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딸만 가사도우미 일 겨우 얻어… 빚지며 생계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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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르단으로 피란온 예멘 난민

예멘 정부와 후티 반군이 호데이다 지역을 두고 휴전협정을 맺었지만 4년간의 내전 동안 해외로 빠져나간 30만 명의 예멘 난민들은 빈민층 생활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11월 15일 요르단 수도 암만에서 만난 예멘 난민 하마드(60·사진 오른쪽) 씨는 “(예멘 내전 탓에) 치안 불안이 심각해지면서 여러 차례 이사를 해야 했고, 결국 20세가 된 장남이 군대에 징집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예멘을 탈출해 요르단까지 오게 됐다”고 말했다.

부인 및 세 자녀와 함께 지난 1월 암만에 들어온 하마드 씨는 유엔난민기구(UNHCR) 등 국제기구의 도움으로 식량 및 의료 지원을 받지만, 생활비를 모두 충당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요르단 내 실업률이 20%에 달해 일자리를 구하기도 쉽지 않다.

그는 “가족의 유일한 수입원은 막내딸이 가사도우미 일을 하며 버는 매월 140디나르(약 22만 원)가 전부인데 주택 임차료만 200디나르에 육박해 계속 빚을 지고 생활하고 있다”며 “오랜 타지 생활에 지쳐 아내는 심장질환을 앓고 있고 막내딸도 몸이 좋지 않아 언제 일을 그만둘지 모른다”고 한숨을 쉬었다.

요르단 내 예멘 난민 수는 1만3000명 정도며, 하마드 씨 등 난민들은 주로 주택 임차료가 시내의 절반 수준인 자말 암만 지역 내 10평 안팎의 다세대 주택에 거주하고 있다.

하마드 씨는 내전이 발발하기 전까지 예멘에서 운전기사로 일하며 자녀들을 모두 교육시키는 등 중산층으로 생활했다. 하지만 내전이 벌어지면서 그의 가족은 전쟁의 포화를 피해 잦은 이사를 반복했고 결국 재산을 모두 처분해 요르단행 항공권을 구입할 수밖에 없었다.

예멘 정부와 반군 간의 휴전협의에도 불구하고 예멘 국민의 미래가 밝지만은 않다.

4년간 이어진 전쟁으로 주요 기간시설은 파괴됐고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1300만 명에 달하는 예멘 국민이 식량 부족으로 고통받고 있는 실정이다.

암만(요르단)=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