대 거점지였던 호데이다 지역에 대한 휴전협정을 맺으며 지난 4년간 중동 아라비아반도를 뒤흔들었던 내전이 일단락됐다.

13일 로이터통신은 양측이 이날 스웨덴에서 휴전협정에 동의함에 따라 호데이다 지역에 배치했던 병력과 무기를 철수시킬 것이라고 전했다. 예멘 정부와 반군은 유엔 통제하에 호데이다 지역에 공동경비위원회를 두고 항구를 개방해 외부 지원 물자를 받아들이는 방안도 합의했다. 국제사회는 호데이다를 시작으로 예멘 전역이 안정되기를 희망하고 있지만, 반군이 수도 사나를 포함해 상당한 거점을 갖고 있어 분단은 고착화되고 아라비아반도 내 종파 갈등 또한 지속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아랍의 봄’ 이후 내전 번진 예멘=지난 2011년 ‘아랍의 봄’을 촉발한 튀니지에 이어 예멘에서도 민주화 시위가 벌어져 33년간 독재 정치를 이어온 알리 압둘라 살레 전 대통령이 2012년 2월 축출됐다. 하지만 수니파인 압드라부 만수르 하디 정권이 들어서자 예멘 북부에 거점을 둔 후티 반군이 봉기했고 2014년 9월 수도 사나를 장악한 데 이어 이듬해에는 정부군의 임시수도인 항구도시 아덴에 대해서도 포격을 가하며 압박했다.

후티 반군은 1994년 후세인 바드레딘 알후티(Hussein Badreddin al-Huthi)를 중심으로 북부 자이디 지역에서 ‘젊은 신앙인’이라는 조직으로 출발해 꾸준히 세력을 확장했다. 최초 설립 목적은 시아파 사상을 지키는 것이었지만 2004년 후세인이 정부군 공격을 받고 사망하면서 그의 이름을 따 조직 이름이 바뀌었고 이후 본격적으로 무장을 갖추기 시작했다. 특히 후티 반군은 사우디아라비아로 쫓겨났던 살레 전 대통령과 손잡고 북부 지역에 주둔하던 정규군까지 흡수하면서 예멘 정부군을 압도하는 전력을 보유하게 됐다.

후티 반군의 압도적 우세 속에 진행되던 예멘 내전은 시아파 세력 확장을 우려한 사우디가 걸프협력이사회(GCC) 소속 국가들과 연합군을 이뤄 참전하면서 종파 간 대리전 양상으로 확대됐다. 연합군은 2015년 3월 ‘결정적 폭풍’이란 이름의 작전하에 예멘 전역에서 후티 반군에 대한 대대적인 공습에 나섰다. 연합군을 이끄는 사우디는 3년간 15만 명의 병력과 100여 대 이상의 전투기를 동원한 끝에 아덴 일대를 탈환했지만, 호데이다에 대한 공략에는 실패했다.

◇카슈끄지 살해사건이 만들어낸 휴전협정=팽팽하게 계속되던 예멘 내전은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사건이 터지며 극적인 반전이 일어났다. 사우디는 공군이 예멘 난민시설을 오폭해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아도 꿈쩍하지 않았지만, 비판의 화살이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에게 향하자 평화회담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미국의 경제 제재로 경제난을 겪는 이란이 불어나는 전비를 감당하지 못해 먼저 발을 뺄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던 것과 정반대 결과다.

당초 이란의 대두를 우려해 사우디를 지지했던 미국이 입장을 바꾼 것도 카슈끄지 사건 이후다. 미국 상원은 지난 11월 예멘 내전 종식결의안을 상정하며 빈 살만을 압박했다. 미국의 입장이 움직인 틈을 타 유엔은 예멘 정부와 반군 사이에서 중재를 거듭했고 양측을 회담 테이블에 앉힐 수 있었다. 사우디는 병력을 철수해 막대한 전비를 아끼고 국제사회의 비판을 돌릴 수 있게 됐지만 바로 턱밑에 자리 잡은 시아파 반군의 존재를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됐다.

◇본격화될 사우디·이란 갈등=중동 전문가들은 예멘 정부군과 후티 반군 간 휴전협정이 ‘분쟁의 끝이 아닌 시작’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예멘을 중심으로 아라비아반도 내 시아파 세력들이 본격 결집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경제난에도 불구하고 예멘 반군에 무기와 군사고문단을 꾸준히 지원한 이란은 아라비아반도 내 시아파 거점을 마련하는 성과를 얻었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센터장은 “카슈끄지 살해사건으로 사우디는 출구전략을 짤 수밖에 없었다”며 “시리아에 이어 예멘에서도 이란의 영향력이 강해져 향후 중동 지역의 불확실성이 더 커졌다”고 분석했다.

사우디는 시리아 내전에 이어 예멘에서도 사실상 승기를 잡은 자국 시아파 세력을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사우디 내 유전 및 담수화 시설이 집중된 동부 지역은 페르시아만을 사이에 두고 이란과 마주 보고 있는데 사우디 정부의 시아파 탄압 정책에 대한 불만이 크다. 이란은 사우디 동부 지역을 자극해 경제난에 따른 민심 불안을 외부로 돌리면서 사우디 왕실을 견제하는 데 적극 활용할 수 있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