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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이미숙 논설위원 게재 일자 : 2018년 12월 14일(金)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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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숙 논설위원

G2 충돌 본질 선명해진 2018
美는 中배제 위해 총력전 돌입
한국 화웨이 선택은 불신 키워

미국선 文정부 親中 우려 확산
미·중 사이 ‘양다리 전략’ 위험
北아닌 國益 최우선 전략 필요


2018년은 미국과 중국의 충돌이 전면화하면서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이 시달린 한 해였다. 중국의 위안화 공세에 캄보디아와 라오스가 넘어가며 아세안 연대는 허물어졌다. 호주와 뉴질랜드는 중국 자금이 대거 정계에 유입되면서 미·중 경쟁의 그라운드 제로가 됐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11월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는 미·중 갈등이 돌아설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기조연설에서 “세계가 일방주의에 분명하게 반대 깃발을 들어야 한다”고 하자,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은 “중국이 미국을 이용해 먹는 행태를 바꿔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런 갈등 탓에 APEC은 1993년 출범 이래 처음으로 공동성명을 내지 못했다. 중국 외교관들은 APEC 성명 초안에 담긴 ‘불공정한 무역 관행 타파’ 문구를 빼기 위해 주최국 파푸아뉴기니 외교장관실에 난입하는 추태까지 벌였다.

문제는 충돌이 조기에 끝날 가능성이 없다는 점이다. 시 주석은 당장과 헌법을 개정해 임기 제한을 없앤 상태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앞으로 2년, 재선 땐 6년을 더 권좌에 있을 것이기 때문에 미·중 충돌은 당분간 상수로 봐야 한다. 미·중 전방위 충돌 시대 개막은 경제도 안보적 관점에서 봐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 전략가 월터 러셀 미드는 최근 월스트리트저널 칼럼에서 “지정학적 가치가 우선시되는 시대로 진입했다”고 규정했다. 대국 간 경쟁시대에는 경제보다 지정학이 중시되고, 미국은 중국 배제를 위해 어떤 희생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그의 관측이다. 실제 미국이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ZTE의 보안 문제를 들어 동맹국들에 사용 자제를 요청한 것은 미·중 하이테크 냉전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인도와 호주, 뉴질랜드, 일본은 안보적 차원에서 이를 수용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화웨이·ZTE에 대해 별다른 고려를 하지 않는 기류다. 우려를 표명한 적도 없다. LG유플러스는 5세대(5G) 이동통신장비로 화웨이를 택했다. 가성비가 좋다는 이유다. 지난해 한·중 사드 파동이 ‘3불 합의’로 일단락된 후 문 정부는 대중 관계에서 눈에 띄게 몸을 낮추고 있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최근 미국에서는 문 정부의 친중(親中) 경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미국이 문 정부에 화웨이 문제에 대해 협조 요청조차 안 했다면 동맹 신뢰에 금이 갔다는 얘기이고, 요청에도 불구하고 이런 태도라면 동맹은 갈 데까지 갔다는 얘기다. 대북 제재를 놓고 충돌했던 한·미 정상은 G20 정상회의 때 겨우 봉합했지만, 이상기류는 여전하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아르헨티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 별도로 G7 각료 만찬을 갖고 중국 및 북한, 사이버 안보 등에 대해 공동의 대응 전략을 논의했다고 한다. 한국은 북핵 당사국임에도 불구하고 이 자리에서 어떤 대응책이 합의됐는지 파악도 못 하고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G20 회의에 불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G20 때 일본·인도 총리와 인도 태평양 전략 관련 정상회의를 했는데 문 대통령은 초대받지 못했다. 신남방정책을 펴면서도 인도 태평양 전략에 대해선 중국 포위전략이라고 거리를 둔 탓이다.

한·중 양국은 1992년 수교 이후 체제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정랭경열(政冷經熱)’ 시대를 열었다. 정치는 차가워도 경제가 뜨거울 수 있었던 것은 미·중 관계가 좋았기 때문이다. 미국의 대중 관여정책 덕분에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과 협력하는 양다리 전략이 가능했다. 그러나 미·중 전방위 충돌 시대엔 이런 접근이 용납되지 않는다. 사드에 대한 중국의 반발과 제재는 정랭경열 시대가 종료됐음을 보여준다. 대북 제재를 둘러싸고도 미·중은 충돌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런 미·중 갈등을 이용해 핵 고수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이런데도 문 정부가 외교·안보를 남북관계 프리즘으로만 보면서 대북 관계에 정권의 명운을 건다면 북핵 해결은커녕 안보 기반만 허물어질 게 분명하다. 문 정부는 북한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국익 관점에서 전략을 세워야 하고, 경제적 희생이 따르더라도 안보는 분명히 지킨다는 쪽으로 외교·안보정책을 재정비해야 한다. 그러지 않고 미·중 협력시대에나 가능했던 방식을 고수한다면 경제도 망치고, 동맹도 흔들리는 이중 위기를 맞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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